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사가 바라본 '아이슬란드전 폭격' 벤투호 차세대 ST 조규성
"습득 빠르고 성실한 제자..힘든 나날 기억하길"
“처음에는 공격수를 세우겠다고 했더니 ‘픽’ 하고 웃더라고요, 하하. ‘내가 왜 저리로 가야 하지’ 하는 표정이었어요.” 16일 국민일보와 통화한 광주대 축구부 이승원(47) 감독은 5년 전을 떠올리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15일 아이슬란드전에서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데뷔골을 터뜨린 조규성(23)의 대학 시절 은사다.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조규성을 공격수로 바꿔놓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조규성은 지난 15일 터키 안탈리아 마르단종합경기장에서 열린 아이슬란드와의 평가전에서 전반 15분 대표팀 데뷔골이자 팀의 선제골을 터뜨렸다. 초반 답답하던 흐름을 바꿔놓은 골이었다. 그의 골로 기선을 제압한 대표팀은 권창훈의 추가골에 이어 백승호 김진규 엄지성 등 어린 국내파 선수들이 연이어 대표팀 데뷔골을 터뜨리며 새해 첫 경기를 5대 1 대승으로 마무리했다.
아이슬란드전 축포 중에서도 이 감독의 제자 조규성의 골은 빛났다. 조규성은 지난해부터 대표팀 주전 중앙공격수이자 해외파 황의조가 부상으로 빠질 때마다 공백을 완벽히 메우고 있다. 믿을만한 중앙공격수가 희귀한 현대축구에서 그의 등장은 대표팀에 의미가 크다. 또다른 공격 선택지가 될뿐 아니라 우리나이로 서른줄에 접어든 황의조 다음 세대까지도 내다볼 수 있어서다.
지난해 8월 조규성이 생애 처음 대표팀에 발탁되자 이 감독은 전화를 걸었다. 축하가 아니라 ‘네가 혼자 잘해서 (대표팀) 간 줄 아느냐, 주변 사람들 잘 챙기라’며 꾸중부터 했다. 대학 시절 동료나 선후배, 운동을 그만둔 이들까지 동고동락한 사람을 잊지 말라는 얘기였다. 아이슬란드전 조규성이 골을 터뜨린 뒤에도 이 감독은 축하 문자를 남겼다. “감독님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 감독은 조규성이 1학년이던 2016년 10월 팀에 부임했다. 이듬해 주전 공격수였던 한 학년 선배 모재현(경남 FC)이 팀을 떠나면서 이 감독은 그를 주전 공격수로 썼다. 그 결정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조규성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공간이 넓은 데서 뛸 때 장점이 두드러진다고 생각했어요. 원톱 공격수로 세웠는데 뛰기도 많이 뛰고 수비가 좋은 애라 윗선부터 압박해나간다든지 장점이 잘 맞아들어갔죠.”
물론 첫 해부터 성공적이진 않았다. 공격수로 나선 첫 시즌 기록한 골은 3골 남짓이었다. 하지만 점차 적응하면서 3학년에 기량이 만개했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광주대는 2018년 U리그(대학리그) 8권역을 무패우승했다. 마지막 경기였던 호남대와의 경기에서 0대 1로 끌려가던 후반 막판 조규성의 동점골은 도약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이 감독은 “원채 규성이는 활동량이 많고 공 키핑력, 헤딩력이 타고났다. 미드필더 출신이라 연계도 좋고, 골 넣는 재미도 차츰 붙이니 갈수록 잘했다”고 했다. 그는 “아이슬란드전을 보면 알다시피 잔실수가 적은 편이다. 큰 키에 뛰는 양도 많고 힘도 많이 붙었다. 같은 또래보다 (생일이 빨라) 나이가 한살 더 어리기도 했다. 아주 좋은 조건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기본기 외에 조규성의 장점은 습득력이다. 이 감독은 “조규성은 어떤 주문을 하면 받아들이려고 정말 노력한다. 적응이 빠르다”면서 “생각하면서 축구를 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도자마다 철학이 다르다. 각 지도자가 주문하는 걸 이행하려면 스스로 생각도 많이 해야 하고, 목표도 뚜렷해야 한다. 그런 걸 조화롭게 해내면 어디서든 잘 적응하고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조규성은 요즘도 힘들면 ‘감독님 보고 싶습니다’라며 종종 연락한다. 이 감독은 “선수 생활을 하다보면 다양한 일이 생길 것이다. 그럴 때마다 예전 힘들 때를 기억하고 더 나은 선수, 인정받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지방 (대학) 출신으로 대표팀 되기가 정말 쉽지 않다. 학교의 명예도 있으니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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