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 올해 첫 추경..10조원 초과세수 대선 후 2차 추경 '불씨'
정부와 여당이 빚을 내 14조원 규모로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안을 추진한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물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도 증액 요구가 거세 막판 국회 협상이 난항이다. 대통령 선거 후에 2차 추경 편성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18일 민주당에 따르면 지난 17일 당정은 비공개 실무 협의에서 14조원대 정부 추경안을 검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320만명에게 300만원씩 추가 지원하는 내용이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부 10번째 추경이며 소상공인ㆍ자영업자 지원은 역대 최대 규모”라며 “(14조원 가운데) 소상공인 지원 약 12조원은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금액에 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4조+a’ 추경, 10조원대 나랏빚 더
정부는 오는 24일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여당은 국회 본회의 처리 시점을 다음 달 10~11일로 잡았다. 다음 달 13~14일 대선 후보 등록, 15일 공식 선거 운동 시작 전 추경을 처리하기 위해 당정은 속도전에 나섰다.
14조원 추경을 편성하는 데 필요한 돈 대부분은 정부가 10조원대 적자 국채를 추가로 발행(국가채무 증가)해 마련한다. 나머지는 기금 여유 재원, 예비비 등을 끌어모아 충당한다. “초과 세수를 활용한 추경안”이란 정부와 여당 설명과 달리 실상은 ‘빚잔치’란 얘기다.
기획재정부의 추계 오류로 10조원 안팎 초과 세수가 또 발생했지만 이번 추경 재원으로 활용하진 못한다. 헌법과 국가회계법에 따라 ‘2021회계연도 국가결산’이 오는 4월 끝나야 어디에 쓸지 정할 수 있어서다.
이미 기재부는 적자 국채 발행을 위한 실무 작업에 들어갔다. 안도걸 기재부 제2차관은 이날 열린 재정운용전략위원회에서 “국고채 추가 발행분은 국채시장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대한 시기별로 균등 배분하고, 전년도 이월 재원 우선 활용 등을 통해 추경 재원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여당은 초과 세수를 빌미로 유례가 드문 1월 추경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초과 세수 전액을 이번 추경을 하면서 진 10조원대 빚을 갚는 데 쓴다는 보장은 없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이 부분에 대해 말을 흐렸다.
홍 부총리는 지난 17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기자실을 방문해 “초과 세수가 만들어지면 세계 잉여금이 남게 되는데 잉여금을 다음 연도로 넘길 수 있고 국채 갚는 데 쓸 수도 있고 추경에 쓸 수도 있다”며 “그때 가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10조원 수준 초과 세수를 어디에 사용할지는 차기 정부가 결정할 몫이란 점을 시사했다.
쓸 곳이 확정되지 않은 초과 세수가 대선 후 2차 추경 ‘불씨’를 키우는 요소다. 기존 초과 세수도 채무 상환이 아닌 추경 재원으로 대부분 쓰였다.
李 “25조~30조 해야”, 野 “손실보상 전면 확대”
이런 가운데 여야는 추경 규모를 더 늘리라며 정부를 압박하는 중이다. 여당은 손실보상법 대상이 아닌 특수고용노동자ㆍ프리랜서ㆍ문화예술인ㆍ법인택시기사 등 220만명 자영업자에게도 지원금을 지급해 사각지대를 줄이겠다고 했다. 이날 소상공인연합회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도 “하도 퍼주기다, 포퓰리즘이다 이런 비난이 많아서 한 25조원 내지 30조원의 실현 가능안을 만들어보자고 했었다”며 “안타깝게도 정부에서 제시한 (추경)안인 14조원은 정말 너무 적다”며 증액을 요구했다.
이날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한병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이 주문한 하청 추경안, 대선을 앞둔 매표용 추경”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손실보상금 1000만원으로 확대 ▶손실보상률 100%로 상향 ▶손실보상 하한액 100만원으로 증액 등을 주장하고 있다.
다만 홍 부총리가 “14조원 정부안 유지”를 고수하고 있는 만큼 증액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이날 박완주 의장 역시 “이론적으로 추경 증액은 정부가 동의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여야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대선 후 2차 추경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새 정부가 출범하면 기존 예산으로는 안 되고 2차 추경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인식이 내부에 있다”고 전했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자영업자 지원이 필요한 건 맞지만 여야의 정치적 의사 결정에 따라 지원 시점이나 방식을 정한 게 문제”라며 “대부분 선진국은 코로나19 과정에서 훼손된 재정 건전성 회복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그런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연초 추경도 그렇고 추경을 너무 자주하며 당연시하고 있는데 대선 이후 상황이 걱정된다”고 밝혔다.
세종=조현숙ㆍ정진호기자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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