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겹게 시장 휩쓸었더니..메가조선사 탄생 발목 잡은 LNG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독점.’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M&A)을 유럽연합(EU)이 불승인하면서 내세운 명분이다. 두 회사가 하나가 되면 LNG선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형성해 시장 경쟁을 저해한다는 논리다. EU가 양사의 승인 조건으로 한국조선해양의 LNG선 사업부 일부 매각을 비공식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그룹이 이를 거부할 의사를 내비치자 승인을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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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한국조선·대우조선 합병 불승인
EU는 세계 1·2위 조선업체인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 합병으로 인한 LNG선 시장 독점을 우려했다. 한국 기업이 LNG선 시장에서 절대 강자인 것은 사실이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전 세계 LNG 선박 시장에서 87%를 독식했다. 지난해 발주된 LNG선 83척 중 69척을 수주했다.
하지만 현재 시장점유율만으로 시장 독점을 우려하는 건 무리라는 게 현대중공업그룹 측 주장이다. 일단 한국 조선사는 프랑스·스웨덴·일본보다 뒤늦게 LNG선 시장에 뛰어들었다. 국내 기업이 최초로 LNG선을 건조한 것은 1994년이다(현대유토피아호). 세계 최초의 LNG선(1958년)에 비해 약 40년 가까이 늦었다.
시장 경쟁자도 많다는 것이 현대중공업 측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중공업(19건)보다 삼성중공업(22건)이 더 많은 LNG선을 수주했다. 중국(후동조선소)과 일본 (미쓰비시조선소·가와사키조선소), 러시아(즈베즈다) 등 다른 국가에도 경쟁자들이 많다. 특히 이 선박의 핵심인 LNG를 담는 탱크(화물창) 기술은 GTT(프랑스)·모스마리타임(노르웨이) 등 EU 기업이 독점하고 있다. 이처럼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한국 기업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 건 글로벌 선사로부터 기술력을 인정 받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1990년대 이후 환경 문제가 국제적 이슈로 부각하면서, 청정연료로 구분하는 LNG를 운반하는 선박 발주 수요도 늘었다. EU는 세계 3위의 LNG 수입국이다. 머스크(덴마크)·CMA-CGM(프랑스)과 대형 해운사가 EU 회원사의 국적사다. 이번 합병으로 EU 블럭 해운사가 지금보다 비싼 돈을 주고 선박을 건조하는 상황을 EU가 우려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 조선 3사, LNG선 87% 점유
EU의 합병 불승인에 대해서 한국조선해양이 어떻게 대응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한국조선해양은 EU의 최종 결정문을 검토한 후, EU 법원을 통한 시정요구 등 대응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작업은 다시 안갯속으로 들어갔다. 일단 채권단인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다시 관리하는 체제로 전환할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지분의 55.7%를 보유하고 있다.
정부는 14일 관계부처 합동입장문을 통해 “대우조선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민간 주인 찾기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며 “대우조선 경쟁력 강화 방안도 조속한 시일 내에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복이 심한 조선업황의 특성을 고려하면 적절한 인수 주체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장에서 꼽는 잠재적 인수 후보군은 포스코·한화·효성·SM그룹 등이다. 다만 이들이 실제로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들지는 알 수 없다.
이번 합병 무산이 두 회사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불확실성이 커지겠지만, 한국조선해양은 오히려 저평가 받던 기업가치가 반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그룹으로의 피인수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은 유상증자 형태로 1조5000억원을 수혈할 수 있었지만, 합병 불발로 재무적 불확실성 우려가 불가피해졌다”며 “반면 대규모 유상증자 우려가 주가에 반영됐던 현대중공업은 기업가치 할인 완화가 기대된다”고 예상했다.
문희철기자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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