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엔 6000만 회분 지원 타진에..北, 화이자나 모더나냐"
유엔이 북한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백신의 대북 지원을 위해 협의중이라고 정부 고위 소식통이 16일 말했다.
익명을 원한 소식통은 “유엔 관계자가 지난해 10월과 11월 뉴욕 채널을 통해 북한과 접촉해 백신 지원을 위해 논의했다”며 “유엔은 북한에 6000만 도스(6000만회 접종분, 1억 2000만 달러 상당)의 백신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전달했고, 북한은 이를 상부(평양)에 보고하고 답을 기다리는 중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백신 6000만회 분은 영유아를 제외한 북한 주민이 부스터샷을 포함해 3차례 접종할 수 있는 분량이다.
접촉은 평양에 있는 유엔 산하기관에서 근무한 경력의 간부급 인사와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진행했다고 한다. 다른 소식통은 “유엔의 제안을 접한 김 대사는 ‘평양에 보고하겠다. 백신의 종류가 화이자냐, 모더나냐’는 문의가 있었다”고 귀띔했다. 유엔 측이 추진하고 있는 대북지원 백신 종류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북한의 반응은 국제 백신 공급 프로젝트인 코백스가 북한에 백신을 배분했을 때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코백스는 지난해 3월부터 순차적으로 811만 5600회 접종 분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배분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에 대한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북한은 지난해 8월 코백스가 배분한 중국산 백신인 시노백 297만회 분에 대해선 “코로나로 심각한 영향을 받는 나라들에 재배정해도 된다”며 사실상 거부의사를 밝혔다.
중국산(시노백)이나 영국산(아스트라제네카) 등 상대적으로 효과가 덜한 것으로 알려진 코로나19 백신을 거절하거나 유보한 북한이 미국산 백신에 대해선 적극적인 수용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유엔의 백신 지원 제안에는 한국과 미국의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지난해 5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 고위 인사들에게 대북 백신 지원을 제안한 것으로 안다”며 “이후 미국과 유엔이 관련 내용을 협의했고, 유엔 차원의 대북 백신 지원이 이뤄질 경우 한국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검토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주최한 글로벌인텔리전스 서밋에 참석한 박 원장은 “미국이 더 담대하게 자국의 백신을 주겠다고 제안하면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는 모멘텀이 조성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2년간 셀프봉쇄에 나섰던 북한도 통제 방역을 풀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열차 운행을 재개하는 등 제한적인 국경개방에 나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백신 외교가 성사될 지 주목된다.
지난 14일 평북 의주에서 열차 탄도미사일을 쏜 북한은 무력시위 뒤 신의주에서 중국 단둥으로 열차를 보내 국경을 일부 개방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북한이 연초부터 연이어 미사일을 발사하고, 미국이 대북제재로 맞서며 기싸움이 격화하고 있어 대북 백신 지원이 이뤄질지 유동적이란 지적도 있다. 북한은 지난 5일과 11일 각각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하자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북한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에 관여한 북한 국적자 6명 등을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이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바이든 행정부의 첫 대북제재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이 “우리 ‘무기고’(arsenal)에도 많은 도구가 있다”며 대응 수위를 높였다.(현지시간 13일)
단, 미국은 여전히 대북 인도적 지원은 외교문제와 별개라는 입장인 데다 미국 내부에서도 코로나19 백신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불러내는 묘안이 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 조시 로긴 칼럼니스트는 15일(현지시간) “점점 더 위험해지는 외교적 교착 상태를 타개할 새롭고 창의적인 방안이 있을 수 있다”며 북한에 대한 백신 지원으로 북ㆍ미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김정은은 세계 모든 지도자처럼 국민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방법을 알길 원한다”며 “과거엔 없었던 인도주의적 개방이 있을 수 있고, 이는 광범위한 안보 협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금강산 두고 온 버스 30대가 왜…위성에 딱 찍힌 '수상한 장면' [하늘에서 본 북한] ②
- 애 재우는 '아내 절친' 옆에 누워 성추행…파렴치한 그놈 최후
- 김건희 녹음 공개…여당은 침묵, 야당 "문제될 것 없다"
- "李·尹 다 나오네? 으하하"…이번엔 '나의 촛불' 띄운 나꼼수 그들
- "와, 뭐야" 한문철도 말 잇지 못한 충돌사고…충격적 블박영상
- 하객 없이 초라한 '돌잔치' 치른다…폐지론까지 뜬 공수처 현실
- [단독]접종률 80%의 반전…위중증 절반이 2차 접종완료자였다
- "취소하자고 난리였다"…이 인터뷰서 李가 받은 돌직구 질문
- 방공호 숨어 훈련한 세르비아의 아들…'안티백서' 테니스 지존 왜 [후후월드]
- 홍성흔·김정임도 각방 쓴다, 잉꼬부부도 못참는 '이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