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웅빈 특파원의 여기는 워싱턴] 오미크론 휩쓸던 뉴욕 확진자 뚝.. 남아공 '하향 패턴' 따라가

전웅빈 2022. 1. 17.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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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시민들이 15일(현지시간) 맨해튼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뉴욕은 오미크론 영향으로 지난 연말 확진자가 급증했지만 최근 정점을 찍은 뒤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에서 일주일 평균 하루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80만명을 넘어섰다. 입원 환자는 15만명, 사망자는 1900명대까지 치솟았다. 대부분 주에서 역대 최대치 기록을 연일 새로 쓰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을 전하는 지역 언론들 사이에선 ‘한 번도 목격한 적 없는 데이터’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곧 정점을 지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목소리도 서서히 늘고 있다. 뉴욕, 뉴저지, 매사추세츠 등 오미크론 확산으로 인한 코로나19 핫스폿 지역에서 확진자 그래프 끝이 가파르게 꺾이는 하향 곡선이 목격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미크론 그래프 꺾인 곳 나왔다


캐시 호철 주지사가 15일(현지시간) 공개한 뉴욕주 신규 확진자는 전날 기준 4만7870명이다. 일주일 전에는 9만명을 넘었었는데,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입원 숫자도 이틀 연속 감소했고, 코로나19 양성률은 지난 3일 23%에서 16%까지 떨어졌다.

호철 주지사는 전날 트위터에 “우리는 겨울 파동의 모퉁이를 돌고 있다”고 적었다. “완전히 통과한 건 아니다”고 단서를 달았지만 뉴욕주가 오미크론 확산의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가 집계한 뉴욕주의 1주일 평균 하루 확진자 숫자는 지난 9일 7만4182명에서 지난 14일 6만3074명으로 감소했다. 하루 신규 확진자는 지난 8일 9만132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주 5만 명대로 감소했고, 최근에는 4만7000명 수준까지 떨어졌다. 닷새 만에 36% 감소했다.

뉴욕주는 미국에서 오미크론이 가장 빨리 퍼진 지역 중 하나다. 그런데 한 달여 만에 확진자 감소세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CNN 방송은 “오미크론이 미국 전역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뉴욕주 데이터가 희망의 빛을 제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미크론 파동을 일찍 겪은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그래프가 관측되고 있다. 뉴저지주는 지난주 초 3만1699명에서 전날 2만5676명으로 감소했다. 매사추세츠주도 같은 기간 2만4723명에서 2만908명으로 줄었다. 일주일 내 감소세가 각각 19%, 15%에 달한다. 시카고에서는 1월 10일까지 7일 평균 신규 확진자가 4378명으로 전주보다 24% 감소했다.

이는 오미크론 확산을 먼저 겪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비슷한 형태다. 남아공은 지난해 11월 23일 일주일 평균 신규 확진자가 1000명 수준에서 지난달 중순 2만4000명대까지 수직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이후 다시 가파르게 하락해 최근에는 5000~6000명대를 기록 중이다. 남아공 정부는 지난해 12월 30일 “모든 지표가 국가적 차원에서 4차 유행의 정점을 지났음을 시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조 파흘라 남아공 보건부 장관은 전날 오미크론 변이의 첫 진원지였던 수도권 하우텡주가 제4차 감염 파동을 벗어났다고 공식 선언했다.

전염병학자인 엔발 샤참 세인트루이스대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에 먼저 영향을 받은 주요 도시에서 속도가 느려지는 것 같다. 우리가 남아공에서 본 것과 같은 패턴”이라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미크론 초기 핫스폿이 둔화하면서 낙관론을 촉발하고 있다”며 “뉴욕, 시카고 등 일부에서는 이런 추세가 남아공과 유사한 궤적을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와 공존 전략 논의 활발

문제는 입원환자 증가다. 미 보건부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7일 코로나19 입원환자는 전날 15만1000명을 넘어섰다. 입원환자 급증으로 병상 가동률이 75%를 넘어선 주도 35곳이나 된다. 중환자실(ICU)이 있는 미국 병원 4곳 중 약 1곳(약 840곳)은 최근 ICU 병상의 95%가 찼다고 보고했다. 인력 부족으로 인한 과부하를 호소하는 병원도 크게 늘고 있다.

뉴욕 브롱크스 지역의 한 공립병원 응급실 간호사 켈리 카브레라는 “이번 주 40명의 환자가 응급실에서 입원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우리 의료 시스템은 코로나19 위기를 위해 설계된 적이 없다”고 우려했다. 제이 인슬리 워싱턴 주지사는 “지역 병원들은 비응급 절차를 일시적으로 중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위스콘신주는 주 방위군을 간호 조수로 훈련해 투입하기로 했다.

CNN은 “코로나19로 인한 입원이 최고치를 넘어서면서 많은 주의 의료시스템이 긴급하지 않은 의료 서비스를 축소하고 있다. 부족한 의료 인력 때문에 주 방위군에 의존하는 곳도 많다”며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정점에 도달했다는 선언을 하기까지 몇 주가 더 걸릴 것이라고 본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공존을 위한 ‘뉴노멀’ 전략을 언급하는 전문가들도 증가하고 있다. 오미크론처럼 새로운 변이의 출연이 반복될 가능성이 큰 만큼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한 전염병 대책을 새로 써야 한다는 것이다.

루시아나 보리우 전 식품의약국(FDA) 수석과학자, 에제키엘 이매뉴얼 펜실베이니아대 교수, 릭 브라이트 록펠러재단 팬데믹예방연구소장은 지난 6일 코로나19를 독감 등 여러 호흡기 바이러스 중 하나로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모든 호흡기 질병의 총체적 위험을 고려해 입원율과 사망률을 계산하고, 이를 공중보건 시스템 전략에 적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시간대 면역학자인 짐 베이커 교수도 “이제는 코로나19 감염 건수보다 사망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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