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 중 누구를 살려야 하나, 딜레마와 마주한 로봇
[김봉건 기자]
가까운 미래, 어느덧 인간의 생활 공간 곳곳으로 침투해 들어온 로봇.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식물인간이 되어 호흡기에 의지해온 어머니의 간병은 전적으로 딸 정인(이유정)의 몫이었으나 최근에는 그녀를 똑 닮은 간병로봇 '간호중'이 그 역할을 대신해 오고 있다. 독일 기술의 총아라 불릴 만큼 간호중은 매우 정교하게 제작됐다. 여기에 확장된 언어 기능을 탑재시키고, 좀 더 고급 기능으로 업그레이드한 덕분에 간병은 물론 웬만한 일들까지 알아서 척척 처리할 수 있게 됐다.
▲ 영화 <간호중> |
ⓒ 찬란 |
영화 <간호중>은 디지털로 대변되는 시대에 새롭게 부각되는 윤리적 딜레마에 관한 이야기다. 두 간병인의 사례를 통해 우리 사회가 앞으로 마주하게 될 현실과 그에 따른 고민을 들여다보게 한다.
▲ 영화 <간호중> |
ⓒ 찬란 |
지금은 비록 간병로봇이 주로 어머니를 돌보는 까닭에 형편이 많이 나아지기는 했으나 10년 간의 긴 병구완으로 인해 정인의 몸과 마음은 몹시 지쳐 있었다. 무엇보다 그녀를 괴롭혀온 건, 어머니는 그나마 그녀가 돌보는 입장이지만 홀몸인 자신이 늙었을 땐 과연 누가 돌봐줄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게다가 지난한 병구완으로 인해 또래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고, 이를 만회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암울한 미래가 자꾸만 그녀의 발목을 잡는다.
"죽고 싶다."
언젠가부터 정인이 입버릇처럼 되뇌이던 말이다. 좀 더 고급 기능이 탑재된 인공지능 로봇 간호중은 단순한 기능의 보급형 로봇과 달리 스스로의 학습을 통해 진화를 거듭, 인간처럼 인지하고 생각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간호중은 정인이 최근 자주 입 밖으로 꺼내드는 문장, 즉 '죽고 싶다'를 인지한 뒤부터 큰 딜레마에 빠져든다. 식물인간이 된 어머니의 지속적인 생명 연장은 공교롭게도 그녀를 돌봐온 딸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게 아닌가. 그러니까 어머니를 살리자니 딸이 죽게 되고, 딸을 살리자니 어머니가 죽게 되는 혹독한 딜레마와 마주하게 된 것이다. 간호중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 영화 <간호중> |
ⓒ 찬란 |
간호중처럼 인공지능이 스스로 인지하고 생각하여 행동하는 단계에 이를 경우 우리 인류는 어떻게 될 것이고 어디로 갈 것인가. 이 혼란스러운 감정은 극중 스스로 판단하여 선택하고 행동해온 간호중을 향한 정인의 무차별 폭행, 혹독한 딜레마에 빠져 결국 스스로를 제거해달라고 애원하는 간호중의 격한 몸부림, 그리고 구도자를 자처하는 한 수녀(예수정)의 애정 어린 기도 장면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빈부 격차는 디지털 격차를 낳고, 디지털 격차는 다시 삶의 질을 가르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정인이 구입한 로봇에 비해 치매 환자를 간병하던 로봇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급형이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거나 혹은 그 반대의 결과를 초래한다.
▲ 영화 <간호중> |
ⓒ 찬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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