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7시간 통화 미스터리..왜 진보매체와 위험한 대화 했나

손국희 입력 2022. 1. 16. 17:29 수정 2022. 1. 1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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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록’ 방송을 앞두고 16일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MBC 시사프로그램인 ‘스트레이트’는 이날 오후 8시 20분부터 김씨 통화 내용을 보도한다. 국민의힘은 “MBC의 권언유착 시즌2”(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라며 강력 반발했다.


김건희, 왜 강성 진보 매체와 7시간 통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3시 여의도 당사에서 허위이력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김씨는 진보 성향 인터넷 매체인 ‘서울의 소리’에서 촬영 등을 담당했던 이모씨와 지난해 7월 6일부터 약 6개월에 걸쳐 7시간 45분가량 통화했다. 정치 관련 내용은 물론 일부 사적인 내용의 대화도 오갔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법원에 통화녹음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서울 서부지법은 14일 일부만 인용했다. 이에 따라 MBC는 수사 관련 사안이나 정치적 견해와 무관한 일상 대화 등을 제외한 통화 내용 상당 부분을 방송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김씨가 왜 실체도 불분명한 강성 인터넷 매체와 위험한 대화를 이어갔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초선 의원)는 반응도 나온다. 특히 서울의 소리는 과거 윤 후보 장모와 소송을 이어온 정대택씨를 유튜브 패널로 출연시키는 등 윤 후보에게 적대적인 내용의 유튜브 영상을 다수 제작했던 매체였다.

익명을 원한 선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씨가 어머니 문제로 경황이 없던 김건희씨에게 의도를 숨기고 도와줄 것처럼 접근했고, 김씨가 속은 것 같다”고 말했다. 첫 통화(지난해 7월 6일)가 이뤄지기 4일 전 윤 후보의 장모 최모씨는 의정부지법에서 의료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법정구속 됐다. 당시는 윤 후보가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직후였고, 국민의힘에는 입당하지 않았을 때였다. 이 관계자는 “이씨가 장모 재판 등에 대한 가벼운 정보를 알려주는 등 친근하게 굴어 김건희씨가 이씨에 대한 경계심을 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공세 속 “답답하다” 곤혹 기류


윤석열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을 보도 예고한 MBC를 항의 방문한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로비에서 MBC 노조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국민의힘은 MBC를 겨냥해 “공익 보도를 가장해 특정 세력의 편에 서서 인격 살인에 가담하고 있다”고 공세를 폈다. 이양수 대변인은 “6개월 동안 거짓말로 속인 통화를 유포하는 것은 몰래카메라보다 심각한 범죄행위”라며 “MBC에 반론권 보장을 위해 방송 개요를 알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인터뷰에 응해야 개요를 알려주겠다며 억지를 부린다”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또 “MBC 소속 장 모 기자와 ‘제보자 X’라고 불리는 지모씨가 12월부터 불법통화 파일을 공유해 터뜨릴 시점을 조율했다”고 주장했다. 장 기자는 2020년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사건’을 처음 보도했고, 지씨는 이 사건에서 제보자 X라고 불렸던 인물이다. 이 대변인이 공개한 페이스북 캡처 파일에 따르면 지씨는 지난해 12월 27일 “김건희의 약점 증거를 확보한 사람이 윤석열 캠프에 활동 중이라고 함”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는 김건희씨가 이씨에게 캠프 합류를 제안했다는 ‘지라시’(사설 정보지)의 내용과 유사하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곤혹스러운 기류도 상당하다. 지난해 12월 26일 김씨의 대국민 사과로 논란이 사그라지나 싶었는데, 새해가 되지마자 또 다른 리스크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우리도 어떤 통화가 오갔는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답답하다. 일단 방송부터 지켜보고 대응하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특히 김건희씨가 이씨에게 캠프 합류를 제안했다는 뒷말이 퍼진 것을 두고는 “사실이라면 ‘비선’ 논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김씨가 조국 사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입장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놓고 국민 정서에 어긋나거나 논란이 될만한 발언을 했을 경우 윤 후보에게 악재가 될 수도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서울시 관련 정책공약 발표에 앞서 마스크를 만지고 있다. 김경록 기자


반면 야권 일각에서는 방송 내용에 따라 김씨가 ‘정치 공작의 피해자’라는 동정 여론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방송 전 김씨가 “윤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조국 수사를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소문이 퍼지자, 일부 친문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의 여성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윤 후보를 향한 동정론이 일기도 했다.

윤 후보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모두 말을 아꼈다. 윤 후보는 이날 국민의힘 서울시당 선대위 결의 대회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방송 내용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 언급을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같은 날 속초시의 한 교회에서 예배를 마친 뒤 “특별한 의견이 없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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