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에 은퇴란 없다, 으랏차차∼ 인생 2막"

백상현 입력 2022. 1. 1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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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목회자 3인 아름다운 사역
게티이미지뱅크


100세 시대다. 다수의 목회자는 70대 은퇴 이후 경제적·영적 어려움, 소속감 부재에 따른 심한 고독감을 호소한다. 하지만 은퇴 이후 제2의 사역을 왕성하게 펼치는 목회자도 있다. 인생 후반전 사역을 알차게 펼치고 있는 3명의 노장(老將)을 만나봤다.

딴딴한 허벅지 근육으로 교회개척

“하루 1시간 30분 이상 꼭 근력운동을 해요. 그리고 1시간 30분은 걷죠. 넓적다리와 종아리 근육이 생기니 저절로 당뇨, 혈압이 조절됩니다. 최근 의사를 만났더니 5년 전보다 신체 나이가 더 젊어졌다고 합디다.”

지난 12일 만난 길자연(80) 서울 왕성교회 원로목사는 대뜸 자신의 허벅지부터 만져보라고 했다. 팔순의 허벅지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딴딴했다. 2012년 은퇴한 길 목사는 2016년 천희정 사모를 먼저 천국에 보냈다. 하지만 그는 우울의 골방보다 희망의 목회현장을 선택했다. 길 목사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목회하면서도 언젠가 강남에서 한번 목회해 보는 게 꿈이었다. 그래서 은퇴 후 서울 서초구 교대 앞 카페를 빌려 교회를 개척했다”면서 “이후 강남구 청담동으로 옮겨 2년 8개월간 목회하는데, 성도가 50명까지 불어났다”고 웃었다.

140명의 당회원을 거느렸던 목회자라 하더라도 강남 상가 임차료와 부교역자와 피아노 반주자 사례비, 8명의 선교사 후원 비용을 감당하는 건 쉽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로 더이상 버틸 수 없어서 교회를 경기도 양평 십자수기도원으로 옮겼다. 길 목사는 “주변에서 좀 쉬라고 하는데 그럴 성격이 아니다”라면서 “지난 60여 년간 재탕 설교를 한 번도 한 적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서울 근교에서 전원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교회를 정하지 않고 영적으로 방황하는 이들이 꽤 있다”면서 “그들을 모아 예배드리다 보니 외로울 겨를도 없다”고 했다.

최근 길 목사는 평생의 목회 노하우를 담은 ‘목회보감’(쿰란출판사)도 출간했다. 그는 “젊은 목회자를 위해 70세 정년을 맞아 담임목사직에서 은퇴하는 것은 맞다고 본다. 하지만 목회만큼은 은퇴가 없다”며 “사명을 받은 목회자가 평생 할 일은 전도와 목양이다. 주변의 몇 사람이라도 함께 예배드리는 게 맞다”고 조언했다.

목회자 영성 회복에 모두 투자

이영환(73) 대전한밭제일교회 원로목사는 은퇴 후 대전과 제주를 오가고 있다. 제주 애월읍에서 장자권선교센터 사역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2017년 67세에 조기 은퇴한 이 목사는 매년 선교지 20여 곳에서 현지 목회자와 선교사의 영성 회복을 위한 부흥성회를 개최했다. 그러다 2020년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모든 해외 성회가 올스톱 됐다. 기도 중 ‘국내 목회자를 돌보라’는 응답을 받은 이 목사는 노후의 마지막 터전인 인천 송도 아파트부터 매각했다. 그러자 장자권선교회와 뜻을 같이하는 성도들이 헌금에 동참했고, 지난해 1월 제주 애월읍 1만6528㎡(5000평)의 청소년 수련시설을 매입했다. 이 목사는 “제주공항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센터는 목회자들이 10일간 매일 12시간 이상 기도에 매진하고 말씀과 금식으로 목회영성을 회복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센터는 숙소 32개와 기도실 9개, 식당이 있다. 1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곳에선 조만간 목회자 연령대에 따라 300절 말씀암송과 금식기도, 신앙훈련 등 집중적인 영성훈련이 진행된다.

