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南 보란듯 '극초음속 발사체' 도발.. 軍, 극초대형 쇼크

정우진 2022. 1. 15.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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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신형 미사일 새 안보 위협 부상
5일 발사 때 軍 "마하6.. MARV 추정"
北 과소평가하다 11일 발사로 곤혹
연합뉴스·게티이미지뱅크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이 새로운 안보 위협으로 떠올랐다. ‘게임 체인저’라는 평가도 받는다.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은 우리 요격망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첨단무기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요격망 등 방어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북한은 지난 5일과 지난 11일 자강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각각 극초음속미사일을 쐈다. 엿새 만에 성능은 크게 향상됐다. 지난 5일 극초음속미사일의 최대 속도는 마하6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11일 미사일은 마하10으로 두 배 가까이 속도가 빨라졌다.

특히 우리 군 당국이 북한이 지난 5일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 “상당 구간을 마하5 이상으로 활공하지 못해 극초음속미사일이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한 것은 논란을 낳았다. 우리 군 당국이 북한 미사일을 얕잡아 보자, 북한이 마치 보란 듯 성능을 개량한 미사일을 쏘아 올리며 시위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확한 분석 없이 북한의 군사기술을 과소평가했던 군 내에선 당혹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된다.

논란 자초한 군당국 브리핑

우리 군 당국은 지난 7일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성공 보도를 반박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전날 “국방과학원이 극초음속미사일을 시험발사해 700㎞에 설정된 표적을 오차 없이 명중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국방부는 하루 만에 “이번 미사일 속도는 마하6, 고도 50㎞ 이하이며 비행거리는 북한 주장대로 700㎞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초도 평가하고 있다”며 “사거리와 측면기동 등 성능은 과장됐고 극초음속 비행체 기술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국방부 산하기관 관계자도 “‘극초음속 활공체(HGV)’가 아니라 ‘기동형 탄두 재진입체(MARV)’를 탑재한 탄도미사일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의 이례적 공개 반박은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보도가 잇따르자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군 내부에서도 공보 대응이 잘못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군 소식통은 14일 “합참이 처음부터 제원 등을 제대로 밝혔어야 했다”며 “군 당국의 부정확한 설명이 오히려 불안을 더 키웠다”고 지적했다.

“북한, 우리 방어체계 무력화 노려”
게티이미지뱅크

군 당국이 북한 미사일의 위협성을 과소평가한 것에 대한 전문가들의 비판도 잇따랐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MARV에 핵탄두를 설치하면 핵미사일이 되기 때문에 MARV가 재래식 무기라는 국방부의 표현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극초음속미사일 완성을 위한 개발과정을 진행하고 있는 북한의 최종 목적은 우리 군의 미사일 방어 체계 무력화”라며 “북한이 자유로운 미사일 회피 기동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간단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당히 위협적”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미사일 분야 권위자인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지난 10일 자료를 내고 군 당국의 분석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장 교수는 “(북한 미사일이) 쐐기 형상을 했지만 속도가 마하2~3에 불과했던 지난해 9월의 HGV에 이어 북한이 이번에는 원뿔 형상을 가진 HGV의 형상설계를 시험한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우리 군이 북한이 지난 5일 시험발사한 미사일의 사거리 등을 공개하지 않은 점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다. 군이 불규칙적으로 움직인 북한 미사일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해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합참, 뒤늦게 “북한 미사일 성능 진전”

북한이 지난 11일 자강도 일대에서 최대 속도가 마하10에 이르는 발사체를 다시 쏘아 올리자 상황은 급반전됐다. 마하10은 북한에서 1분 안에 서울 상공에 도달할 수 있는 속도다. 그제서야 합참은 이번 “이전보다 성능이 진전된 것(미사일)으로 평가한다”고 물러섰다.

북한은 지난 12일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에서 연속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당장 전력화 단계에 들어가지는 않더라도 사실상 극초음속미사일 개발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특히 지난 5일 발사 때 참관하지 않았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두 번째 발사는 직접 참관했다.

연합뉴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오랜만에 시험발사에 참관했다는 점에서 이 무기가 가지는 의미가 크고, 완성도도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제 사거리를 좀 더 늘려 실제 사용 가능한 무기로 발전시키는 단계에 들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군 당국의 부정확한 뒷북 브리핑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지금처럼 국민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면서 군이 먼저 ‘톤 다운’을 하면 오히려 더 큰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미사일 기술력을 평가절하 할 때가 아니라 우리의 요격 능력을 더 빠르게 개발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극초음속미사일이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 건 우리 요격망의 예측을 벗어난 공격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탐지 자산을 늘려 탐지 시간을 단축하고 한·미 연합전력을 통해 요격 시스템을 보강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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