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어른들이 보고 싶다
[화성시민신문 안지은]
▲ '갑자기 보고 싶어' 글 기무라 유이치, 그림 다케우치 츠우가, 옮김 한귀숙/키위북스 |
ⓒ 화성시민신문 |
나는 온종일 사람들과 이 그림책 이야기를 하고 싶은 심정이다. 너도 그런 생각 들더냐고, 겹치는 구석이 있을 때마다 손뼉 치며 맞장구 놓고 싶다. 혹여 내가 알아채지 못한, 이 책이 품고 있는 다른 생각할 거리가 있다면, 놓치지 않고 확보하고 싶다.
다양하게 해석되고, 함께할 이야기가 풍성한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고 한다면, <갑자기 보고 싶어>는 나에게 좋은 작품이다. 나는 이 책으로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다. 하지만 다 늘어놓으면, 어느 하나 눈에 덜 뜨일까 염려되어 눈물을 머금고 두 가지로 추린다.
한 가지는 이 책의 주제.
살쾡이에게 맞선 아빠 쥐의 모습에서 아버지의 사랑을 느낀다면, 아이는 이 책을 충분히 이해한 것이다. 새끼 쥐로 감정 이입을 한 모든 아이가 어렵지 않게 느낄 주제이다. 나아가 아빠 쥐의 자식 사랑이 험한 꼴로 끝나지 않게 "이렇게 무서운 쥐는 난생 처음 보는군!" 소리치며 도망간 살쾡이의 마음까지 헤아린다면, 작가인 기무라 유이치가 기뻐할 게 분명하다.
다른 한 가지는 아빠 쥐가 된 아이들에 대한 생각. 나는, 저보다 작은 동생을 등 뒤로 물리고 형아들 앞에 선 아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위험한 광경이 펼쳐지면 자기 애착 인형의 눈을 서둘러 가려 주는 아이도.
아빠 쥐에게 새끼 쥐가 그러하듯 아이에게도 소중한 게 있다. 소중한 것을 지키고 싶은 마음은 두려움을 극복하게 하고 아픔을 감내하게 한다. 강도의 차이가 있지만 아이들은 자주 이런 순간을 맞닥뜨리고, 그때마다 온 힘을 다해 지키고자 한다. 하지만 아이의 온 힘은 물리적으로 너무 작아서, 맞서는 모든 것이 살쾡이 급이다. 그래서 '아주아주' 애를 써야 한다.
작고 나약한 존재가 안간힘을 쓰는 광경은 애처롭다. 그래서 곧잘 저지하게 되고, 구출해 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고비에서, 자기의 안간힘이 소중한 것을 지키는 결과를 얻는 경험은 아이에게 꼭 필요하다. 제 힘으로 고비를 이겨낸 작은 성취가 삶의 더 큰 파도에도 좀 더 거세게 부딪히는 원동력이 된다.
우리는 새끼 쥐나 살쾡이가 되어야 한다.
새끼 쥐도 언젠가는 아빠 쥐가 살쾡이보다 약하고, 절대로 바꾸지 못하는 힘의 차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되겠지. 하지만 그것을 알고 모름이 중요한 것 같지 않다. 전적인 믿음, 그것이 얼마나 놀라운 진전을 이루어 내는가를 따져봐야 한다. 어렵지 않은 시도도 누군가의 비난이나 불신이 더해지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새끼 쥐가 단 한마디라도 의심스러운 언급을 했다면 아빠 쥐가 맞설 수 있었을까? 아빠 쥐의 용기의 8할은 새끼 쥐의 전적인 믿음이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살쾡이도 그러하다. 턱도 없는 게 뻔해 보이지만, 최선을 다하는 자세와 그 가치를 인정하는 것, 그리고 물러나 주는 것, 져 주는 것, 자기 본능과 욕심대로만 하지 않는 것. 이것이 아량이 아닐까? 우리는 결과가 신통치 않아 보이면, '해 봤자 안 돼', '너는 못 해' 하며, 아이들에게 너무 쉽게 무안 주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되든 안 되든 온 힘을 다해 안간힘을 쓰고 아이를 기다려주는 것만으로도 아량 넓은 어른이 될 수 있는데도.
소중한 것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작은 아이의 몸속에서 무한대로 품을 넓힌다. 갖고 싶은 장난감 앞에서 주저하는 아이의 마음은, 소중한 부모를 행여 아프게 하고 싶지 않은(부담 주고 싶어 하지 않는) 해량이다. 우리, 어른의 큰 몸속에 너무 좁은 마음을 가지고 살지는 않았나. 아이는 생각보다 훨씬 훌륭하다. 그런 훌륭한 아이가 안간힘을 쓸 때는 살쾡이와 분투 중인 거다. 새끼 쥐처럼 살쾡이처럼, 아이처럼 믿어 주고, 기다려 주고, 주저해도 좋지 않을까.
이런 어른들, 갑자기 보고 싶어.
최선책 책방지기 안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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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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