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V토크] OK금융그룹 조재성은 거짓말쟁이?
프로배구 OK금융그룹 조재성(27)은 김세진, 박철우, 서재덕 이후 오래간만에 나온 왼손 거포다. 17일 현재 득점 11위, 공격종합 7위, 서브 7위로 국내 선수 중에선 최고의 득점력을 갖췄다. 훤칠한 외모에 파괴력 있는 스파이크를 날려 여성 팬들이 많다.
최근 용인에 위치한 연습체육관에서 만난 조재성은 뻔뻔한 거짓말을 했다. "제가 잘 생겼다구요? 아닙니다." 하지만 '데이터'는 다르다. 구단 관계자는 "팀내 유니폼 판매량 1위가 조재성"이라고 귀띔했다. 김세진 전 감독이 고정 출연했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땐 패널들로부터 '배구선수들은 얼굴 보고 뽑느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
조재성은 '팀에선 누가 잘 생겼냐'는 질문을 던진 후에야 "우리 팀에선 내가 제일 낫다. 그래도 진짜 잘 생긴 건 고교 선배인 문성민(현대캐피탈) 형이다. 나는 표정이 밝고, 다양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조재성은 선천적인 왼손잡이다. 배구도 야구만큼은 아니지만 왼손잡이만의 강점이 있다. 특히 세터는 오른손 공격수들에 공을 올려주는 자세 때문에 왼손이 유리하다. 2단 공격을 할 때도 몸을 조금만 돌리면 돼 성공률이 높다. 조재성은 "글쓰기만 오른손으로 한다. 중학교 때까지는 세터였는데 공격수로 전향했다"고 말했다.
왼손잡이 공격수는 왼쪽에서 때릴 때보다 오른쪽에서 때릴 때 성공률이 높다. 공중에서 몸을 젖히면서 스파이크를 할 때 더 큰 각도를 낼 수 있다. 토스가 짧을 때도 대처하기 쉽다.
다만 주로 오른쪽에서 때리는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는 리시브를 하지 않기 때문에 공격에 집중한다. 그러다보니 이 포지션은 외국인선수들이 대부분 차지할 수 밖에 없다. 조재성도 대학 때까진 활약했지만 프로에 와서는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조재성은 왼손잡이지만 공격 각도를 내기 어려운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로 뛰어야 했다. 서브 리시브 연습도 많이 했다. 조재성은 "리시브를 처음으로 해보는 거라 '포기해야 하나' 생각도 했다. 부담감에 수비도, 공격도 안 됐다. 그래도 뚫어내야 한다는 각오로 버텼다"고 했다.
2019~20시즌 OK금융그룹은 외국인선수 부상으로 고생했다. 하지만 조재성이 그 공백을 잘 메웠다. 지난 시즌엔 펠리페와 조재성이 힘을 합쳐 봄 배구에 나섰다. 이번 시즌엔 레프트인 레오가 영입되면서 쌍포로 활약하고 있다. 상대가 강서브를 넣을 땐 라이트지만 서브리시브에도 참여한다.
조재성은 "내가 리시브를 하면 레오가 공을 하나라도 더 때릴 수 있다. 그래서 더 하고 싶은데 감독님이 '(차)지환이도 있고, (정)성현이 형도 있으니까 필요할 때만 받으라'고 하셨다"고 웃었다.
조재성은 프로에 온 뒤 두 명의 지도자를 만났다. 같은 왼손잡이인 김세진 감독이 그를 뽑았고, 석진욱 감독은 코치 시절부터 함께 했다. 조재성은 "감독님은 오래 나를 봤다. 신인 때부터 '설렁설렁하거나 상체를 움직이지 말라'는 거였다. 난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선배들에게 물어봐도 그렇더라. 그래서 고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OK금융그룹은 레오가 발목 부상을 당한 사이 연패에 빠졌다. 하지만 16일 경기에선 8연승을 달리던 우리카드를 잡고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조재성은 "내가 없어도 팀은 들어간다. 하지만 내가 잘 해서 단단해질 수 있다면 뭐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내 위치에서 볼을 많이 때리니까 실수를 해도 빨리 잊어버리려고 한다"고 했다.
지난 시즌 OK금융그룹은 4위로 포스트시즌에 나섰고, 플레이오프까지 올라갔다. 조재성은 "5년 만에 처음이었는데 새로웠다. 자극을 많이 받아서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지금 상황이 힘들지만 기회라고 생각한다. 잘 뭉쳐서 OK만의 배구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용인=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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