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코멘터리] 녹취록으로 본 김건희
1.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 녹취록이 연일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16일 MBC가 처음 보도한 이후..당초 녹취록을 제공했던 유투버(서울의소리)에서 17일 추가로 공개했습니다. 친정부성향 인터넷매체인 오마이뉴스도 따로 확보한 일부를 공개했습니다. 서울의소리는 ‘추가공개’를 약속했습니다. 7시간 분량이라지만..어지간한 내용은 이미 다 나온듯 합니다.
2. 해석은 제각각이지만..녹취록은 김건희라는 인물을 잘 보여줍니다.
첫째, 김건희는 매우 적극적입니다. 서울의소리 취재진(이명수)이 접근해오자 자기편으로 만들려고 애씁니다. 처음엔 어머니 재판 관련 정보를 얻으려는 듯했고, 나중엔 진보매체 내부정보를 얻으려 합니다. 이명수는 이런 정보를 제공할듯 접근했으며, 실제로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돈으로 보상합니다. ‘강연’을 요청하고..30분 강연에 105만원을 줍니다. 자기 캠프로 오라며 ‘1억원 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권력으로 누릅니다. ‘권력이 무섭다’며 ‘내가 되면 동생(이명수)이 호강하지’라고 말합니다.
3. 둘째, 이런 적극성 탓에 과정상 윤리ㆍ도덕에 소홀합니다.
취재진이 취재원으로부터 돈을 받거나, 취재목적과 무관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취재원의 동의 없이 녹취해 타언론에 제공하는 것 등은 모두 취재윤리에 어긋하는 행위입니다. 이명수가 문제입니다. 그러나 같은 맥락에서..취재원이 취재진에게 돈을 주거나, 취재와 무관한 정보를 요구하는 것 역시 윤리적으로 옳지 않습니다.
4. 셋째, 김건희는 보수남성색이 강합니다.
‘미투(Me Too)’관련 발언이 그렇습니다. 가해남성이 ‘돈을 안주었기에’ 피해여성이 미투했다는 주장입니다. 편향된 가해자 보수남성의 시각입니다. 윤리나 도덕, 범죄의 문제를 돈으로 재단하는 사고방식은 이번 녹취록에서 가장 결정적인 문제발언입니다.
5. 넷째, 김건희는 음모론적 시각으로 정치판을 봅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미투로 물러난 것이나 조국 전 민정수석이 법무장관에서 낙마한 것들을 모두 여권 내부의 권력투쟁으로 해석했습니다. ‘적은 내부에 있다’는 메시지는 그럴듯하며,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지만..안희정ㆍ조국 사건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문빠가 죽였다’는 해석엔 무리가 있습니다.
6. 다섯째, 김건희는 자기확신에 차 있습니다.
운명론적 인생관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의 정계투신과 대선출마를 ‘운명’또는 ‘시대정신의 작용’으로 봅니다. 본인 스스로 운명철학에 정통하다고 자랑합니다. 대선승패 여부도 ‘알고 있다’고 믿지 않을까요..
7. 마지막으로..그러다보니 말에 거침이 없습니다. 화끈하고 솔직한 느낌입니다.
그런 점에서 김건희는 이번에 ‘줄리 의혹’을 확실히 털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엄마가 돈도 많고, 뭐가 아쉬워 자기 딸을 팔아’라는 항변이 직설적인만큼 호소력 있습니다.
8. 그러나 말이 많으면 실수가 잦기 마련입니다. 더욱이 김건희의 발언은 대권후보 배우자의 문법이 아닙니다.
다행히 녹취는 모두 12월 26일 김건희의 대국민사과 이전 일입니다. 김건희는 당시 사과문에서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칼럼니스트〉
2022.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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