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뷰] EU는 왜 '에너지안보' 이유를 들었나

최대열 2022. 1. 16.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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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이 합병하는 데 유럽연합(EU)이 반대하며 든 명분은 '(유럽의) 에너지 안보 위협 가능성'이다.

유럽에 적을 둔 선사가 LNG를 실어나를 선박을 마련하는 데 비싼 값을 주면 결과적으로 유럽의 에너지 소비자가 부담할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유럽집행위원회의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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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LNG선 독점 우려 한국조선·대우조선 합병 반대
재생에네지 전환 과정 LNG 대체재 각광
"LNG 운반선 가격 오르면 운송 어려워진다"
LNG운임·가격 상관관계 불분명..뱃값 연계 더 적어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위)와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조선소에 설치된 대형 크레인<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이 합병하는 데 유럽연합(EU)이 반대하며 든 명분은 ‘(유럽의) 에너지 안보 위협 가능성’이다. 유럽은 기후변화와 환경규제에 대처하기 위해 석유 같은 탄소에너지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로 넘어가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데, 전환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액화천연가스(LNG)가 중간단계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이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상당수 많은 나라가 비슷하다.

유럽은 역내 LNG 수요 대부분을 역외로부터 수입해 충당하고 있다. 유럽에 적을 둔 선사가 LNG를 실어나를 선박을 마련하는 데 비싼 값을 주면 결과적으로 유럽의 에너지 소비자가 부담할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유럽집행위원회의 판단이었다. 한국의 두 조선소가 합병해 LNG운반선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아지면 LNG를 안정적으로 수급받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10여년 전 정점을 찍었다 감소추세에 있던 유럽의 LNG 수요는 최근 다시 늘어나고 있다. EU 무역통계를 보면 2011년 6000만t을 넘겼던 EU의 LNG 수입량은 2016년 2600만t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후 다시 늘어 2019년 5629만t, 코로나19로 역내 에너지수요가 줄었던 2020년에도 4136만t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까지 2969만t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눈에 띄는 건 가파르게 오른 수입단가다. 유럽의 LNG 수입중량과 전체 수입액으로 평균을 내보면, 2020년 t당 258유로에서 지난해 407유로(1~9월 평균치)로 57% 정도 올랐다. 가장 최근인 9월만 따로 떼어보면 t당 599유로로 두 배 이상 상승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유럽집행위원회 집행위원<이미지출처:연합뉴스>

가격이 오른 건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지만 주 요인은 LNG 자체의 수급상황과 관련이 있다. 유럽의 주 수입처인 러시아가 공급을 줄였기 때문이었다. 송유관 허락을 받으려는 ‘정치적’ 움직임이란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기후 탓도 있다. 지난해 초 겨울 날씨가 추워 난방수요가 늘면서 충분히 LNG를 비축하지 못했던 데다,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충분히 않으면서 가스수요를 더 부추겼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LNG 운송비용이 LNG 가격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선 분명치 않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6만㎥급 LNG스팟운임은 하루 7만750달러로 한 주 전과 비교하면 24%가량 상승했었다. 다만 연초와 비교하면 오히려 27% 낮은 수준이었다. LNG운임은 통상 계절별 수요편차가 커 그에 따른 운임변동이 큰 편이다. 다만 연도별로 봤을 때는 어느 정도 등락이 있다. 2018년 10만달러에서 이듬해 9만1000만달러, 이후 2020년에는 다시 14만5500달러로 올랐다. 이후 지난해 연말께는 14만달러 초반대로 떨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LNG 화물창을 시찰한 후 쇄빙LNG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정부는 LNG선을 국내 조선업계 주력분야로 삼고 다양한 방면에서 지원하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는 LNG 가격변동이 운송보다는 생산이나 수·출입 등 수급 자체와 더 관련이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선사가 구입한 선박가격이 운송비용에 끼치는 영향을 따져보는 건 사실상 더 쉽지 않은 작업이다. 특히 해상운송과 관련한 가격의 경우 EU 경쟁당국이 모니터링하면서 어느 정도 통제권한을 가질 수 있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을 심사하는 데 EU가 선주사의 이해관계만 살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수년째 바닥을 쳤던 LNG선 가격은 지난해부터 조금씩 올라 2억달러선을 넘겼다. LNG선은 10년 전에도 2억달러 안팎이었다. 석연찮은 이유로 2년 넘게 심사를 끌면서 내놓은 결론치고는 근거가 빈약하다는 인상을 주는 이유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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