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기업' 낙인 현대산업개발..'외도' 결말 앞둔 정몽규

김두용 2022. 1. 17.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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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외도와 미련 탓 본업인 건설 시공 능력 하락
'NO 아이파크' 운동 움직임, 그룹 이미지 밑바닥 추락
정몽규 HDC그룹 회장. 연합뉴스

연이은 ‘붕괴 참사’를 일으킨 HDC현대산업개발에 ‘주홍글씨’가 새겨지고 있다. ‘NO 아이파크’ 구호까지 번지며 1999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그룹의 핵심인 건설 본업을 챙기는 것보다 ‘외도’에 대한 집착과 미련을 버리지 못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벼랑 끝에 서게 됐다.

잇단 대형 참사 대책은 뒷전

16일 업계에 따르면 정몽규 회장이 조만간 ‘제2의 학동 참사’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 광주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2단지 201동 공사장에서 23~38층 바닥과 외벽이 붕괴되는 사건에 대한 사과다. 인부 6명이 실종되는 대형 참사에 온 국민이 분개하고 있다.

특히 광주 시민들에게 지난해 6월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 건물이 붕괴되면서 버스를 덮쳤던 충격은 아직까지 생생하다. 7개월 만에 반복된 ‘인재’에 이용섭 광주 시장은 “신뢰하기 어려운 참 나쁜 기업”이라며 HDC현대산업개발에 분노했다.

사고 후 유병규 현대산업개발 대표와 정몽규 회장은 참사 현장을 찾았다. 그러나 정 회장은 아직까지 사과와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12일 유병규 대표가 “있을 수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대산업개발의 책임을 통감한다”는 내용의 사과 성명을 발표한 게 전부다.

이와 관련해 이용섭 시장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12일 0시가 다 돼서야 현대산업개발의 대표이사가 광주에 도착했고, 이날 한장짜리 사과문 발표가 전부”라며 개탄했다.

정 회장은 지난 12일 사고 현장을 찾아 경영진과 수습방안을 모색했지만 아직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학동 참사 때와는 다른 행보다. 당시 정 회장은 광주시청에서 “희생자 유가족, 부상자, 광주 시민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이런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전사적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며 고개를 숙인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아파트 붕괴 사고로 안전대책 수립 약속은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기업의 이미지가 바닥까지 추락한 데다 책임론이 거세지자 정 회장은 자신의 거취를 두고 숙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회장 퇴진 카드’가 거론되고 있다.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을 비롯해 회장 취임 23년 만에 경영 퇴진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모빌리티와 대한축구협회에 미련

정 회장이 HDC그룹 수장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다수 그룹의 회장들이 신년사를 통해 2022년 그룹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이에 반해 정 회장은 HDC그룹이 아닌 대한축구협회장으로서 신년사를 건넸을 뿐이다.

1999년 3월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현대산업개발을 물려받은 정 회장은 ‘아이파크’ 브랜드를 키우며 사업을 확장시켜 나갔다. 그러나 현재는 본업인 건설업보다 ‘외도’에 더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2013년 대한축구협회장으로 취임한 정 회장은 지난해 1월 3선에 성공하며 9년째 축구협회장직을 유지하는 등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HDC그룹보다는 축구협회 행사에 더 자주 출몰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미련도 여전하다. 1996~1998년 현대차 회장을 맡기도 했던 그는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며 ‘육해공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을 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항공업 셧다운으로 인수전을 포기했지만 모빌리티 사업에 미련은 여전하다.

그동안 정 회장은 HDC그룹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영창악기 인수, 아이파크몰 운영, 면세점 사업 진출 등으로 사업 다각화에 집중해왔다. 다른 사업 등에 빠진 ‘외도’로 본업인 건설업에는 소홀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아이파크’ 브랜드를 앞세워 2004년 한때 시공능력평가 4위까지 오르며 톱5 대열에 올라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고, 2014년에는 도급순위가 13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HDC그룹은 올해 이미지 쇄신으로 종합금융 라이프스타일그룹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청라의료복합타운(3조원)과 잠실 스포츠·마이스(2조원) 개발 프로젝트에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대규모 랜드마크 사업 발굴에 중점을 뒀다.

16일 안양 관양동 현대아파트 입구에 재건축 관련 현수막이 붙어 있다. 재건축조합, 건설사 현수막 사이로 현대산업개발 반대 내용을 담은 한 단체의 현수막이 보인다.

하지만 연이은 참사로 이런 계획에 비상이 걸렸다. 광주시는 광주 지역 내 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인 5곳에 대해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린 상황이다. 여기에 수도권의 재건축 추진 단지에서도 현산의 시공사 참여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안양시 관양동 현대아파트 입구에는 ‘현대산업개발 보증금 돌려줄 테니 제발 떠나주세요, 우리의 재산과 목숨을 현산에게 맡길 수 없다’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다.

여기에 서울 강남구 개포1단지에 들어설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의 조합원들은 ‘아이파크’ 브랜드명을 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대 위기에 놓인 현대산업개발은 이번 사고로 책임자 처벌, 영업정지 등 중징계를 피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뿌리까지 흔들릴 판이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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