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불신·혼란 쌓이는 방역패스 현장.."대기업 편의 봐주냐" 의심도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백화점. QR리더기 뒤에 선 직원 두 명이 연신 “QR코드 인증하시거나 안심 콜 전화해주세요”를 외쳤다. 이따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나 방역 패스 유효기간이 지났음을 알리는 문구가 떠도 직원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같은 날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의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풍경은 달랐다. 이날 취재진이 찾은 경기도 안양시의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들은 “방역패스 확인 준비 부탁드린다”고 연신 외치고 있었다. 이런 차이가 생긴 것은 이틀 전 법원의 판결 때문이다. 법원이 서울에 있는 대형 상점과 마트, 백화점에서 방역패스 적용을 중단시키는 결정을 내리면서 서울에서는 방역패스 시행 이전과 같은 수준의 인증만 하면서 백화점을 출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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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줘서 고맙다” vs “규제 필요해”
시민들의 반응은 찬반으로 나뉜다. 서초구에서 만난 A씨(63)는 “지하철을 타러 가거나 화장실을 가기 위해 백화점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니 인간으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기분이 들었다”며 “지금이라도 풀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반면 김모(66)씨는 “전염병이 돌고 있는 상황에서 공적인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남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지 않으냐. 정부의 규제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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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 “대기업 위주 편의 봐주나”
방역패스가 영업과 직결되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국자영업자협의회 이재인 사무국장은 “대기업 위주로 방역패스 편의를 봐주는 게 아닌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확진자 비율에 따라 방역 패스를 강화하거나 완화하는 차등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지현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도 “돌파 감염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방역 패스가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방역 패스를 하면서 영업권까지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힘 있는 대기업 마트, 백화점은 방역패스 안 하고 힘없는 자영업자만 하는데 (영업) 시간제한까지…” “다 풀어줘야 하는 거 아니냐” 등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법원의 결정도 엇갈리면서 혼선은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 1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장낙원 부장판사)는 원외 정당 혁명21 대표 황장수 씨가 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전국 대형마트에서 방역 패스 적용을 중단해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종이 증명서를 제시하여 출입할 수 있는 대체 수단이 있고 소형 점포나 전통시장에는 방역 패스가 적용되지 않아 생필품 구매가 전면적으로 차단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정부는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거쳐 방역 패스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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