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7일 만에 현장 찾은 정몽규.."다 필요없다 실종자 데려와라" 가족 울분

진창일 2022. 1. 17.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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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예정자·주민·상인도 "책임부터 지고 사퇴해라"

“다 필요 없으니 저희한테 (실종자) 데려다주란 말이에요.”

17일 오후 4시40분쯤 광주광역시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던 가족대기소 천막에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들어서자 흐느끼는 소리와 함께 울분에 찬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7일 만에 가족 앞에선 정몽규 회장


17일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이후 7일 만에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을 찾은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실종자 가족 대기장소로 향하고 있다. 양수민 기자

정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용산 사옥에서 “광주 사고 피해자 가족과 국민께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며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후 지난 11일 붕괴사고 이후 7일 만에 광주 붕괴사고 현장을 찾았다.

정 회장은 이날 피해자 가족들에게 “(실종자 구조를 위해) 모든 걸 다하겠다” “피해보상을 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가족들의 반발로 10여분 만에 천막에서 빠져나왔다.

실종자 가족들은 정 회장을 향해 “벌써 일주일 허송세월이 지났다”, “실종자 구조작업에서 손을 떼라”, “우리한테 고개 안 숙여도 되고 실종자를 찾아와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가족들 “책임부터 져라”


17일 오전 붕괴사고가 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에서 실종자 가족 대표 안모씨가 이날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데 대해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앞서 실종자 가족들로 구성된 ‘피해자가족협의회’는 정 회장의 기자회견 직후 “사과 따위는 관심 없다”라면서 “(정 회장이) 물러나는 것은 자유지만, 실질적 책임을 져야 하고 지금 물러나는 것은 가식이자 면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었다.

사고현장에서 정 회장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피해자 가족들은 “정 회장은 법적 처벌을 피하기 위해 대형 로펌을 선임한 것도 모자라 사고 현장에 코빼기조차 보이지 않았다”며 “현대산업개발은 가족들이 울분을 토해야 억지 사과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실종자 가족들에게 사과한 뒤 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 나서 “지난해 여름과 올해 1월 11일 사고 때문에 광주에 커다란 누를 끼쳐 책임지고 사퇴했다”면서“오늘 내려온 이유는 사퇴한다더라도 책임이 면해진다고 생각하지 않아서다”라고 했다.


입주예정자·주민·상인들도 분통


17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푹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에서 소방당국 등 관계자들이 크레인을 타고 사고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하지만 정 회장의 사과 발언은 “사고를 수습하고 사퇴하라”는 화정동 붕괴 아파트 입주예정자들과 인근 주민·상인들의 함성에 묻혔다. 이들은 사퇴 의사를 밝힌 정 회장이 사고현장을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와 “(정 회장이) 모든 법적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정 회장이 사고 현장을 떠난 뒤 이어진 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추가 실종자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지난 14일 실종자 1명이 사망한 채 수습된 지하 1층을 비롯한 지하층 수색을 마쳤지만, 추가 피해자를 찾지 못해 죄송하다”고 전했다.

지하와 지상 주차장 잔재물 제거 작업은 완료됐지만, 나머지 실종자 5명이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 내부 수색은 언제 시작될 수 있을지 결론조차 나지 않았다.

사고수습본부는 “140여m 규모 타워크레인 추가 붕괴 위험성 때문에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상층부 수색은 안전에 대한 전문가 논의가 끝나야 하므로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했다.

광주광역시=양수민 기자 yang.sumin@joongang.co.kr 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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