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루·발기부전, '약'만 써서는 치료 안 됩니다" [헬스조선 명의]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2022. 1. 17.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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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성의학 명의' 강동우성의원 강동우 원장

 

섹스는 삶의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적 만족을 삶의 행복에 중요한 지표로 인정하고 있다. 코로나 2년,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이 늘면서 성적인 만족이 늘었을까? 국내 손꼽히는 성의학 명의 강동우성의원 강동우 원장을 만나 코로나 시대 성생활과, 원활한 성생활을 방해하는 성기능 장애의 모든 것에 대해 들었다. 강동우 원장은 ‘성의학’이라는 개념을 국내 처음 도입하고, 17년 간 성기능 장애 환자만 치료한 전문가이다.

강동우성의원 강동우 원장/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코로나가 성생활에 영향을 미쳤을까?

부부관계와 관련해 재미있는 설이 있다. 불황에 부부 사이가 바뀐다는 점. 코로나 유행으로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사이가 좋아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새로운 감정이 싹트기도 하지만, 오히려 갈등이 증폭될 수도 있다. 함께 하는 시간에 부부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장시간 같이 생활하다 보면 파국을 맞이할 수도 있다. 코로나 시기가 부부에게는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정상적인 섹스의 기준이 있나?

먼저 섹스를 꼭 몇 회 이상 해야 하는 기준은 없다. 다만 섹스리스의 기준은 있다. 섹스를 월 1회 이하 할 때 섹스리스에 해당한다. 섹스리스는 부부 사이 애정 문제, 건강 문제의 신호로 봐야 한다. 섹스 시간의 경우 삽입 성행위를 30분, 1시간 한다고 자랑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허풍’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국내외 연구에서 정상 삽입 성행위 시간은 5~7분이다. 평균은 5.4분이다. 이에 많이 못 미치면 조루, 너무 오래하면 지루에 해당한다.

-성기능 장애란 무엇이며, 어떤 것들이 있나?


남성 성기능 장애는 조루가 가장 많다. 그 다음은 발기부전, 지루 순이다. 조루는 사정이 너무 빠른 것으로, 삽입 성행위 시간이 3분이 안될 때 해당한다. 유병률이 30%나 된다.

발기부전은 발기가 안 되거나 유지가 안 되는 상태를 말한다. 자위를 할 때 발기가 잘 돼도 상대방 앞에서 발기가 잘 안된다면 발기부전이다. 처음에 발기가 잘 되다 섹스 중간에 풀리는 것도 발기부전이다. 발기부전 유병률은 20~30%다.

지루는 사정이 잘 안되고 삽입 성행위 시간이 15~20분 이상 길어질 때를 말한다. 지루는 조루나 발기부전보다 훨씬 적다. 1~3% 유병률을 보인다. 지루는 환자 수도 적고, 치료가 안 된다는 생각에 환자들이 좌절을 많이 하는데,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

여성은 성욕저하, 성교통, 불감증, 분비장애 순으로 많다. 여성의 경우는 성기능 장애가 하나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분비장애가 있는 여성은 성교통을 느끼고 성욕저하에 빠질 수 있는 것. 여성은 30~40%가 성욕저하를 호소한다. 성욕저하가 있는 여성은 우울증이 동반된 경우가 많다. 그밖에 분비장애, 성교통, 불감증은 20~30%에서 나타날 수 있다. 남성은 오르가즘을 매번 느끼는데 반해 여성은 그렇지 않다. 오르가즘을 느낄 확률은 25% 정도. 4번에 1번 정도만 느껴도 불감증이 아니다. 그것도 꼭 삽입 성행위를 통해서만 오르가즘에 도달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전희, 후희에 다른 성행위도 중요하다.

-성기능 장애는 왜 생기나?

