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화낼 때 무서고요, 다정할 때는 차카고요"
[오문수 기자]
▲ 졸업을 앞둔 우주마을반 어린이들의 수업시간 |
ⓒ 오문수 |
전남 여수시에 있는 배울학 어린이집(원장 정숙)이 한국어린이집 총연합회·에듀케어·위키포키 주최로 열린 'UCC공모전'에서 전국 1위인 대상을 수상했다. 2021년 연말에 열린 'UCC공모전'에는 전국 600여 어린이집이 참가해 열띤 경쟁을 벌인 가운데 얻은 소득이라 더욱 값지다.
'배울학' 어린이집에서 응모한 영상에는 102명(정원 102명)의 어린이들이 원 내·외에서 활동한 내용이 들어있다. 또한 배울학의 자랑거리인 5세 '동시발표회'와 여수시 '시민합창제'를 준비하는 영상이 담겨있다. 합창제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신는 검정 고무신에는 꽃을 그려 어린이들이 꽃길만 걷기를 염원하는 원장과 교사들의 마음이 듬뿍 담겨있다. 정숙 원장이 수상소감을 말했다.
▲ 정숙 원장이 여수시민합창제에 참가할 어린이들이 신을 검정고무신에 꽃그림을 그리고 있다. '꽃길만 걸어라!'는 깊은 뜻이 들어있다. |
ⓒ 오문수 |
"동영상 배경음악으로 아이들 합창을 넣은 것은 아이들이 주인공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어린이들이 시민합창제에 참가한 것은 지역사회와 연계해야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밑바탕에 두고 있어요. 2016년뿐만 아니라 지난 연말에도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한 이유는 단순히 영상의 아름다움 때문에 대상을 탄 게 아니라 콘텐츠 개발과 함께 직원들이 힘을 합쳐 열심히 노력한 결과라 생각되어 감격스러워요."
전국 600여 어린이집 중에서 두 번씩이나 대상을 타게 된 연유가 궁금해 배울학 어린이집을 방문해 수업을 참관했다. 졸업을 앞둔 7살 어린이들이 모여있는 '우주마을반' 수업주제는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생활도구에게 하고 싶은 말을 편지로 써보세요'이다.
5살부터 한글을 배운 어린이들은 6살 후반기에는 단어를, 7살부터는 문장을 만들어 주고받는다. 김하영 교사가 노트에 쓸 편지 내용을 설명하자 어린이들이 글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삐뚤빼뚤한 글씨와 맞춤법이 틀린 단어를 사용하며 친구들에게 물어보거나 대화를 나누기도 하며 그림을 그리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귀엽다.
▲ 졸업을 앞둔 '우주마을반' 어린이 중 한 명이 김하영 교사에게 보낸 감사편지로 철자가 틀리고 삐뚤빼뚤한 글씨지만 순수한 동심이 재미있다. |
ⓒ 오문수 |
"선생님 항상 챙겨 주셔써 감사한님다. 선생님이 글씨을 알려조서 우리가 빨리 배우개 대써요. 우리는 선생님 바께 없어요. 아참 엄마와 아빠도요. 선생님은 어린이집에서 누가 젤 좋아요? 선생님 건강하새요. 선생님 짱이다. ㅎㅎㅎㅋㅋㅋ 선생님 상랑해요. 그리고 선생님 화낼 때 무서고요. 다정할 때는 차카고요. 선생님 알러뷰!"
김하영 교사에게 "어린이들 가르치는 보람이 무엇인가?"를 묻자 한 어린이를 가리키며 "저 어린이는 발달이 지체되어 처음에는 울기만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틀리더라도 가져와서 고쳐달라고 해요. 그 어린이가 발전해 가는 모습을 바라볼 때 보람을 느낍니다"라고 말했다.
교실 한쪽 구석에는 각자의 이름이 적힌 컵과 소독한 칫솔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0세반 교실에 가니 어린이들이 선생님 품안에 안겨 있거나 놀고 있었다. 담당 교사는 아이들이 "엄마라고 불러요"라며 "워킹맘을 대신해 케어와 놀이를 하며 보호한다"고 말했다.
▲ 왼쪽에 있는 책 <등대와 반딧불이>는 정숙 원장이 지은 책으로 그림과 글이 들어있다. 반면 오른쪽 <등대와 반딧불이>는 정숙 원장의 책을 읽고 어린이들이 쓴 독후활동책으로 다양한 그림과 동시가 들어있다. 원장이 제시한 한 가지 주제에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그림과 동시를 쓴 어린이들의 상상력이 놀랍다 |
ⓒ 오문수 |
▲ 정숙 원장이 지은 <등대와 반딧불이> 글과 그림책을 읽고 이지우 어린이가 쓴 동시가 한 폭 그림처럼 아름답다. 이지우 어린이의 동시 '선물'에 적힌 내용이다. "등대야 심심하지? 내가 하늘에 뜬 달을 주고 싶어. 하지만 키가 작아 닿지가 않네. 미안해 등대야. 내가 소라를 줄게. 그리고 내 마음을 줄게" |
ⓒ 오문수 |
"바다를 품은 여수만의 특성을 살릴 교육활동은 뭘까 고민하다 6개월 프로젝트를 생각해냈죠. <등대와 반딧불이>의 배경은 섬이에요. 엄마 아빠가 고기잡이배를 타고 나간 어느 날 섬에 남은 남매는 바닷가 등대 옆에서 엄마 아빠를 기다리는 데 폭풍우가 몰아쳤어요.
▲ 여수 시민합창제에 참가한 배울학 어린이들은 정숙 원장이 검정 고무신에 꽃그림을 그려준 꽃신을 신고 무대에 올랐다. '꽃길만 걸어라'는 원장의 깊은 뜻이 들어있다. |
ⓒ 정숙 |
"지역 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 줄 알아야 제대로 된 어른이 된다"며 어린이들과 함께 여수시민합창제에 참가하기로 한 그녀는 개량 한복을 입은 어린이들이 신을 검정 고무신을 구입했다.
▲ 수업시간 중에도 자신의 손등에 창의적인 그림을 그린 어린이의 그림이 귀엽다 |
ⓒ 오문수 |
정숙 원장은 상금 1000만 원 중 100만 원을 MBC 희망2022나눔캠페인 모금활동에 기부했다. "어린이들에게 나눔 봉사의 작은 실천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말한 그녀는 요즈음 맘이 편치 않다.
"배울학은 102명 정원에 102명이 다니지만 저출산 시대를 맞이해 운영도 어렵고 폐원하는 이웃 어린이집을 보면 가슴이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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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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