임상시험 중단부터 상장폐지까지.. 신라젠의 3년

한성주 2022. 1. 1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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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신라젠이 18일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이하 기심위)로부터 상장폐지 결정을 받았다. 

상장 폐지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은 앞으로 20일(영업일 기준) 이내에 열릴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확정된다. 신라젠은 연구개발 성과를 도출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입장이다.

신라젠은 2006년 설립된 면역항암제 신약 개발 기업이다. 2014년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펙사벡’(Pexa-Vac) 개발사 제네렉스를 인수해 2016년 기술 특례 제도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신라젠은 펙사벡을 대표 파이프라인으로 내세워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2017년 11월 말에는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 3상에서 긍정적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되면서 시가총액이 8조7000억원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2019년 8월 펙사벡의 말기 간암 환자 대상 임상시험 중단 사실이 알려지며 주가가 급락했다. 당시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는 펙사벡의 간암 환자 대상 임상시험을 중단하라는 무용성 평가 결과를 통보했다. 

무용성 평가는 장기간·중증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임상시험에서 신약후보물질의 효과성을 중간 점검하는 과정이다. 펙사벡의 무용성 평가 기준은 임상에 참여한 600명의 말기 간암 환자 중 사망자가 192명(40%) 이상 발생할 경우로 설정됐으며, 펙사벡이 이 기준을 충족하면서 무용성 평가가 단행된 것이다.

이후 2020년 5월 문은상 전 대표를 비롯한 전직 경영진이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 되면서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사유가 발생했다. 이에 주식 거래가 정지됐는데, 거래 정지 직전 신라젠의 시가총액은 8666억원이었다. 

신라젠은 거래정지 중에도 연구개발을 지속하는 행보를 보였다. 간암 환자 대상 임상은 좌초됐지만, 신장암과 흑색종 등 다른 암종에 대한 임상은 지속적으로 수행됐다. 

현재 신장암의 경우 미국의 바이오기업 리제네론과 함께 2상을 진행 중이다. 펙사벡과 함께 리제네론의 면역관문억제제 ‘세미플리맙’를 병용투여하는 방식이다. 지난 13일 신라젠은 국내외 17개국에서 진행하는 임상 환자 등록을 이달 중으로 마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2020년 당시 신라젠은 미국 암연구학회(AACR)에서 펙사벡과 리브타요 병용군 16명 중 12명의 환자에서 종양 감소 효과가 확인됐고 1명은 완전관해가 관찰됐다는 임상 중간 데이터를 공개했다.

흑색종은 중국의 리스팜과 임상 1b·2상을 수행하고 있다. 펙사벡과 리스팜의 면역관문억제제 ‘소카졸리맙’을 병용투여하는 방식이다. 특히, 펙사벡은 2020년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IIB-IV 단계 흑색종’에 대한 희귀의약품 지정을 승인받는 성과도 보였다.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물질은 미국 내에서 임상시험 관련 자문을 제공받거나, 허가 심사 기간이 단축되는 등의 혜택이 부여된다. 허가 이후로는 7년 동안 시장 독점 기간을 보장받기도 한다. 

파이프라인과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려는 노력도 기울였다. 신라젠은 지난해 3월에는 항암제 효능을 유지시키는 약물전달 기술 ‘GEEV 플랫폼’에 대한 특허출원을 마쳤다. 펙사벡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한 과학자문위원회를 구성, 해외 유명 연구자들을 위원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신라젠은 상장 폐지 이슈와 별개로 펙사벡 개발을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신라젠 관계자는 “앞서 거래 정지를 겪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산 상황 중에도 펙사벡의 환자모집과 투약은 계속해서 정상적으로 진행해 왔다”며 “상장 폐지 위기나 기심위 평가와는 별개로, 임상시험에서 성과를 보여주는 게 경영상 부정적 이슈를 극복하는 방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펙사벡 개발을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개발 인력을 확보하고 있고, 더욱 투자를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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