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이슈+] 러, "나토의 동진 용납 못해"..고개드는 '대러시아주의'

이현우 2022. 1. 16.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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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샤바 조약기구 닮아가는 CSTO
푸틴, '대러시아주의' 정치적으로 활용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분쟁으로 촉발된 동유럽의 군사적 긴장감 해소를 위한 서방과 러시아간 진행됐던 세차례의 연쇄 안보회담이 모두 결렬됐습니다. 러시아측은 줄기차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진 금지를 확약해야한다고 서방측에 요구하고 있고, 미국과 유럽국가들은 이러한 협박을 들어줄 순 없다면서 반발하면서 양측간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죠.

러시아는 옛 소련 붕괴 이후 동유럽에서 크게 위축됐던 자국의 위상과 영향력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옛 소련의 위상을 되찾아야한다는 러시아의 민족주의인 이른바 '대러시아주의'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면서 우크라이나에서 전면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커지고 있습니다.

14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연례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참을성이 바닥나고 있다. 미국과 나토는 다음주 중으로 러시아의 안보요구안에 대해 문서답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서방국가들의 자기과신이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러시아의 안보요구안은 미국과 나토가 더이상 동유럽 국가들 중 추가 가맹국을 받지 않겠다는 확약을 통해 이른바 '동진'을 중단하고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에서 어떠한 군사활동도 하지 않겠다고 약조하라는 것입니다. 미국과 나토측은 말도 안되는 협박이라며 반발하고 있죠.

제2의 '바르샤바 조약기구' 꿈꾸는 러시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러시아는 이처럼 서방과의 대립각을 높이면서 동시에 자국 주도 옛 소련권 국가들간 군사협의체인 집단안보조약(CSTO) 차원에서 최근 카자흐스탄 정정불안을 긴급 파병으로 진압했습니다. 재빠르게 진행된 파병과 진압, 철수작전은 옛 소련권 국가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향후 과거 냉전시기 나토에 대항하던 소련과 동구권의 군사연합체인 '바르샤바 조약기구'와 같은 강력한 군사협의체가 러시아와 옛 소련권 국가들 사이에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죠.

바르샤바 조약기구는 옛 소련이 나토에 대항하기 위해 구 동구권 국가들과 체결한 군사협의체로 원래 명칭은 '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으로 알려져있습니다. 1955년 서독이 나토에 가입해 유럽의 동서 냉전체제가 본격적으로 확립되고 미국의 주요 군사기지가 유럽에 세워지자 당시 소련과 동구권 8개국이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 모여 결성한 조직이었죠.

해당 조직이 나토와 다른 점은 소련군 주도로 다른 가맹국들이 위성국가 형태로 움직이는 중앙집권적 체제였다는 점과 각국 공산정권이 정정불안으로 붕괴 위험에 처하면 소련군이 자동으로 개입해 정권을 원조한다는 점이었죠. 이번 카자흐스탄 정정불안에 러시아군이 긴급 개입한 것도 바르샤바 조약기구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을 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장기집권 푸틴의 지지기반, '대러시아주의'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러시아가 이처럼 서방과 대립각을 심화시키면서 동유럽 내 영향력을 강화시키려는 배후에는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계산이 숨어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옛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 내 형성된 강력한 민족주의인 대러시아주의를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기반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인데요. 대러시아주의는 러시아가 동구권을 비롯해 미국과 함께 전세계를 좌우하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러시아가 옛 소련권 국가들과 영토를 모두 되찾아야한다는 공격적인 민족주의입니다.

올해 3월 러시아의 국영여론조사기관인 '전러시아 여론조사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7%가 소련 붕괴를 "애석하다"고 답했고, 독립여론조사기관인 레바다 센터의 지난해 여론조사에서도 소련 붕괴가 애석하다는 응답은 65%에 달했습니다. 소련시대를 "가장 살기 좋았던 시대"라고 답변한 이들도 75%에 이르렀죠.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전격 단행한 크림반도 강제 병합 때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이 82%까지 치솟았던 것도 이러한 대러시아주의가 얼마나 러시아 내부에 강력히 형성돼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국제유가 변동으로 경제와 재정상태가 악화되며 50%대까지 떨어진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대러시아주의를 계속해서 조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이에따라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의 군사적 긴장감이 계속 고조되면서 우발적인 전면전이 발발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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