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가 같이 살지 않아요" 이런 동화책, 한국에도 있나요?

박소영 2022. 1. 15.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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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가정에 대한 내용을 담은 프랑스 동화책 '아빠네와 엄마네'

[박소영 기자]

[기사 수정 : 17일 오전 9시 7분]

요즘 프랑스는 일일 코로나 확진자 35만 명에 육박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연일 집안에만 있다가 바람이나 잠깐 쐴 겸, 집 가까이 있는 동네 도서관에 들렀다. 무슨 책이 있나 둘러보니 재미있는 동화책이 많았다. 아이와 함께 읽으면 좋을만한 책을 여러 권 골랐다. 그중 한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 '아빠네와 엄마네'라는 프랑스 동화책 영국 동화작가 멜라니 월시의 프랑스어 번역책이다. 나의 두 집이라는 부제가 옆에 적혀 있다.
ⓒ 박소영
 
제목은 '아빠네와 엄마네(chez Papa et chez Maman)', 부제가 '나의 두 집(Mes deux maisons)'이다. 영국 동화 작가 멜라니 월시(Melanie Walsh)의 '엄마와 살고 아빠와 살기(Living with Mom and Living with Dad)'의 프랑스어 번역본이다. 한국에도 멜라니 월시의 동화책이 여러 권 번역되었지만, 이 책은 아직 없는 것 같다. 한국에는 이혼 가정에 대한 내용을 다룬 동화책이 있을까? 
전 세계적으로 이혼율이 높은 추세다. 세계 인구조사의 2021년 국가별 이혼율 자료에 따르면, 세계 평균은 1.7(1000명 당 이혼 건수를 나타내는 수치)이다. 한국은 2.1이며, 프랑스는 1.9이다. 양국 모두 평균을 넘었다.  
 
▲ 2018년 결혼과 팍스 핑크색은 이성간 결혼, 하늘색은 이성간 팍스를 의미한다. 결혼은 감소했고 팍스는 증가했으며, 2017년 결혼과 팍스의 비율이 비슷하다.
ⓒ 프랑스 통계청
 
프랑스에는 팍스(Pacs)라고 해서 시민연대계약(Pacte civil de solidarité)이란 뜻의 가족 형태가 존재한다. 결혼과 비슷한 세금 및 보호자 혜택을 누리지만, 이혼을 하면 재산 분할 등 이혼 행정 절차가 결혼보다 비교적 간소하다. 결혼보다는 여러모로 자유로운 가족 형태이기 때문에 팍스를 선호하는 커플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출산율도 높아졌다. 프랑스 복지시스템 중 하나인 가족수당기금(CAF/Caisse d'allocations familiales)은 저소득층 및 한부모 가정을 위해 자녀 양육 및 교육 보조금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혼을 해도 자녀를 키우는 데 있어서 자녀 양육비 부담은 덜한 편이다.

며칠 전 아이가 "엄마, 내 친구 C가 자기는 아빠가 없대"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까 잠시 고민했었다. 이 책을 같이 읽으면서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말해줬다. "우진아, 이 책 내용처럼 어떤 집은 아빠와 엄마가 따로 살기도 해. C처럼 말이야. 엄마 아빠가 따로 살 수도 있는 거야."

부모의 이별에 대해 다루는 동화책 
 
▲ 엄마네 집에 있는 아이의 방 벽이 노란색이다. 책에 들어간 그림들이 대체적으로 밝다. 엄마와 아빠가 따로 살아도 아이는 밝다.
ⓒ 박소영
 
책 속의 문장은 단순하지만, 명료했다. 책 속 문장을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나의 엄마와 아빠는 더 이상 같이 살지 않아요. 
때로는 핑크색 문이 달린 집에서 엄마와 고양이랑 함께 살아요. 
때로는 아파트 높은 곳에 있는 아빠 집에서 살기도 해요. 

(중략)

내가 학교에서 연극 무대에 섰을 때, 엄마와 아빠 둘 다 나를 보러 왔어요.

내 생일에 엄마는 나를 위해 케이크를 만들어줬어요. 
아빠랑은 볼링장에 갔어요. 

엄마나 아빠가 보고 싶을 때면, 전화를 해요. 
그럼 기분이 한결 좋아져요. 

엄마와 아빠는 나를 많이 사랑해요.
다른 가족들처럼요. 

책을 덮으니, 뒷면에는 '아이들과 부모의 이별에 대해 이야기하기 좋은 책'이라고 적혀있다. 

이혼 가정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 자신의 가정환경을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받아들이지 않고, '우리 집과 같은 가족도 존재하구나'라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 같다. 부부가 함께 사는 집 아이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이혼 가정의 친구들을 편견 없이 바라볼 것 같다.

아이들은 책을 읽고 나서, 부모가 따로 사는 것을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고, 비정상적인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세상에는 이런 집도 있고, 저런 집도 있구나'라며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편견 없이 친구들을 사귈 수 있다. 

프랑스에 살면서, 거리낌 없이 자신의 부모가 이혼했다고 말하는 경우를 종종 경험했다.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가정환경을 언급했다. 또한, 아이 유치원 학부모 중에는 이혼 가정 및 재혼 가정이 적지 않다. 동성 부부도 학부모 모임에 자연스럽게 참여한다.

아이와 친한 친구들 중에서도 재혼 가정 또는 한부모 가정이 많다. 그들은 자신의 가족 형태에 대해 숨김없이 드러냈다.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다 한국 방송 또는 뉴스 기사 등을 접하면 한국 사회에서는 이혼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 책 뒷면 모습 책 뒷면에는 '아이와 함께 부모의 이별에 대해 이야기하기 좋은 책'이라고 적혀있다.
ⓒ 박소영
사회적으로 이혼을 나쁘게만 바라볼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각 가정마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기 마련이다. 이혼 가정 아이들도 부부가 함께 사는 가정의 아이들과 똑같은 아이들이다. 단지 부모님이 어떤 이유로 인해 따로 살 뿐이다. 이혼 가정 아이들도 어릴 적부터 편안한 마음으로 잘 자랄 수 있도록 사회와 학교에서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아이들을 받아들이고, 바라봐주면 좋겠다. 

끝으로, 어린이 동화책에 아빠와 엄마가 함께 있어야만 화목한 가족이 아니라, 부모가 따로 살아도 아이는 얼마든지 행복하고, 사랑을 충분히 받고 있으며, 성장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을 담은 동화책도 많이 출판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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