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손흥민 없어도 매서웠다..조규성·김진규 펄펄

피주영 2022. 1. 15.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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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성·송민규 활약, 아이슬란드전 5-1승
손흥민·황희찬 부재시 대체 공격 카드
데뷔전 1골 1도움 김진규도 새 발견
약팀이라 방심 금물, 수비 가다듬어야
선제골을 넣은 뒤 경례로 골 세리머니를 대신하는 조규성(가운데). [사진 대한축구협회]

벤투호 창끝이 유럽파 없이도 날카로웠다.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5일(한국시간) 터키 안탈리아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럽 복병 아이슬란드와 친선 경기에서 5-1 완승을 거뒀다. 전반 15분 조규성(김천 상무)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은 한국은 전반 27분 권창훈(김천), 전반 29분 백승호(전북 현대)의 연속골로 승기를 잡았다. 후반 9분 상대에게 한 골을 내줬으나, 후반 28분 김진규(부산 아이파크), 후반 41분 엄지성(광주FC)이 연달아 득점하며 승리를 확정했다.

5-1승은 유럽 국가 상대 A매치 최다 골 승리다. 기존 기록은 2002년 5월 16일 스코틀랜드전(부산) 4-1승이다. 과정도 좋았다. 한국은 유럽 팀 아이슬란드를 상대로 슈팅 수에서 19-3(유효 슈팅 11-1)으로 압도해 경기를 지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경기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원정 2연전을 대비한 전지훈련 중에 열렸다. 대표팀은 지난 9일 소집돼 안탈리아에서 담금질 중이다. 벤투호는 아이슬란드, 몰도바(21일)와 두 차례 친선 경기를 치른다.

그동안 손흥민에 가려 실력 발휘하지 못했던 송민규(오른쪽)가 주 포지션인 왼쪽 공격수로 출전해 펄펄 날았다. [뉴스1]

벤투호가 이번 경기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성과는 새로운 공격 옵션을 장착했다는 것이다. 조규성-송민규(전북 현대)다. 이번 전지훈련엔 벤투호 공격의 주축인 유럽파가 참가하지 않았다. 그동안 대표팀 공격은 손흥민(토트넘)-황의조(보르도)-황희찬(울버햄튼) 등 유럽 빅리그 출신 삼각편대가 이끌었다. 대부분 K리그 국내파로 채워져 공격 포지션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다.

황의조 대신 원톱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조규성은 일찌감치 선제골을 터뜨리며 우려를 씻었다. 김진규가 골 지역 안으로 찔러준 패스를 받아 오른발 슈팅으로 아이슬란드 골망을 흔들었다. 조규성은 절묘한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수 둘 사이를 빠져나가 페널티박스 안으로 파고들었다. 김진규의 패스는 바로 그의 발 앞에 떨어졌다. 조규성은 A매치 5번째 출전 만에 데뷔골을 넣었다.

벤투호 주장이자 에이스인 손흥민. [연합뉴스]

송민규도 주 포지션인 왼쪽 공격수로 제대로 실력 발휘했다. 조규성은 전반 23분 재치있는 드리블로 페널티킥도 유도했다. 그동안 최전방은 황의조 외엔 마땅히 투입할 공격수가 없었는데, 조규성의 득점으로 벤투 감독은 전술 면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이전까지 에이스 손흥민과 포지션이 겹쳐 오른쪽 공격수로 뛴 그는 이날 경기 내내 아이슬란드 왼쪽 측면을 헤집고 다녔다. 전반 17분엔 왼쪽 측면에서 아이슬란드 수비 셋을 드리블 돌파로 제친 뒤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고, 전반 21분 하프라인 부근에선 환상적인 발재간으로 상대 수비 2명을 순식간에 제쳤다. 후반에도 쉴 새 없이 상대 수비를 괴롭히며 손흥민에 가린 아쉬움을 털어냈다. 현재 손흥민, 황희찬이 부상 중인데, 조규성, 송민규의 존재는 벤투 감독에겐 든든한 플랜B 전술이 될 전망이다. 2002년생 엄지성(광주FC) 역시 A매치 데뷔전에서 골 맛을 봤다. 조커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중원 사령관으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김진규는 1골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유럽파 황인범과 선의의 경쟁을 펼칠 카드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중원에서도 새 얼굴이 나타났다. 데뷔전에서 '벤투호 황태자'로 불리는 황인범(루빈 카잔) 역할을 수행한 미드필더 김진규다. 김진규는 이날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첫 출전이었지만, 날카로운 패스로 동료들에게 여러 차례 슈팅 찬스를 열어주는 등 베테랑 같은 경기 운영을 보였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백승호도 중거리 슈팅으로 A매치 데뷔골을 넣었다. 김진규, 백승호 두 K리거는 해외파이자 부동의 주전 중앙 미드필더 황인범과 선의의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대승을 거뒀지만, 벤투 감독은 마냥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다. 다만 이날 아이슬란드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2위로 33위인 한국보다 낮은 팀이라는 점에서 안심할 순 없다. 이날 아이슬란드는 유럽 강팀만큼 강한 압박 수비를 펼치지 않았다. 덕분에 한국 선수들이 비교적 쉽게 볼을 간수하고, 패스할 수 있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이 최종예선에서 만날 팀들은 빡빡한 '질식 수비'를 펼치는 팀들이다.

수비도 안정감을 더 키워야 한다. 전반 한 차례 슈팅도 못한 아이슬란드는 후반 9분 역습 상황에서 스베이든 귀드욘센이 득점했다.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받아 슈팅한 것이 한국 수비 맞고 나오자 재차 밀어 넣었다. 한국 수비는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잃으며 아이슬란드가 이날 기록한 유일한 슈팅에 실점했다. 벤투호는 몰도바(181위)와 한 차례 더 친선전을 펼친 뒤 25일 레바논으로 이동한다. 오는 27일 레바논, 2월 1일 시리아와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7~8차전을 치른다. 레바논전부터 유럽파 선수들이 합류한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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