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공동부유는 평균주의 아냐..물이 차야 배가 뜬다"

신경진 2022. 1. 18.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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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다보스 화상연설서 기업탄압 해명
"190척 배는 풍랑 못 이겨 큰 배만 버텨"
코로나 극복 '인류운명공동체' 논리 홍보
"모순 없으면 세계도 없다" 모순론 옹호
17일(현지시간) 클라우스 슈왑(왼쪽) 세계경제포럼(WEF) 창립자 겸 회장이 이날 열린 ‘다보스 어젠다 2022’에서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의 화상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물이 차야 배가 뜨고, 모두가 만족을 얻는다(水漲船高 各得其所·수창선고각득기소).”

시진핑(習近平·69) 중국 국가주석이 17일 세계경제포럼(WEF) 주최 ‘다보스 어젠다 2022’ 화상 연설에서 중국의 공동부유 정책을 설명하며 성장이 분배에 우선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이 실현하려는 공동부유는 평균주의가 아니다”라며 “먼저 ‘케이크’를 키워야 하고, 그러고 나서 합리적 제도를 통해 ‘케이크’를 잘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설명한 ‘공동부유(共同富裕)’는 중국의 심각한 부의 편중을 바로잡아 온 국민이 더불어 잘살게 만들겠다는 방침으로 올 하반기 열릴 중국공산당 20차 당 대회에서 발표할 시진핑 3기 핵심 국정 기조로 알려진다.

시 주석은 공동부유를 설명하기에 앞서 “나라를 부유하다 할 때는 백성이 풍족한지 봐야 한다(國之稱富者 在乎豊民)”라고 강조했다. 중국 삼국시대 위(魏)나라 조조(曹操)의 참모였던 종회(鍾會)의 저서 『추요론(芻蕘論)』에서 인용한 구절이다. 종회는 이어 “관청 곳간이 가득 찬 것은 하늘이 내린 것이 아니라 모두 백성에게 걷은 것으로 백성이 힘들면 나라가 텅 비게 된다”고 덧붙였다.

17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이 개최한 ‘다보스 어젠다 2022’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베이징에서 화상 연설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지난해 중국 경제 성과를 과시했다. 그는 “지난해 중국 국내 총생산(GDP)이 8% 안팎 성장했다”며 “비교적 높은 성장과 비교적 낮은 인플레이션이라는 이중 목표를 실현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록 국내외 경제 환경 변화가 거대한 압력을 불러왔지만, 중국 경제의 강한 근성, 충분한 잠재력, 장기 전망은 변화가 없다”면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중국 경제 위기론’을 일축했다.

또, 시 주석은 코로나19에 직면한 국제 사회를 거대한 배에 비유하며 자신의 ‘인류운명공동체’ 논리를 홍보했다. 시 주석은 “글로벌 위기라는 거칠고 사나운 파도 속에서 각각 나라는 190여 척의 작은 배를 탄 것이 아니라, 한 척의 운명을 함께하는 큰 배 위에 타고 있다”며 “작은 배는 풍랑을 견뎌내지 못하지만, 거함(巨艦)이라야 비로소 거칠고 사나운 파도에 버틸 수 있다”고 했다.

중국 관영 신화사는 18일 “큰 배의 비유는 바로 ‘인류운명공동체’”라며 “조류와 바다가 잔잔할 때 서로를 끌어 당기는 것은 조망하는 사람의 역사적 선견이요, 비바람이 몰아칠 때 방향을 파악하는 것은 조타수의 역사적 책임”이라고 풀이했다. 시진핑 주석을 마치 역사를 이끌어 가는 인물로 치켜 세운 해석이다.

시 주석의 연설에는 마르크스의 모순론을 인용한 듯한 발언도 담겼다. 그는 “세계는 줄곧 모순 운동 속에서 발전했다. 모순이 없으면 세계도 없다”며 “역사를 크게 보면 인류는 차례차례 도전에 승리하며 성장했고, 하나하나 위기를 극복하며 발전했다”고 주장했다. 또 “국가 사이에는 모순과 갈등의 존재를 피하기 어렵지만 네가 지고 내가 이기는 제로섬 게임에 기대서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평화발전을 주장했다.

한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 시 주석이 다보스 연설을 통해 기업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변호했다고 보도했다. FT는 “시 주석이 이끄는 (공동부유) 정책에 따라 중국공산당은 몇 달씩 강력한 탄압을 펼쳐 중국의 비즈니스와 문화 지형을 재편했다”면서 “핀테크·교육·엔터테인먼트 산업뿐만 아니라, 유명인·게임·여성화된 패션 트렌드 등을 사회적 질병으로 겨냥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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