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오봉도 음양오행을 바로 세우다

이종길 2022. 1. 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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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는 하늘과 산, 바다와 숲을 그린 그림이다.

일월오봉도는 경복궁 근정전, 창덕궁 인정전, 창경궁 명정전, 덕수궁 중화전 등 어좌 뒤에 병풍으로 표현됐다.

그 과정과 연구 결과는 19일 발간한 보고서 '창덕궁 인정전 일월오봉도 보존처리'에서 엿볼 수 있다.

관계자는 "1960년대에 일월오봉도를 처리하면서 제작 당시 사용했던 기존 병풍 틀을 재사용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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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인정전 일월오봉도 4폭 병풍 보존처리 매듭
병풍 틀 새로 제작..과거시험 답안지 재활용 흔적 찾아
보존처리를 마친 일월오봉도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는 하늘과 산, 바다와 숲을 그린 그림이다. 하늘에는 흰 달과 붉은 해가 좌우로 나뉘어 둥그렇게 떠 있다. 아래로는 다섯 산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다. 산 아래로 격랑을 일으키며 출렁이는 파도가 나타나고, 좌우 양쪽 끝으로 붉은 몸통을 드러낸 무성한 소나무가 짝을 이루며 서 있다. 아무 곳에서나 볼 수 있던 그림이 아니다. 조선 시대에 왕이 앉는 자리 뒤에 놓였다. 해와 달은 음양(陰陽), 다섯 봉우리는 오행(五行)을 상징한다. 우주의 생성·변화와 음양오행을 가리킨다. 그림의 소유자인 국왕에게 우주의 주재자 또는 우주의 주재자를 대신한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일월오봉도는 경복궁 근정전, 창덕궁 인정전, 창경궁 명정전, 덕수궁 중화전 등 어좌 뒤에 병풍으로 표현됐다. 그런데 창덕궁 인정전에 있던 4폭 병풍은 화면이 터지거나 안료(顔料)가 들떴다. 인정전이 일반 관람객에게 개방되면서 바깥 공기에 노출된 탓이었다. 구조를 지탱하는 병풍 틀까지 틀어져 2015년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로 옮겨졌다. 이듬해 전면 해체돼 보존처리에 들어갔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6년여가 흐른 지난해 말 보존처리를 마쳤다. 그 과정과 연구 결과는 19일 발간한 보고서 '창덕궁 인정전 일월오봉도 보존처리'에서 엿볼 수 있다.

화면 해체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해체 과정에서 화면, 배접지(서화를 지지하고 장황하기 위해 뒷면에 붙이는 종이), 1960년대 신문지, 시권, 병풍 틀 순서로 겹쳐진 구조를 확인했다. 관계자는 "1960년대에 일월오봉도를 처리하면서 제작 당시 사용했던 기존 병풍 틀을 재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보존처리는 재질을 분석해 적용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병풍 틀 수종(樹種), 안료, 배접지, 바탕 화면 등이다. 다만 기존 병풍 틀은 해충 피해, 틀어짐 등 구조적 손상으로 재사용이 불가능해져 수종 분석 결과를 토대로 새로 제작됐다. 장황(글씨·그림을 족자·병풍·책 등으로 꾸미는 일)도 녹색 구름무늬 비단에 꽃문양 금박을 붙여 의궤 속 모습을 재현했다. 관계자는 "'인정전영건도감의궤', '인정전중수도감의궤', 1900년대 초 일월오봉도 유리건판 사진, 창덕궁 신선원전 일월오봉도 등을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완성했다"고 했다.

장황 재현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보존처리 과정에서 고문서 공동 연구를 병행했다. 그 결과 병풍 틀 첫 번째 배접지로 사용된 시권 스물다섯 장이 식년감시초시(式年監試初試) 답안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식년감시초시는 조선에서 3년마다 치른 과거시험이다. 생원시와 진사시를 통칭한다. 관계자는 "1840년 식년감시초시에서 낙방한 응시생의 답안지"라며 "종이를 재활용해 제작한 사실과 제작 연대가 1840년대 이후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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