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대형사고의 전조들

한장희 2022. 1. 18.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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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고 전에는 크고 작은 전조가 나타난다.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사고조사위원회나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광주 붕괴 사고의 원인으로 콘크리트 양생 미흡, 현장관리 소홀 등이 꼽힌다.

결과적으로 같은 시공사가 7개월 후 또 참담한 붕괴 사고를 냈으니 광주시의 안일한 건설행정 역시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후 이른바 '학동 참사 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해체 공사의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이라 신축 공사 현장이었던 이번 붕괴 사고와 상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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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희 편집국 부국장


대형사고 전에는 크고 작은 전조가 나타난다.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도 예외는 아니었다. 인근 주민들은 시멘트, 쇠못 등이 고층 공사장에서 떨어지자 수차례 지방자치단체에 민원을 제기했다고 한다. 당시 꼼꼼한 점검과 감리가 이어졌다면 신축 아파트가 어이없이 무너지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다른 사업장 사고까진 막지 못했을 것이다. 대형사고를 불러온 건설현장의 구조적 결함이 이번 현장에만 있었던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사고조사위원회나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광주 붕괴 사고의 원인으로 콘크리트 양생 미흡, 현장관리 소홀 등이 꼽힌다. 건설업계 종사자들은 “콘크리트 구조체의 강도가 제대로 발현되기 위해선 양생 기간이 필요하다. 특히 적정 온도 유지가 힘든 겨울철 공사는 양생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타설한 콘크리트가 단단히 굳기 전에 상층부 골조공사를 무리하게 진행해 붕괴가 일어났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결국 ‘과속 공사’가 사고로 이어졌다는 분석인데 사실 이는 건설현장의 구조적 문제, 즉 불공정 관행과 맞물려 있다. 한 중소 건설업체 대표는 “공기가 길어지면 이익을 맞추기가 어려워진다”고 털어놓았다. 원청업체인 대형 건설사의 ‘가격 후려치기’에 최대한 현장공사비를 줄여야 하는 하도급 업체들은 추가 비용을 털어내기 위해서라도 공사를 서두를 수밖에 없다. 입주일이 정해져 있는 아파트 공사의 경우 이 같은 현상이 더 심하다. 특히 직전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하면 다음 공사를 하지 못할 정도로 자금 상황이 넉넉지 못한 하도급 업체들은 공기를 줄이고 값싼 자재를 쓰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인부들에게 기간이 아닌 작업 단위로 보수를 줘 단축 공사를 유도하기도 한다. 결국 하도급 불공정 관행의 정도에 비례해 부실 공사, 날림 공사 가능성은 커지게 돼 있는 것이다.

공사 감리업체의 책임도 무겁다. HDC현대산업개발이 과속 공사, 부실 공사의 원인이 된 불공정 하도급 거래의 단골 제재 대상이었음을 감안하면 더 주시했어야 한다. 사고의 전조는 현장에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착공한 지 1년이 넘도록 하도급 업체에 계약서를 발급해주지 않는가 하면 하도급 대금 지급 법정시한을 넘겼음에도 지연이자 등을 지급하지 않아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앞서 중소벤처기업부는 총 257개 하도급 업체에 건설을 위탁한 뒤 선급금과 하도급 대금 등을 늦게 지급하고 지연이자를 주지 않은 현대산업개발의 고발을 공정위에 요청하기도 했다. 가장 큰 전조는 광주 학동 재개발 철거 건물 붕괴 참사였다. 결과적으로 같은 시공사가 7개월 후 또 참담한 붕괴 사고를 냈으니 광주시의 안일한 건설행정 역시 비판받아 마땅하다.

사고 이후 현대산업개발 주가는 급락했다. 일부 재건축 조합이 계약 취소를 검토하는 등 타격이 현실화하자 정몽규 회장은 17일 사고 책임을 지고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경영진의 형사 책임을 묻긴 힘들어 보인다. 앞서 학동 붕괴 사고와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9명이 기소됐지만 현장소장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은 모두 하도급 관계자였다. 이후 이른바 ‘학동 참사 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해체 공사의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이라 신축 공사 현장이었던 이번 붕괴 사고와 상관이 없다. 또 인명 사고가 나면 경영자까지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부터 시행되지만 이번 사고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땜질식 처벌 강화는 해법이 아니다. 불공정 하도급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한 위험은 항상 도사린다.

한장희 편집국 부국장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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