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육사 '사인'(sign)의 비밀, "사후 78년 만에 풀렸다"

김재산 2022. 1. 18. 15:2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청포도를 쓴 항일 시인 이육사 선생 '사인'(sign·서명)의 비밀이 사후 78년 만에 마침내 풀렸다.

지난 16일 경북 안동시 이육사 문학관에서 열린 이육사 시인의 순국 78주기 추념식에서는 시인과 관련된 새로운 정보와 자료가 처음 공개돼 주목을 끌었다.

당시 연사였던 손병희 이육사 문학관장이 이 '사인'을 해독할 수도, 주체를 알 수도 없다고 하자 정 씨가 거듭 살핀 끝에 그동안 궁금증을 자아내기만 했던 비밀을 푼 것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법무사 사무소 근무하는 정성훈 씨, "한자 이름 뒤집어 사인하던 기억 더듬어"
지난 16일 경북 안동시 이육사 문학관에서 열린 이육사 시인의 순국 78주기 추념식에서는 시인과 관련된 새로운 정보와 자료가 처음 공개돼 주목을 끌었다. 이육사 문학관 제공

청포도를 쓴 항일 시인 이육사 선생 ‘사인’(sign·서명)의 비밀이 사후 78년 만에 마침내 풀렸다.

지난 16일 경북 안동시 이육사 문학관에서 열린 이육사 시인의 순국 78주기 추념식에서는 시인과 관련된 새로운 정보와 자료가 처음 공개돼 주목을 끌었다.

그 중에서 무엇보다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지금껏 주인을 알 수 없었던 정체불명의 ‘사인’(sign·서명·사진)이었다.

이육사 문학관 제공

이 의문의 ‘사인’은 이육사가 소장한 책으로 알려진 ‘예지와 인생’(叡智と人生)(포르튀나 스트로프스키 Fortunat Strowski 지음, 오사와 히로미 역, 동경, 第一書房, 1940년) 속 표지에 남겨진 것이다.

이 책 속 표지에는 의문의 ‘사인’과 함께 ‘육사’(陸史)라는 전서체(篆書体)의 한자로 된 이육사의 ‘인장’(사진)이 선명하게 찍혀 있어 이 책의 주인이 이육사 선생인 것을 알려준다.

이육사 선생의 사인과 인장. 이육사 문학관 제공

그런데도 이 ‘사인’의 주인을 이육사라고 지금까지 확정할 수 없었던 까닭은 흡사 영문자처럼 보이는 ‘사인’을 연구자들조차 해독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 이 의문은 전혀 예상조차 할 수 없었던 곳에서 풀리게 된다.
바로 한국국학진흥원의 ‘선비 아카데미’ 강연장에서 마침내 이 비밀이 풀린 것이다.
이 ‘사인’을 해독한 사람은 당시 강연을 듣고 있던 안동의 한 법무사 사무소에 근무하는 정성훈(57) 씨였다.

당시 연사였던 손병희 이육사 문학관장이 이 ‘사인’을 해독할 수도, 주체를 알 수도 없다고 하자 정 씨가 거듭 살핀 끝에 그동안 궁금증을 자아내기만 했던 비밀을 푼 것이다.

정 씨는 “한 때 자신의 한자 이름을 뒤집어서 사인하던 기억을 더듬어 낸 것이 주효했다”며 “늦었지만 선생의 사인을 확인할 수 있어서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사인’의 비밀은 이육사가 자신의 다른 이름인 ‘이활’(李活)을 뒤집어 봐야 알 수 있도록 썼다(미러 라이팅·mirror writing)는 데 있었던 것이다. ‘사인’을 반전시키면 놀랍게도 ‘이활’ 임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게 쓴 것이다(사진).

‘사인’의 비밀은 이육사가 자신의 다른 이름인 ‘이활’(李活)을 뒤집어 봐야 알 수 있도록 썼다(미러 라이팅·mirror writing)는 데 있었던 것이다. 이육사 문학관 제공

이육사 순국 후 78년, 이육사 출생 후 118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마침내 ‘사인’의 주인이 ‘이육사’ 임이 분명하게 밝혀진 것이다.

이와 함께 공개된 자료는 이육사 시인의 아우이자 언론계에 종사했던 이원창(李源昌)의 엽서 4점이다. 이원창은 ‘남선경제일보 인천지국’, ‘조선일보 인천지국’, ‘매일신보 인천지국’ 등에서 활동했으며 1944년 1월, 형 이육사 시인의 유해를 북경에서 인수해 귀국한 인물이다. 이 엽서는 이육사 형제들의 친인척 관계와 일상생활의 모습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다.

이육사 문학관은 이육사의 개인사를 좀 더 심층적으로 밝히기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육사와 관련 인물들에 대한 자료를 적극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육사 문학관은 문화체육관광부, 경상북도, 안동시의 지원을 받아 올해부터 앞으로 3년 간 ‘이육사 기록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긴다.

관련 학자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추진될 ‘이육사 기록 프로젝트’는 이육사 사전, 이육사 전집, 단행본 이육사 시리즈 발간을 포함한 이육사 아카이브 구축, 그리고 이육사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이 골자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