성기는 장애는 무 자르듯이 딱 신체, 혹은 심리 문제만으로 생기지는 않는다. 혈관·호르몬·비뇨기 등 신체적인 문제와 함께 성격도 영향을 미친다. 내성적인 성격, 자폐적 성향,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이 성기능 장애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심리적인 문제, 인간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일례로 신체적인 문제로 성행위에 한번 실패를 했다고 치자. 다음에 성행위를 할 때 또 실패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수행 불안'이 뒤따른다. 신체적인 원인 제거와 함께, 심리적인 재활 치료도 같이 해야 하는 것이다.

-성기능 장애 치료, 어떻게 하나?

성기능 장애가 생겼다면 심신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닐까 적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성기능이 예전 같지 않다면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 대사증후군이 생긴 것은 아닌지 건강 이상을 살펴야 한다. 혹은 부부 사이에 감정적으로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염두에 둬야 한다.

성기능 장애는 너무 복잡하고 섬세한 질환이다. 단순하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 발기가 안 된다고 비아그라만 처방하는 것은 게으른 치료 행태다. 발기 약은 보조적인 치료다. 발기 약을 쓰다가 안 듣게 되면 발기 주사를 놓아야 되고 발기 주사가 안 듣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 발기 약은 현상에 대한 치료일 뿐 ‘원인 치료’는 아니다. 오히려 원인을 방치하게 될 수도 있다. 성기능 장애의 치료 원칙은 원인을 찾아 치료를 하는 것이다. 신체, 심리, 인간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성기능 장애를 개선할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신체, 심리, 인간관계 등 근본 원인을 찾고 종합적인 처방을 통해 치료가 시작된다. 치료는 일종의 ‘재활’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마치 부상을 당한 운동 선수가 재활을 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원인을 개선하면서 성 반응의 균형을 찾아가는 기법을 쓴다. 치료 후 새로운 리듬으로 성기능이 점점 정상화되는지 살핀다. 90%의 환자가 효과를 본다.

한편, 성기능 장애는 성기 장애가 아니다. 성기에 칼을 대고 음경 확대술을 하기도 하는데, 성기가 확대된다고 성기능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 성기 확대와 발기력은 상관이 없다. 콤플렉스를 줄이는 차원에서 도움이 될 뿐이다.

강동우성의원 강동우 원장/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성기능 장애는 꼭 치료해야 하나?

치료를 해야 개선된다. 그런데 국내 성의학 전문가가 크게 부족하다. 의대에서 성의학을 제대로 배우지 않다보니 현재 비뇨의학과, 산부인과에서 성기능 장애 환자를 조금씩 보는데, 주로 성기능 장애를 유발하는 비뇨기 질환 위주로 치료를 하고 있다. 앞서 얘기했듯이 성기능 장애라는 것은 신체적인 요소 외에 심리적인 케어도 중요하기 때문에 종합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 성기능 장애가 있으면 치료보다는 정력에 좋은 음식부터 찾는 사람이 많다. 장어, 보신탕 등의 음식은 영양실조 시대에나 좋았던 음식이다. 지금 영양과다 시대에서는 더이상 정력 음식이 아니다.

또 흔히 착각하는 게 운동을 하면 성기능 장애가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운동이 기본적으로 건강에 좋은 것은 맞는다. 그러나 이미 성기능 장애가 있는 상태에서 운동만 한다고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자위를 끊으면 성기능이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오해다. 음경 해면체가 손상될 정도로 심한 압박 자위를 하는 것이 아닌 이상 자위는 성기능 장애와 큰 관련이 없다.

-고령의 성생활에 대한 조언을 한다면?


나이가 들면 성기능이 남아있지 않거나, 배우자가 성생활을 받아주지 않는 등 젊을 때와는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노년에는 격렬한 성행위를 하지 않더라고 가벼운 포옹, 애무, 키스 등 스킨십을 통해 과거 행복했던 부부관계를 회상하고 감정에 젖어드는 것만 해도 성행위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부부 사이에 친밀감은 높아지고 옥시토신 호르몬 등이 나온다. 옥시토신은 진통 효과와 함께, 행복,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호르몬이다. 과거와 달리 성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좌절할 필요가 없다. 

