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약 건강보험, 환자 단체도 냉랭한 반응.. 왜?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2022. 1. 18.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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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희귀난치질환 치료제 등 시급한 약제도 급여 안돼
코로나19 치료제 확보 예산도 부족​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공약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연일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추진 대선 공약을 두고 논란이 이어진다. 탈모 환자가 1000만명에 달하고, 의학적으로 탈모 증상 개선 효과가 있는 탈모약도 있음을 고려한다면 탈모약 급여화 추진 공약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늘 '급여화'를 외치는 의료계마저 탈모약 급여화는 논의의 대상이 되어서도 안 된다고 지적한다. 탈모약 보험급여화는 왜 논란이 되고 있는 걸까.

◇안 겪어본 사람은 모르는 탈모 고통

탈모는 한국표준질병 코드를 부여받은 질환이다. 환자는 매년 증가하지만, 치료비가 부담돼 치료 시작을 망설이는 대표적인 질환이기도 하다.

대한모발학회가 공개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근 5년간(2015~2020) 국내 환자 수 추이를 보면, 2020년 탈모환자는 23만4780명으로 2016년보다 10%가 증가했다. 특히 20~30대 젊은 환자의 비율이 높다. 성별로 보면, 남성 환자 49%, 여성 환자 37%는 20~30대였다.

외모와 직결된 부분이다 보니 탈모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도 많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탈모 환자 58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을 보면, 탈모 진단을 받은 여성 59.3%, 남성 43.5%가 탈모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했다. 탈모로 인한 스트레스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개인 SNS를 통해 "탈모로 인한 스트레스, 눈길은 안 겪어본 사람은 절대 모른다. 취업, 연애 등 인간으로서 자존의 문제이다"고 탈모 스트레스를 고백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탈모 치료를 시작하는 이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응답자의 72.1%는 탈모는 의학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고 밝혔으나, 실제로 병원에서 진단이나 치료를 받은 경우는 36.4%에 불과했다. 원인은 치료비 부담 때문이었다. 응답자의 44.6%는 높은 치료비 때문에 탈모치료가 고민된다고 대답했다.

◇"코로나 치료제도 부족한데"… 비판 쏟아내는 의료계

탈모가 청년층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데도 비싸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건강보험 적용은 시작되는 게 맞다. 하지만 보건의료전문가는 물론 타 환자단체까지 탈모약 건강보험에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보건의료단체들은 탈모약 보험급여화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 탈모약 급여화 추진은 그 자체만으로 건강보험 급여화 원칙을 무너뜨린, 우선순위를 잘못 계산한 행위라는 것이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탈모치료제 급여화 추진은 힘들게 병마와 싸우는 환자와 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것이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건강보험 급여는 형평성이 있어야 하며, 항암제 등 환자에게 꼭 필요한 부분부터 우선으로 급여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물학 박사이자 약사출신인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도 "국민건강보험제도의 목적은 질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고액의 진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건강보험 제도 취지를 고려한다면 중증, 희귀, 난치병 치료제의 건보 적용 확대가 더 시급하고,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보건의료계의 이 같은 지적은 약효가 뛰어나 수요가 높은데도 비싸서 사용하지 못하고 죽는 환자가 매일 발생하는 한국의 현실에서 기인한다. 환자 수요가 높지만 비용 때문에 급여화 대상이 되지 못한 약은 수도 없이 많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에 따르면 2011~2020년 시판된 희귀의약품(신약) 127개 중 보험에 등재된 것은 71개뿐이다. 56개의 신약은 보험적용이 안되다 보니 비싸서 사용하지 못하는 '그림의 떡'이란 얘기이다. 그림의 떡이라 불리는 대표적인 치료제로는 선천성 근위축증 치료제 '졸겐스마', 급성백혈병 치료제 '킴리아' 등이 있다. 이 약들은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해 국나 사용 허가는 받았으나, 지나치게 고가라는 이유로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았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처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코로나 환자 진료를 하는 대학병원 A 교수는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 간에 이 상황에서 급한 건 코로나19 치료제를 충분히 확보하는 일이지 탈모약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제약사들이 개발한 코로나 치료제는 비싸고, 치료비는 모두 정부가 부담해야 해 건강보험 재정이 걱정되는 시점에서 미용 영역에 가까운 탈모약 건강보험이 논의의 대상이 됐다는 것 자체가 논란 감이다"고 밝혔다.

A 교수는 "꾸준한 약 복용이 중요해 약값을 저렴하게 책정한 당뇨, 고혈압의 약값도 부담하기 어려워 치료를 중단하는 차상위계층도 많다. 수년째 이들의 약값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논의가 무산되는데 탈모약에 건강보험 적용이 논의된다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탈모약은 지금도 병적 탈모인 경우엔 보험급여로 사용 가능하다. 원형탈모증, 안드로젠 탈모증, 흉터 탈모증, 기타 비흉터성 모발 손실의 경우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 외는 미용 목적 진료·치료로 분류해 비급여로 진료·치료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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