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손기술 닮은 아들 '전기기사' 꿈, 현산이 망가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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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4학년 아들, 시험 준비 못하고 현장 지켜"
"현대산업개발이 아들의 꿈을 짓밟은 것과 마찬가지예요."
18일 오후 아파트가 무너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장. 실종자 가족 A씨(51)는 이같이 말하며 울분을 토했다.
A씨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를 닮아 손기술이 좋은 아들이 올해 대학교 4학년에 올라간다"며 "오는 3월 전기기사 시험을 앞두고 아버지가 실종돼 시험 준비도 못하고 매일 사고 현장에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산업개발 때문에 자격증 시험은 물론이고 아들의 대학교 4학년 계획이 망가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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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후 건강 악화…알바 못해 생계 막막"
앞서 지난 11일 오후 3시47분쯤 화정아이파크 공사 현장의 39층 옥상에서 콘크리트 타설 중 23~38층 외벽 등이 무너져 하청업체 노동자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다. A씨의 남편(56)은 사고 당일 아파트 29층에서 소방 설비 작업을 하다 8일째 연락이 끊겼다.
A씨는 "원래도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사고 이후 코피를 자주 쏟고 이틀 전에는 쓰러지기도 했다"며 "평소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사고가 난 뒤에는 이마저도 못해 생계가 막막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사고가 난) 그날부터 아들과 함께 아예 집에도 못 가고 계속 여기 있다"며 "아들이 대학도 졸업하지 않았는데 이제 엄마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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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 "분진으로 온몸에 진물…대책 마련하라"
사고가 난 공사장 인근 상인들도 피해를 호소하며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측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오후 백인영 현대산업개발 상무 등은 사고 현장을 찾아 '광주화정현대아이파크 피해대책위원회(상인회)'와 면담했다. 지난 11일 사고 발생 이후 양측의 첫 만남이다.
상인회는 "붕괴 직전까지 3년 넘게 분진과 철근 추락, 땅꺼짐 등 민원을 숱하게 넣었으나, 현대산업개발과 서구청은 한 번도 빨리 처리해 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 상인은 "현대산업개발은 시민을 죽여가면서 이익을 추구하는 마귀나 흡혈귀 집단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홍석선 피해대책위원회 회장(금호하이빌 도매상가 자치회장)은 "공사장에서 나오는 콘크리트 잔해와 분진 때문에 온몸에 습진이 생겼다"며 다리를 보여주기도 했다. 홍 회장은 "온몸에서 진물이 나 퇴근 후 드레싱(상처 치료)만 4시간씩 한다"며 "자고 일어나면 이불에 진물이 잔뜩 묻어 매일 빨래를 할 정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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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산업개발 "손실 100% 보상할 것"
피해대책위에 따르면 지금까지 '현대산업개발 측으로부터 피해를 봤다'고 호소하는 상인들은 30여 명 정도다. 매출 피해 규모는 추산 중이다. 홍 회장은 "제 경우만 따지면 2018년 6월 현대산업개발이 철거를 시작한 후 3년여간 매출 손실이 19억원가량 생겼다"며 "매일 먼지가 날리고 위험한 덤프트럭이 다니는데 장사가 될리가 있느냐"고 했다.
이에 대해 백 상무는 "손해사정법인 2곳을 정해 정확한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손실에 대해서는 100% 보상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상인들은 회의적인 분위기다. 홍 회장은 "공사 시작 이후 1500차례 이상 제기한 민원을 무시했던 현대산업개발이 과연 피해자 입장에서 온전히 보상을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양수민 기자 yang.sumin@joongang.co.kr, 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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