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내 위스키, 세계를 볼 것이다" 위스키 전설의 100년전 예언
[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153)
제임스 뷰캐넌은 위스키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1884년 런던에서 위스키 판매업을 시작했다. 1898년에는 ‘뷰캐넌스 블렌드(Buchanan's Blend)’가 공식 왕실 납품 위스키로 지정됐다. 1922년에는 작위를 얻기 위해 당시 5만 파운드(현재 가치 약 7억~8억 원)를 썼다고도 알려져 있다.
특히 그가 만든 블렌디드 위스키 브랜드 ‘블랙 앤 화이트’는 현재까지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디아지오가 소유하고 있는 이 브랜드는 특히 남미 지역에서 인기가 많다. 한국에서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데, 흰 색과 검은 색 두 마리 테리어 품종이 마스코트다.
얼마 전 위스키를 너무나 사랑하는 지인 댁에 초대를 받았다. 늘 모이는 사람에 맞춰 위스키 코스를 준비하는 그가 처음 내민 위스키가 ‘블랙 앤 화이트’였다. 1970년대 일본에서 수입하던 올드 보틀. 약간의 스모키한 향이 포함된 달콤한 몰트향이 지배적이고, 스모크햄과 비누향도 담겨있었다. 달콤했다가 씁쓸하게 여운을 남기는 것이 화이트로 시작했다 블랙으로 끝나는, 라벨 속 강아지 두 마리를 연상시켰다.
잔을 반쯤 비우다 병에 달린 종이쪽지를 펼쳐봤다. 거기에는 제임스 뷰캐넌이 남긴 말이 적혀있었다. “나는 세계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내 스카치 위스키는 세계를 볼 것이다.” 뷰캐넌 씨의 자사 위스키에 대한 자부심이 잔뜩 담긴 문구다. 자기 세대가 아닌 다음 세대를 위한 술, 위스키의 철학에 딱 들어맞는 말이란 생각이 들었다.
제임스 뷰캐넌의 동명이인으로 미국 15대 대통령이 있다. 첨예한 노예제도 갈등으로 분열하던 미국을 봉합하지 못하고 실패한 대통령이다.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요즘, 불현듯 미국 15대 대통령의 실패 사례가 떠오르는 건 기우일까. 블랙 앤 화이트 뷰캐넌 씨의 말을 떠올리면 좋겠다. 그리고 그가 남긴 정책이 100년 넘게 사랑받은 위스키처럼 100년 뒤 한국 사람들을 행복에 취하게 만들기를.
위스키 인플루언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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