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기준금리 1.25%..정상화는 일단락, '긴축 시대' 가나

윤상언 2022. 1. 1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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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이 일단락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25%로 0.25%포인트 인상하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0.5%까지 낮췄던 기준금리를 이번까지 세 차례에 걸쳐 올리며 1년 10개월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제 관심은 통화정책 정상화를 넘어선 긴축의 시동을 거느냐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4일 기준금리를 연 1%에서 연 1.25%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8월과 11월에 이은 추가 인상이다. 코로나19 확산세 속 금리를 내린 2020년 3월(1.25%→0.75%)과 5월(0.75%→0.5%)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2회 연속 금리 인상은 2007년 7월과 8월 이후 14년 만이다.

이날 추가 금리 인상은 예정된 이벤트였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1분기 금리 인상의 문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운 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되돌린 한은이 긴축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는 신호를 주느냐였다.

이 총재는 또 한 번 매파(통화 긴축) 본색을 드러냈다. 이날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경제 상황에 맞춰 기준금리를 추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성장과 물가 등을 고려할 때 지금도 실물경제 상황에 비해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긴축'을 향한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 총재의 발언이 알려지며 시장은 움츠러들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36%, 코스닥은 1.21% 하락하며 거래를 마쳤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다시 2%대로 올라섰다. 전날보다 0.091%포인트 올라 2.044%로 장을 마쳤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코로나19 재확산에도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고, 추가 금리 인상까지 시사하는 건 거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 때문이다.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이 장기화하는 데다, 원재료비 상승으로 외식 물가도 치솟고 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2.5%였다.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2%)를 훌쩍 넘어섰다. 지난달 CPI는 1년 전보다 3.7% 상승했다.

물가 오름세는 더 이어질 것이란 게 한은의 전망이다. 한은은 올해 CPI 상승률이 2%대 중반을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전망치(2%)를 상향 조정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11월 전망 당시보다) 물가 상승 압력이 상당히 높고 범위도 넓다고 확인했다"며 "공급 병목에 따른 상승 압력도 점차 확대되며 (월별) 3%대 흐름이 꽤 가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가계 빚 증가에 따른 '금융 불균형' 우려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가계 빚(가계신용)은 1845조원으로, 1년 전보다 9.7% 늘었다. 그럼에도 기준금리 인상을 버텨낼 수 있을 것이란 국내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도 깔렸다. 한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3.0%로 유지했다.

돈줄 죄기의 속도를 높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움직임도 한은의 금리 인상에 부담을 덜어줬다. Fed가 오는 3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종료와 함께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이번 금리 인상으로 미국(0~0.25%)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1%포인트로 벌어졌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문제는 금리 인상의 후폭풍이다. 당장 빚을 안고 있는 가계의 부담이 커진다. 한은에 따르면 금융 기관의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대출자 1인당 평균 이자액은 16만1000원이 늘고, 전체 가계의 이자 부담 규모는 연간 57조7000억원에서 60조9000억원으로 증가한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8월 이후 금리 인상분(0.75%포인트)에 따라 단순 계산한 개인당 평균 이자 부담의 증가분은 48만3000만원에 달한다. 가계의 총 이자 부담 규모도 연간 57조7000억원에서 67조3000억원으로 9조6000억원이 느는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은행권의 대출 금리는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에 연동되는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이날 기준 연 3.57~5.07%로 나타났다. 2020년 말(연 2.52∼4.05%)보다 상단과 하단이 각각 1.02%포인트, 1.05%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한계선상에 있는 영세·중소기업이나 서민층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지난해 8월 이후 세 차례나 시행된 기준금리 인상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금융비용 부담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빚 부담에 가계가 허리띠를 졸라매며, 소비 여력이 줄면서 민간 소비 부진과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오른 금리 수준이) 가계 소비를 제약할 수준은 아니다. 부채 리스크(위험)가 촉발될 위험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일 대비 1.36% 하락한 2921.92를 나타내고 있다. 뉴스1

이 총재가 매의 발톱을 드러내자 전문가들은 올해 1~2회 추가 금리 인상을 예상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높아진 물가와 누적된 금융 불균형 위험을 근거로 한은의 '매파 본성'이 세졌다"며 "금리를 3분기에 추가로 올려 1.5%까지 인상할 것으로 보지만, 시장에선 1.75%까지 각오해야 한다는 인식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올해 인상이 0.25%포인트씩 2회 더 이뤄지면 연말 기준금리는 1.75%가 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이고 가계부채나 금융 불안정 이슈가 여전하기 때문에 올해 기준금리를 2회 이상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추가 인상 시점은 3분기가 될 것이란 게 시장의 우세한 전망이다. 대선(3월 9일)과 총재 임기 만료(3월 31일)에 따른 신임 총재 임명 등의 시간표를 고려하면 7~8월 금통위에서나 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하지만 이날 이 총재의 발언에 비춰볼 때 이르면 2분기에도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황의영·윤상언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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