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날엔..] 대선 투표율 전국 최고는 성남 분당과 용인 수지
투표율 상위권, 농촌보다 도시..과거 대선과 달라진 흐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편집자주 - ‘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대선 투표율’과 관련해 상식처럼 굳어진 믿음은 농촌이 도시 지역보다 투표율이 높다는 인식이다. 실제로 서울이나 인천 등 수도권보다는 충청, 호남, 영남 등 지역의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경기도의 경우 도시 지역보다는 군 단위 지역의 투표율이 높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987년 제13대 대선에서 투표율 90%를 넘어선 지역은 강원, 충북, 전북, 전남, 경북 등 비(非) 수도권 지역이다. 수도권보다는 지방, 도시보다는 농촌 지역의 대선 투표율이 높다는 통계는 이후에도 이어졌다.
이런 통계를 토대로 대선 투표율을 둘러싼 믿음이 상식처럼 번졌다.
흥미로운 지점은 가장 최근 대선인 2017년 5월9일 제19대 대선 결과는 전혀 달랐다는 점이다. 당시 시·군·구 지역을 기준으로 전국 최고 투표율은 영남이나 호남의 어느 군 단위 지역이 차지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부동산에 민감한 아파트 밀집 지역이 전국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주인공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와 용인시 수지구로 각각 83.9%의 투표율을 보이며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분당과 용인은 아파트촌(村)이 밀집한 지역이다.
분당과 용인은 경기도의 대표적인 농촌 지역인 연천군(73.7%), 양평군(74.7%), 가평군(72.7%)보다 투표율이 10% 포인트 가량 높았다.
연천과 양평, 가평은 서울의 동작구(80.8%), 서초구(80.8%)보다 낮은 대선 투표율을 보였다.
지역으로 내려가면 군 단위 지역과 도시 지역의 투표율은 어떻게 나타났을까.
전남에서 최고 투표율을 보인 곳은 순천시로 81.1%로 조사됐다. 반면 농어촌 지역인 전남 영광군은 76.6%, 신안군은 75.6%로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경남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경남에서 최고의 투표율은 창원시 성산구로 전국 최고 수준인 83.5%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경남에서 농어촌 지역으로 분류할 수 있는 고성군은 73.0%로 창원 성산보다 10% 포인트 가량 투표율이 낮았다.
이처럼 도 단위 지역으로 내려가도 투표율 상위권은 도시 지역이 차지했고, 농어촌 지역의 대선 투표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현상을 보였다.
전국 최고 투표율은 경기도의 아파트 밀집 지역이 차지하고, 지역에서도 도시 지역의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우선 대선 투표율의 경향성이 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파트 밀집 지역의 높은 투표율은 여야 정당이 분석해볼만한 내용이다. 전통적인 개념의 대선 전략에서 벗어나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도시 지역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는 선거 참여와 관련한 접근성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 도시 거주자는 자신이 사는 곳 인근에 투표소가 마련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본인 의지만 있으면 투표 참여가 가능한 구조다.
반면 농어촌이나 도서산간 지역 거주자들은 투표 참여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본인의 거주지에서 멀리 떨어진 투표장에 가려면 차량 등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전투표의 활성화도 대선 투표율에 영향을 주는 변수다. 대선 당일은 물론이고 사전투표일에도 투표 참여가 가능하다. 직장인들은 자신의 일터 근처에 마련된 투표장에서 사전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지난 대선의 사전투표율은 26.06%에 달했다.
3월9일로 예정된 제20대 대선 투표율은 얼마나 될까. 여론조사를 보면 대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응답이 80~90%에 달하지만 실제 투표율이 80%를 넘어설 것인지는 의문이다.
2000년 이후 대선에서 투표율이 80%를 넘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지역별 투표율은 대선 당락을 가르는 변수다. 대선은 결국 어떤 후보의 지지자가 투표장에 더 많이 나오느냐를 놓고 벌이는 경쟁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 전국 최고 투표율은 어느 지역이 차지할까. 수도권 아파트 밀집 지역의 투표율 강세는 이번에도 이어질까. 분당과 수지가 이번 대선에서도 투표율 최상위권을 유지할 것인지도 관전 포인트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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