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몽규 회장, 경영책임 벗어나려는 도피성 사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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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화정아이파크 참사를 일으킨 현대산업개발의 정몽규 회장이 17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비슷한 사고를 낸 터라 재발 책임을 지는 거라고 주장했지만, 그의 사퇴는 '도피'에 더 가까워 보인다.
정 회장의 사퇴 발표에 화정 피해자 측에선 "회장은 빠지겠다는 거지?"라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더욱이 대주주로서 HDC그룹 회장직은 유지할 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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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화정아이파크 참사를 일으킨 현대산업개발의 정몽규 회장이 17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비슷한 사고를 낸 터라 재발 책임을 지는 거라고 주장했지만, 그의 사퇴는 ‘도피’에 더 가까워 보인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재개발 사업에서 철거 중 붕괴 사고를 일으켜 9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했다. 불과 7개월 만에 벌어진 신축 붕괴 사고는 6명의 사망·실종 참사를 낳았다. 철거도 붕괴, 신축도 붕괴로 이어진 현대산업개발은 총체적 불신에 맞닥뜨렸다. 전국 수십 곳에서 진행 중인 이 회사의 공사 현장마다 안전 우려와 의구심이 분출하고 있다.
정 회장의 사퇴 발표에 화정 피해자 측에선 “회장은 빠지겠다는 거지?”라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직접 책임져야 할 사태 수습을 임직원에게 떠넘긴 채 회피하려 한다는 의혹만 증폭시켰다. 더욱이 대주주로서 HDC그룹 회장직은 유지할 거라고 한다. 기업의 이권과 영향력은 그대로 보유한 채 골치 아픈 자리에서 잠시 벗어나는 게 어떻게 책임지는 조치일 수 있는가. 이는 정 회장이 아직도 국민과 소비자를 우중(愚衆)으로 여긴다는 방증일 수밖에 없다.
정 회장이 기업인으로 계속 활동하려면 사태 수습의 책무를 스스로 감당해야 할 것이다. HDC그룹이 재계의 일원으로 존속하길 원한다면 기업 존폐를 걸고 신뢰 회복의 길을 걸어야 할 것이다. 다음 주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했을 때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우려가 컸는데, 효용이 더 클 수도 있음을 정 회장이 입증한 셈이 됐다. 대기업 오너가 이런 식으로 중대한 경영책임을 회피하고 빠져나간다면 신뢰가 생명인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 다 함께 추락할 수밖에 없다. 현대산업개발이 이 사태를 어떻게 만회하느냐, 그 과정에서 정 회장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느냐는 일개 재벌 기업의 존망을 넘어 코리아 브랜드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그 움직임을 정부와 당국은 주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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