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유감→강한 유감→매우 유감..북 미사일에 유감만 반복하는 정부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지난해 3월 25일)→“유감을 표명한다”(지난해 9월 28일)→“깊은 유감을 표명한다”(지난해 10월 19일)→“강한 유감을 표명한다”(지난 14일)→“매우 유감스럽다”(지난 17일).
지난 1년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의 입장 변화를 요약·정리하자면 이렇다. 미국에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1월 20일 이후 북한은 총 12차례에 걸쳐 미사일(순항미사일 포함)을 발사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우려” “유감” 등만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소극 대응으로 일관했다.
물론 깊은 유감→강한 유감→매우 유감 순으로 점차 표현 수위를 올리긴 했지만 “규탄한다”는 표현은 한 차례도 없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해 9월 ‘도발’을 문제 삼은 뒤로는 NSC 입장문에서 과거엔 그나마 간혹 등장했던 ‘도발’이라는 표현조차 사라졌다.
12차례에 걸쳐 미사일 위협이 이뤄졌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단 한 차례도 NSC 회의를 직접 주재하지 않았다. NSC 긴급회의는 매번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해 상임위원회로만 열렸다. 남북관계 악화를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오히려 북한의 미사일 발사 하루 뒤인 지난해 10월 1일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기념사엔 ‘북한’과 ‘미사일’이라는 표현조차 나오지 않았다.
같은 날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이제는 제재 완화를 검토할 때가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의미였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규탄과 항의는 없었다.
이처럼 한국 정부가 미사일 발사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사이 북한의 미사일 능력은 사거리·속도·정밀도 등에서 한층 진화했다. 지난 11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비행 속도가 최고 마하 10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됐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이제 단순한 무력시위를 넘어 직접적인 안보 위협으로 대두됐다.
특히 북한은 이달 들어서만 총 네 차례에 걸쳐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며 긴장 수위를 높였다. 명백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단호한 대응과는 거리가 먼 ‘유감 표명’만 반복하고 있다.
한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국제사회 움직임에도 동참하지 않았다. 지난 1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앞서 미국 등 6개국은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명백한 복수의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규탄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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