-중장년층, 청년층에게 성생활 조언을 한다면?


45~50세 중년이 되면 남녀모두 갱년기를 겪는다. 예전 같지 않을 때 좌절하기 쉽다. 간혹 아내 탓, 남편 탓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자신이 시들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일부 중년 남성들은 젊은 여성과 관계를 맺으면 '회춘'할 수 있다고 기대를 하는데, ‘착각’이다. 갱년기 이후에도 30~40년을 살아야 한다. 인생의 전환점인 갱년기에 부부 사이가 더 좋아야 한다. 중년에 원활한 섹스를 하기 위해서는 건강 관리가 필수다.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을 잘 다스려야 하고, 필요하면 호르몬 치료도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

젊은층에서는 요즘 비혼주의가 급증하고 있는데, 혼자 살고 '혼밥' '혼술' 하는 것이 간편할 수는 있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가장 기초 사회가 부부다. 성행위는 정력, 쾌락의 문제가 아니라 동반자와의 친밀한 관계 행동이다. 결혼을 하지 않으면 당장은 편할 수 있지만 나중에 공허함과 고독에 휩싸일 수 있다. 남녀 사이에 친밀한 관계를 갖기가 유독 어렵다면, 결혼을 이유 없이 기피한다면 전문가와 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한다.

-성기능 장애를 예방하는 방법은?


성기능은 건강의 상징이다. 여러 각도로 건강을 잘 다스려야 한다. 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행동이 기본인데, 성기능 장애 예방에 가장 좋은 습관은 '유산소 운동'이다. 17년 간 국내에서 수많은 성기능 장애 환자를 진료했지만 현역 축구선수는 단 한명도 없었다. 축구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다. 유산소 운동이 좋은 이유는 결국 ‘혈류 순환’ 때문이다. 남성의 발기, 여성의 윤활성 물질 분비도 혈류와 관련이 있다.

강동우성의원 강동우 원장/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섹스리스 개선법은?


전세계에서 섹스리스 부부가 가장 많은 나라가 한국과 일본이다. 월 1회 미만으로 섹스를 하고 있다면, 부부 사이에 금이 가고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이 친밀 관계 문제인지 건강 문제인지 파악을 해야 한다. 부부 사이에 섹스가 재미가 없다며 포르노를 보는 등 야한 방법을 찾으려고 하는데, 큰 도움은 안 된다. 사랑하는 존재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성매매 업소를 전전하고, 새로운 경험을 한 것이 마치 남자들의 세계에서는 대단한 일인 것 마냥 생각을 하는데, 역시 성기능 장애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평생 같이 해야 할 동반자와 함께, 성기능 장애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고민하자. 새로운 성감대, 체위, 다양한 자극 등을 고민하고 시도해 본다. 야한 속옷을 입고 포르노를 보고 여행을 가서 분위기를 바꿀 필요는 없다. 현재 사는 우리 집에서 어떻게 성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지 생각하자. 자녀와는 잠자리는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 이런 노력에도 개선이 안 되면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강동우 원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강동우성의원 원장이다. 정신의학과 전문의로, 당시 의대에서는 성의학을 가르치지 않아 2003년 미국 킨제이 성 연구소에서 1년간 한국 의사 최초로 연수를 받았다. 그 다음 해에는 미국 보스턴의대 성의학 연구소에서 연수를 받았다. 킨제이 연구소에서는 성의 정신과 영역에 대해서 공부를 했고 보스턴 의대에서는 비뇨의학에 대해 배웠다. 이런 배경 덕분에 정신건강의학과, 비뇨의학과, 부부 치료, 성격장애 등 성기능 장애와 관련된 각 분야를 통합한 처방을 하고 있다. 2005년 한국에 돌아와 강동우성의원을 개원하고 17년간 성기능 장애 환자에게 근본적인 ‘원인 치료’를 하고 있으며, 신문 칼럼,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성의학에 대해 널리 알리고 있다. 국제여성성의학회 여성 성기능장애 의학 교과서의 결론파트를 집필한 이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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