이 목사는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으로 인터넷의 세속 문화가 범람하다 보니 음란의 유혹이 강렬하다. 목회자들이 과거보다 10배 이상은 노력해야 겨우 어둠의 문화를 맞설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목회자들을 이대로 내버려 뒀다간 개인 영성도 제대로 지키기 힘들다”면서 “그렇게 되면 결국 10년 이내에 한국교회가 반 토막 나고 말 것이다. 그래서 목회자 영성훈련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정보의 홍수시대이지만 마실 물이 없는 영적 기근의 시대”라면서 “사사기 시대와 같은 혼란의 시기 은퇴 목회자는 주님 앞에 설 때까지 주님의 대사로서, 양으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은퇴 후 작은교회 기본 잡아주기

조일래(75) 인천 수정성결교회 원로목사는 2017년 은퇴했다. 그는 퇴직금 1억원을 출연해 경기도 김포에 목자재단 사무실을 열고 작은교회 리모델링과 ‘2.3.4 부흥운동’에 힘쓰고 있다.

조 목사는 “2.3.4 부흥운동은 작은교회 목회자들이 매일 2시간 기도하고 3시간 말씀을 묵상하며 4시간 전도할 수 있도록 돕는 운동”이라면서 “목회자가 이렇게 사역하면 직장인이 근무하듯 하나님 앞에서 기본 근무를 하게 된다. 시간 관리를 철저히 하다 보면 당연히 목회의 길은 열리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목회자들은 ‘2.3.4 부흥운동에 동참한다’는 서약서를 제출하고 매일 이행 여부를 기록해야 한다. 목자재단은 매달 전도와 사역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25만~100만원의 후원금을 지원한다. 2019년부터는 1개 교회당 500만~1000만원을 후원해 40개 교회의 리모델링을 마쳤다. 주로 지붕 방수, 예배당 리모델링, 벽면 보온처리, 바닥 교체, 사택·십자가 탑 보수, 화장실 개조를 해줬다.

조 목사는 “목자재단의 사역은 작은교회의 미래가치, 성장 가능성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있다”면서 “힘들고 어려운 목회 길에 동행하고 싶어서 은퇴 후 이 일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목회자가 마음을 다하고 힘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하고 죽도록 충성한다면 그 헌신을 주님도 아시고 주변 사람도 알게 될 것”이라면서 “리모델링 교회 실사를 다니고 작은교회 목회자를 지도하느라 아플 틈도 없다”고 웃었다.

은퇴 목회자의 건강관리 비법은

그렇다면 인생 후반전을 알차게 보내는 3명의 목회자는 건강관리를 어떻게 할까. 소식(小食)과 근력 운동, 규칙적인 기도생활은 기본이었다. 길 목사는 “아침에는 7가지 채소를 먹고 새싹보리, 유아용 분유, 단백질 보충제를 섞어 마신다”면서 “우리 나이에는 근육이 줄어들기 때문에 소식 하더라도 단백질은 충분히 공급해줘야 한다. 저녁에는 과일을 주로 먹는다”고 귀띔했다. 이어 “매일 헬스클럽에 가서 30분은 자전거 등 하체운동을 하고 30분은 윗몸 일으키기 등 상체운동을 한다”며 “그렇게 3년간 근력운동에 집중했더니 몸이 돌덩이처럼 바뀌는 느낌이 들었다. 몸이 건강해야 기도와 말씀의 깊은 세계에 들어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목사는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지만 장자권선교센터 주변을 산책하며 기도한다”면서 “수시로 한 끼 금식한다. 매일 8시간 이상 말씀을 보든, 기도하든, 설교를 듣든 주님과의 교제의 시간을 철저히 지킨다”고 설명했다. 그는 “육체의 건강은 순수한 영성, 겸손한 영성에서 시작된다”면서 “박한수(고양 제자광성교회) 김종진(대전한밭제일장로교회) 황성은(대전 오메가교회) 목사 등 젊은 목회자의 유튜브 설교를 들으며 기도시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조일래 목사가 12일 경기도 김포 목자재단 사무실에서 스트레칭 시범을 보이고 있다. 김포=강민석 선임기자


조 목사는 새벽 4시 20분 기상 후 30분간 윗몸 일으키기 등 스트레칭을 하고 인천 수정성결교회에 가서 새벽 제단을 쌓는다. 그는 “새벽기도 후 목자재단 사무실에 출근해 직장인처럼 일과를 시작한다”면서 “은퇴는 어디까지나 담임목사 은퇴이지 하나님의 종, 일꾼으로서 은퇴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조 목사는 “하나님께서 건강을 허락하시는 한 목회자는 평소 주님을 사랑하며 복음을 전하고 설교했던 그 모습, 그 믿음, 그 가르침대로 흐트러짐 없이 끝까지 믿음의 경주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포·제주=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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