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스타' 김관성 목사, 개척 7년 행신침례교회 떠나는 이유

서윤경 2022. 1. 15. 19:3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분립개척 계획했던 일.. 선배, 후배 목회자에 길 열어줘야"
김관성 목사가 개척한 경기도 고양 행신교회는 행신역 앞 작은 상가에서 시작해 성도가 늘면서 2018년 지금의 장소로 예배당을 이전했다. 사진은 코로나19 직전 촬영한 사진. 국민일보DB

개척한 지 7년 만에 작지만 강한 교회 ‘강소교회’로 자리 잡았는데 별안간 교회를 떠나겠다는 목회자가 있다. ‘SNS 스타목사’로 유명한 경기도 고양 행신침례교회 김관성 목사 얘기다.
김 목사는 지난 9일 주일예배에 이어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행신교회에서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자신의 고향인 울산에 교회를 개척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분립개척은 계획했던 일
“원래 계획하던 일이에요. 부교역자보다는 개척 경험이 있어 개척을 더 잘 할 수 있는 제가 떠나는 게 맞지요.”
13일 분립개척 소식을 확인하는 질문에 ‘별 일 아니라’는 듯 말하는 수화기 너머 김 목사의 목소리는 편하게 느껴졌다.

김 목사는 2015년 11월 행신역 앞 작은 상가에서 행신교회를 개척했다. SNS로 알게 된 14명의 개척교회 멤버들과 시작한 이 교회는 현재 부교역자 6명, 성도 300여명의 건강한 교회로 성장했다. 성도가 늘면서 2018년 지금의 장소로 이전했다.
김 목사는 “울산으로 간다. 수도권에 개척하면 저에게 오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고 교회가 흔들릴 수 있으니까 멀리 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개척 장소로 자신의 고향인 울산을 정한 이유다.
김 목사는 “울산을 떠난 지는 오래됐지만 저에게 익숙하고 정서적 교감이 있는 고향이라 그 곳에 가기로 했다. 교회를 개척할 때 연고가 없으면 힘들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의 결단에 당황한 건 성도들이다.
김 목사는 “가면 안 된다고 말리시는 분도 계시고 어제(12일)는 개척 멤버들과 저녁 식사하는데 우시는 분도 계셨다. 다행히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다”고 전했다.
김 목사의 결정은 뻔한 문법을 모두 뒤집었다.
그는 “저 같은 포지션이 되면 더 큰 교회로 청빙돼 가기 마련인데 다른 결정을 내렸다”면서 “분립개척도 일반적으로 부사역자에게 재정을 지원하고 교인을 떼 주는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우리는 우리 교회만의 외침을 보이자고 결정했다. 제 개인의 용단도 있었지만 교회가 따라줬다”고 강조했다.

교회의 재정지원도 바라지 않는다.
김 목사는 “7년 된 교회라 재정적 어려움은 없지만 교회 개척에 후원해 줄 여유는 없다. 저 도우려다가 교회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걸 원하지 않는다”면서 “선교 후원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경기도 고양 행신교회 김관성 목사는 지난 9일 주일예배에서 ‘안디옥 교회’라는 제목으로 설교하면서 교회를 떠나 울산에서 분립개척하겠다는 결정을 성도들에게 알렸다. 국민일보DB

후임은 우성균 부목사를 세울 계획이다. 우 목사는 개척 초기 전도사 신분을 숨기고 평신도로 새신자 등록을 했다가 지금까지 김 목사 사역에 동행하고 있다.
김 목사는 “우 목사는 사례비 10만원 받을 때부터 함께 했던 분이다. 저와 동역하면서 충분히 훈련 받았고, 이 교회를 감당하기에 부족함 없을 만큼 성장하고 자랐다”며 “(우 목사는)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으며 이런 젊은 목사를 주님의 몸 된 교회로 키워야 하고, 선배는 과감하게 그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했다.

김 목사가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절차와 과정은 성도들에게 맡긴다. 교회는 개척 때부터 모든 정책을 침례교의 회중정치 방식을 적용해 성도들이 결정하도록 했다. 운영위원회는 수평적 의사결정구조를 유지할 수 있도록 교역자들이 참석하지도 않았다.
김 목사는 “정관에 따라 청빙 투표를 해서 4분의 3이 찬성해야 한다”면서 “요한계시록 설교가 4월 첫째 주일에 끝나는데 그때 청빙 투표를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김 목사의 계획은 6월까지 행신교회에서 목회하고 7월부터 창립기념일인 11월 첫 주까지 휴가를 받아 본격적인 개척 준비에 나서는 것이다. 창립일에 돌아와 고별설교를 한 뒤 교회를 떠날 예정이다.

