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위협에 커지는 한·미 온도차.."완전 조율" 무색

정진우 입력 2022. 1. 1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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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북한이 극초음속이라 주장하는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 북한은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의 미사일을 발사하며 한반도 긴장을 높이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복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위배된다는 점을 규탄했다.”(미 국무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한국 외교부)

한·미 양국은 지난 15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간 전화통화 사실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각각 내놨다. 하지만 내용은 상이했다. 미 측은 북한에 대한 경고와 강경한 입장을 강조한 데 반해 한국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재확인하는 식이었다.


美 강경 규탄에도 韓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한국 측 자료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 도발·위협 등의 표현을 담지 않는 것은 물론 일체의 규탄 내용도 없었다. “양 장관은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방향을 논의했다”고 설명하는 게 전부였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말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에 매몰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사실상 모른 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북 제재를 부과하고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응을 제안하며 강경한 대응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반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최근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를 지향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문제 행위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원칙론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지난 12일(현지시간)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에 관여한 북한인 6명과 러시아인 1명 등에 대한 독자 제재를 발표하고 안보리 차원의 제재 대상 추가를 제안한 것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적절한 수단 활용" 채찍 예고


미국의 대북 발언 수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대북 제재를 부과한 이유에 대해 “북한의 계속된 확산 활동에 관한 심각한 우려를 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대응을 위해 모든 적절한 수단을 활용하겠다”는 말도 남겼다. 이날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이 “우리 무기고에는 많은 도구가 있다”고 설명한 내용까지 종합하면 북한의 무력 위협이 계속될 경우 추가 제재를 포함해 한 층 강도 높은 채찍을 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메시지로 풀이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관심을 끌려는 노력"으로 평가하면서도 이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듯 "모든 적절한 수단을 활용하겠다"는 대응 방침을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링컨 장관은 지난 13일 미 MSNBC 방송에 출연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관심을 끌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1년간 북·미 대화가 진전 없이 공회전하자 미국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북한이 도발에 나섰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이 원하는 태도 변화가 아닌 제재 부과로 맞대응하며 ‘북한의 선제적인 변화 없이는 인센티브 제공도 없다’는 원칙론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文 "대선 앞둔 시기, 우려된다"


반면 한국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하는 일련의 입장과 행동은 미국 측과 상당한 온도 차를 보인다.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우려하고, 중단을 요구하고, 문 대통령 역시 우려의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북한이 연속해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는 데 대해 우려가 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대선을 앞둔 시기”라는 점을 굳이 언급했다. 자칫 북한의 미사일 발사 그 자체보다 미사일 발사가 대선에 미칠 영향이 우려된다는 오해를 낳을 수 있는 발언이었다.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에도 한국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대상 추가 지정 필요성 등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반도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의 무력 도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사진은 지난 3월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 당시 기념촬영을 마친 뒤 각자 자리로 향하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 장관. [사진 공동취재단]

미국이 제안한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 대상 추가 지정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13일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대상 추가 지정에 대해 우리 정부도 그 필요성을 공감하냐’는 질문에 “(미국 측과) 소통이 계속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미국과 완전히 조율된 대북 접근을 추구한다는 한국 측 입장이 무색해진 셈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특정 현안에 대해 한·미 간 이견이 나올 순 있지만, 문제는 한국이 북한 문제에 선택적으로 접근하고 선택적으로 입장을 밝히며 주도권을 놓치고 있다는 점”이라며 “남북 대화와 종전선언 등 정부가 주력하는 과제에 있어선 미국을 리드하거나 주도적인 움직임을 보이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같은 안보 문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대북정책 자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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