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2건 붕괴사고 '같은점' '다른점'..7개월 만에 사고 재발

장선욱 2022. 1. 1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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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불감증 판박이 사고라는 분석


광주 도심 한복판에서 7개월 사이 같은 건설회사에 의해 발생한 철거·신축 건물 붕괴사고가 전국에 산재한 건설현장 안전관리 확보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지난 11일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 이후에도 구미 등 겨울철 공사가 진행 중인 곳곳에서 거푸집 등이 무너지는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졌다. 도무지 신축 때나 철거 때를 가리지 않고 붕괴하는 건물을 지켜봐야 하는 시민들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건설업계 성찰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가운데 왜 유독 광주에서 7개월 시차를 두고 대형 붕괴사고가 일어났는지에 대한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6월 학동 붕괴 참사와 지난 11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는 건축물을 허물어뜨리는 철거와 설계도를 기초로 새 건물을 짓는 신축공사 도중에 각각 발생했다는 점에서 판이하다.

제 역할을 다한 노후 건축물을 무너뜨리는 철거 공사와 맨땅에 주상복합 고층 아파트를 신축하는 공정을 비교하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다.

하지만 2건의 대형 붕괴사고가 광주에서 잇따르자 도대체 어떤 문제점으로 인해 인명피해를 동반한 대형 사고가 다시 터졌는지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궁금증이 증폭되는 현실이다.

아파트 재개발을 위해 철거하던 학동 5층 건물이 인근 도로를 향해 무너지면서 운림54번 시내버스를 덮친 것은 지난해 6월 9일.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끔찍한 인명피해를 입었다. 반찬거리를 사 들고 귀가를 서두르던 아주머니는 느닷없는 붕괴사고로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사고 직후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고 재발을 막겠다고 약속했다. 그렇지만 그 약속은 아무런 메아리도 없는 공염불에 불과했다는 게 7개월 만에 여실히 드러났다. 이번에는 고작 6~7㎞ 떨어진 곳에서 신축 중인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허무하게 무너지는 것을 예방하지 못했다.

이 회사는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스스로 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쳤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현대산업개발 경영진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고현장을 찾아 사고수습과 피해복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그동안 대표이사만 바뀌었을 뿐 달라진 것은 별로 없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학동 붕괴 참사 당시 권순호 현대산업개발 대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사고가 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번 사고가 발생하자 회사 측은 유병규 대표이사 명의로 달랑 한 장짜리 사과문만 발표해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학동과 화정아이파크 사망·실종자 가족들은 “철거할 때도 신축할 때도 근로자는 물론 인근 시민들의 생명을 담보하기 위한 건설현장의 안전관리는 한결같이 묵살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광주시 등 지자체의 대처도 매끄럽지 못했다. 현대산업개발에 의한 두 번째 붕괴사고가 발생하자 시는 이 회사가 진행하는 지역 내 5곳의 공사현장에 대해 중지 명령을 내렸지만, 사후약방문에 다름 아니다.

특히 담당 지자체인 서구는 그동안 인근 주민들이 400여 건의 민원을 제기하면서 ‘제2의 학동 참사’가 우려된다고 주장했지만, 팔짱만 낀 채 강 건너 불 보듯 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학동 붕괴사고 이후 광주시는 철저한 원인조사와 책임규명, 재발 방지를 빈틈없이 하겠다고 다짐해왔다. 그러나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단가 후려치기에만 데 혈안이 된 건설회사의 방종을 차단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건설업계 자체적인 자성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고질적 재하청 관행과 ‘꼬리자르기식’ 책임자 처벌을 제도적으로 뿌리 뽑고 ‘발본색원’ 해야 한다는 시민단체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7개월 전 학동 붕괴사고로 그동안 9명이 구속기소 됐지만 원청인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1명밖에 처벌을 받지 않았다. 재해 발생 때 원청의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는 27일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는 또다시 법망을 빠져나가게 생겼다.

무엇보다 건설회사 ‘HDC 현대산업개발’에 의한 2건의 붕괴사고는 ‘안전 불감증’에 젖은 이 회사가 수익성 확보에 눈이 멀어 공사 기간을 무리하게 단축하다가 사고를 유발했다는 점에서 판박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안전펜스와 가림막 설치 등을 통한 철거·신축 현장의 주변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아 사고 피해가 더 커진 점도 공통점으로 꼽힌다.

같은 지역에서 같은 회사가 7개월 만에 대형 붕괴사고를 유발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갈수록 공감을 얻고 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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