자신의 결정을 두고 SNS에 올라온 칭찬 댓글에 감사와 부끄러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김 목사는 “내려놓는 게 어렵지 않았는데 ‘한국교회를 살리는 영웅’이라는 댓글이 달리고 의미를 부여하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면서 “어려울 때 만났던 정든 성도들을 떠나는 게 힘들 뿐이지 결단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사임의 변… 안디옥 교회처럼
김관성 목사는 지난 9일 주일예배에서 ‘안디옥 교회’(행 13:1~3)’라는 제목으로 설교하면서 교회를 떠나겠다는 결정을 알렸다.

행신침례교회 김관성 목사는 지난 9일 주일예배에서 ‘안디옥 교회’라는 제목으로 설교하면서 교회를 떠나 울산에서 분립개척하겠다는 결정을 성도들에게 알렸다. 행신침례교회 유튜브 캡처

김 목사는 “안디옥 교회는 존립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도 하나님의 음성에 순종해 바울과 바나바를 풀어줬다. 교회 공동체가 자신들을 쪼개야 하나님 앞에 순종할 수 있는 결단”이라고 전했다.
이어 “안디옥 교회의 결단은 자신들이 지금까지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운영하던 방식과 원칙을, 하나님의 부담스러운 명령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지켰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해석했다.

행신교회에서 있었던 7년의 시간도 돌아봤다.
그는 “우리 교회에서의 7년이 제게는 제일 행복하고 복된 날이었다”며 “개척교회는 100곳 중 하나도 살아남기 어려운데 맨바닥에서 시작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분에 넘친 성장의 자리에 서 있다.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되고, 이제 새로운 교회를 낳아야 한다. 새로운 교회를 개척해야 되는 자리에 서 있다”고 밝힌 뒤 “남은 인생을 주님께서 주신 소명의 길에 다시 내던지는데 드리기를 원한다. 담임목사를 개척 현장으로 내보내는 이 시도에 여러분의 마음을 모아 달라”고 부탁했다.

성도들과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기도도 요청했다.
김 목사는 “저와 제 가정을 위해 격려하고 울어주시되, 기쁜 마음으로 해 달라. 노래하고 찬양하며 보내 주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성균 목사를 담임목사로 세워 달라”며 “그가 담임목사가 돼 교회를 이끌어가는 일에 반대하지 말아 주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부탁드린다”고 했다.

주일예배 후 성도들이 혼란에 빠지자 김 목사는 하루 뒤인 10일 페이스북에 ‘행신침례교회를 사임하면서’라는 제목으로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을 다시 설명했다.
김 목사는 “여기저기서 너무 많은 문자와 연락이 들어온다. 개인 신상과 관련된 일이라 낯간지러워 그냥 있으려 했는데, 몇 마디 말씀드리겠다”는 말로 시작했다.
이어 “저는 행신교회 담임목사직을 사임하고 울산으로 개척을 떠난다. 행신교회 운영위원회와 전 성도들에게 9일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도 전했다.
그는 “행신교회는 7년 전 개척해 충분히 성장했다. 교세를 굳이 언급하지 않겠지만 사역자가 6명이니, 대략 예상할 수 있다”며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이기에 더욱 여기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부교역자의 분립개척을 돕는 게 아니라 자신이 나가기로 한 이유도 알렸다.
김 목사는 “코로나 시기에 교회 개척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시절인데 부사역자들을 교회 개척이라는 사지로 몰아넣는 건 하나님이 기뻐하는 일이 아니라 판단했다”며 “저와 아내, 지호와 지은이가 다시 교회 개척에 나서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했다.

어려운 결정이었음에도 덤덤하게 개척의 길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교회 개척의 원리는 간단하다. 그 일을 가장 잘 감당할 능력과 준비된 사람이 가면 된다”면서 “저와 저희 가정이 개척을 가는 이유다. 무엇보다 욕망은 상향성의 삶을, 소명은 하향성의 삶을 추구하기에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결단을 두고 자칫 억측과 오해가 나올 것을 우려하며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도 했다.
김 목사는 “이런 일을 결단하면 뒷이야기가 나온다. ‘누가 목사님 괴롭혔나’‘대우를 시원찮게 했나’‘목회에 발목을 잡았나’‘교회에 무슨 일이 있나’ 등. 결코 아니다”라며 “행신교회에서는 제게 그렇게 한 사람이 한 분도 없다. 행복한 교회라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역자들이 다 그렇게 생각하고, 성도들 대부분이 실제 그렇게 느끼고 신앙생활하고 있다. 다툼이나 갈등이 전혀 없는 교회”람 “행신교회는 제 인생의 봄날이었고, 태어나서 무언가를 해서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본 첫 번째 결과물이었다. 힘든 날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날들이 기쁘고 즐거웠다”고 강조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