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혁 기자의 '예며들다'] '하나님 나라 확장한다'는 생각으로 마음 모아야

임보혁 입력 2022. 1. 15. 03:08 수정 2022. 7. 27. 13:5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회의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잠시 화장실도 다녀오고 쉬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동의하시면 '예'하시고, 아니라면 '아니오'라고 하세요."

어느 교단의 정기총회가 진행되는 중간, 의장을 맡은 총회장이 '총대'라 불리는 총회 대의원들에게 물었습니다.

교단 총회장이 전권을 쥐고 안건 통과를 좌지우지할 것이란 예상과는 달랐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한 명의 총회장이 교단을 장악해 모든 걸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의미로도 다가왔습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 한목소리 내야하는데
지난해 9월 13일 울산 우정교회에서 열린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제106회 총회에서 총대들이 임원 선거를 진행하는 모습. 국민일보DB


“회의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잠시 화장실도 다녀오고 쉬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동의하시면 ‘예’하시고, 아니라면 ‘아니오’라고 하세요.”

어느 교단의 정기총회가 진행되는 중간, 의장을 맡은 총회장이 ‘총대’라 불리는 총회 대의원들에게 물었습니다. 회의장에 모인 총대들이 일제히 “예”라고 답하자 비로소 쉬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총회 취재를 처음 갔다가 본 당시 이런 회의 진행은 생소했습니다. 교단 총회장이 전권을 쥐고 안건 통과를 좌지우지할 것이란 예상과는 달랐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일부 교단을 제외하고 주요 개신교단 총회장의 임기가 1년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놀랐습니다. 사실상 한 명의 총회장이 교단을 장악해 모든 걸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의미로도 다가왔습니다.

한국 개신교의 특징을 꼽는다면 개교회주의, 교단 중심주의가 아닐까 합니다. 중앙집권제 형식을 띤 다른 종교와 달리 한국교회는 각각의 교단마다 헌법이 별도로 존재합니다.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을 거듭한 분열의 결과인 측면도 있지만, 그만큼 덜 폐쇄적이고 독립적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지인들이 가끔 교회의 이런 체계에 관해 물을 때면 저는 축구에 빗대 설명하곤 합니다. 빗장 수비 축구를 지향하는 팀이 있고, 공격이 최고의 수비라 생각하는 팀이 있듯이 교단 모두 축구라는 종목 안에서 정해진 규칙(성경)을 지키며 경기를 뛰지만, 각기 중요시하는 부분은 다르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 축구를 하러 왔다면서 몰래 손을 쓰고 규칙을 무시하고, 때론 자신의 규칙만이 바르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사이비, 이단 종교라고 부연하곤 했습니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며 한국교회는 한층 더 사회로부터의 비난에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정부의 방역수칙을 거부하고, 독자 행동을 해 확진자가 발생한 사례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 주변 지인은 이를 두고 “왜 한국교회는 그들을 통제 못 하는 거냐”라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앞서 말했듯 한국교회는 저마다 교단별로 독립성을 띤 주체가 모인 공동체이기 때문이라는 답으로 귀결됐습니다. 교단에 속한 개교회들도 교단 지도부의 직접적인 지휘를 받기보다는 독립성을 띱니다. 교회 공동체는 모두 같은 하나님의 형제, 자매라는 인식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교단 내에서도 안건을 독단적으로 처리하지 못하게 막는 민주주의 체제가 자리잡힌 현실에서 다른 교회, 교단에 특정 행동을 강요하기란 어렵습니다. 그런 면에선 중앙집권형 체제가 편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중앙에서 통제하고 분란이 있는 곳은 과감히 쳐내면, 적어도 겉에서 보면 안정적으로 보일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이 옳은 것만은 아니란 건 민주주의를 쟁취해내고 정립해온 한국 사회는 특히나 더 잘 알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교회는 연합기관을 중심으로 모여 숱한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모일 수 없는 팬데믹 속에서 어떻게 공예배의 가치는 지켜내면서 그와 상충하는 사회의 요구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놓고 말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삐걱거리기도 했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럴수록 한국교회가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소리도 높아졌습니다. 이에 일부 연합기관들은 기관 통합을 추진하고 1인 대표 체제를 구축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중요한 건 통합의 형식이 아니라 마음의 연합이 아닐까 합니다. 끊임없는 논의를 통해 민주주의 체제가 가진 단점은 보완하면서 집단지성을 모으고 하나님의 지혜를 구하는 일이 무엇보다 한국교회에 필요한 과제가 됐습니다. 주님이 묻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끊임없이 내게 물으며 답을 찾겠느냐?” “예”라고 답할 때입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