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51, 이재명-윤석열 '동선의 정치학'

전진영 2022. 1. 1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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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으로 얻은 표보다 발로 얻은 표가 정직하다

[아시아경제 전진영 기자, 박준이 기자] 대선후보가 어느 곳을 방문하고 누구를 만나는가를 살펴보면 후보의 선거 전략 뿐 아니라 집권 후 국정 운영 방향을 가늠하는 데도 유용하다. 대선을 51일 앞둔 현 시점에서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가 각자 당에서 대선후보로 결정된 이후 보여준 이동경로와 접견 인사의 면면을 분석해봤다. 두 사람은 정반대의 이념 지형을 대표하지만 서로 ‘우클릭·좌클릭’한 행보 때문에 차별성보다는 유사성이 많이 관찰된 게 특징이다.

李 PK·TK 3회, 尹 광주 2회
각자의 험지서 대선일정 시작
대선 다가올수록 수도권 집중

◇李, 부울경 VS 尹, 호남서 첫발…결국 수도권에서 만났다= 두 후보는 첫 일정을 공히 정치적 텃밭이 아닌 ‘험지’에서 시작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매주 버스를 타고 지역을 가는 ‘매타버스’ 첫 일정으로 PK(부산·울산·경남)를 찾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호남을 택했다. 이 후보는 후보 선출 이후 세 번의 일정을 PK와 TK(대구·경북)에서 보냈다. 새해도 부산 신항에서 맞았다. 험지뿐만 아니라 오지까지도 다니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역대 대선후보가 다녀가지 않았던 오지에도 후보가 가서 국민의 말씀을 들으려 한다"고 전했다.

반면 윤 후보는 첫 일정으로 광주를 택하며 ‘호남 구애’에 집중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직후 첫 지역 일정도 같은 곳이었다. 지금까지 총 2회 호남을 방문했는데, 두 번째 방문은 앞서 방문에서 불거진 ‘전두환 전 대통령 옹호 발언’ 논란을 만회하기 위함이었다. 중도층 표심 공략을 위해 충청권에도 힘을 실었다. 그는 특히 "충청은 제 뿌리"라며 ‘충청대망론’을 내세우며 충청 지역만 3회 방문했다.

대선이 가까워오면서 두 후보 모두 수도권 표심 집중 전략을 펴고 있다. 이 후보는 매타버스 ‘시즌 2’로 서울을 지하철과 버스로 돌아다녔다. 노후 아파트가 많은 노원구 상계동을 찾아 재건축 규제 완화를 약속하기도 했다. 윤 후보는 새해 첫날 해맞이 지역으로 인천을 택했으며 지난 10일에도 인천 선대위 출범식과 함께 인천 광역고속철도(GTX) 건설 등 지역 현안에 집중했다.

두 후보 모두 경제 이미지 강조
李 스타트업·대기업 등 방문
尹 공단·산단 등 현장 자주 찾아

◇비슷한 듯 다른 듯 ‘경제행보’= 두 후보 모두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중도 표심을 겨냥하며 ‘당 색깔’을 벗기 위한 행보에 초점을 맞췄다. 이 후보는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망라한 경제행보를 보이고 있다. 스타트업·벤처 기업인들과 간담회도 수차례 열었다. 대우조선 노조 경영진 타운홀 미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간담회 등을 통해 노사 현안 해결에도 나섰다. 무엇보다 기업친화적 행보를 강조하는 점이 눈에 띈다. 이 후보는 대한상공회의소, 삼성경제연구소, 현대경제연구원을 방문했다. 지난 12일에는 10대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현안을 청취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공정 경제’를 내건 윤 후보는 지역 방문 때마다 산업계 방문 일정을 꼭 넣는다. 대기업 중심의 행보를 보이는 이 후보와 달리, 공단이나 연구단지 등 주로 현장에 집중하는 편이다. 대덕연구단지(대전),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충북), 광주AI데이터센터(광주), 남동공단 중소기업(인천), 봉암공단 기업협의회(창원) 등 각 지역 특화 산업단지를 순회하며 노동 개혁, 기업 지원 등을 약속했다.

李 마이클 센델과 공정 대담
尹 사건 관련 시민 만남도 화제

◇후보 ‘정체성’ 강조하는 이색만남도 눈길= 이 후보는 지난해 12월21일 ‘정의란 무엇인가’ 저자 마이클 샌델과 공정을 주제로 대담을 가졌다. 매타버스 경북 일정 순회 중에는 독도를 찾으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독도 경비대와 영상 통화를 진행하기도 했다. ‘공정’이란 시대적 화두를 윤 후보 측이 선점하도록 방치할 수 없다는 의지와, ‘안보와 국익’에도 공을 들이는 후보란 점을 강조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반면 윤 후보는 지역 방문 때 특이한 인물을 선정해 만남을 갖는 방식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특정 사건과 관련된 시민을 직접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전략으로, 단순한 ‘공약’ 발표보다 진정성이 묻어난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달 강원도 방문 때는 흉기난동범을 맨손으로 제압한 전중현·변정우씨를 면담했다. 지난 14일 창원에선 무료 예식 봉사를 하는 백낙삼·최필순씨도 만났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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