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사장님들의 '마켓컬리'..식자재 유통 디지털化 나선 스타트업 '푸드팡'

박수호 2022. 1. 1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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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여곳 식당이 앱 통해 3만여 농수산물 거래
공경율 대표 "110억 투자 유치..도매 시장 변신 주력"
푸드팡 전에 전개했던 밀키트앱 '요리사요' (푸드팡 제공)
농식품 시장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농협경제연구소는 지난해 1~8월 농축산물 온라인 거래액이 5조1000억원으로 2017년 이후 연평균 약 35% 늘었다고 밝혔다. 2020년 기준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 규모도 1조5000억원으로 2015년 대비 150배 이상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식자재 도매 시장으로 넘어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여전히 많은 자영업자는 가락시장 등 도매 시장 거래처를 확보, 전화나 문자로 주문한다.

‘IT 기술을 발달했음에도 왜 도매 시장은 혁신이 느리지?’ 공경율 푸드팡 창업자의 문제의식은 여기서 시작했다.

본인 스스로도 20대 초반 창업해 오프라인 야채 가게를 3곳이나 운영해봤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생긴 문제의식을 고스란히 푸드팡에서 풀어보려 했던 것이 오늘에 이른다. 공 대표는 2018년 푸드팡 앱을 출시한 후 야채, 과일, 축수산, 공산품 등 3만개 상품을 올렸다. 식당 사장 입장에서는 앱 가입만 해도 식자재를 비교해보면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게 됐다. 금세 5000개 이상의 식당이 입점하면서 도매 시장에서 주목받게 됐다.

자연스레 월 단위 매출액도 20억원(2011년 11월 기준)을 돌파, 금융투자(IB)업계에서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최근 KDB산업은행, 하나은행, IBK 기업은행, SBI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11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음은 공경율 대표와 일문일답.

도매시장도 '새벽배송'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한 푸드팡 (푸드팡 제공)

Q. 푸드팡이라고 하면 일반인에게는 생소한데.

푸드팡은 식자재 B2B(기업 대 기업) 플랫폼이다 보니 일반인이 알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5000여개 식당 사장님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하다(웃음). 농산물 도매 시장을 물류허브로 삼고 마켓컬리 이용하듯이 자영업자도 전날 밤 10시까지 푸드팡에서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8시 이전에 각 식당 냉장고, 냉동고 안에까지 배송해주니 호응이 크다. 가락시장처럼 농산물 도매 시장은 전국 주요 도시에 있는데 농수축산물 외에도 가공식품, 잡화 등 다양한 물건을 취급한다. 도심의 공급망 기능을 병행하다 보니 국가 혹은 지자체가 사실상 운영한다고 보면 된다. 이때 아쉬운 것은 디지털 전환에 뒤떨어지고 물류 시스템이 낙후됐다는 점이다. 그래서 시장 참여자 모두에게 편리한 시스템을 제공해보자고 나선 게 여기까지 왔다.

Q. 농수축산물을 다루는 게 쉽지 않을 듯싶다. 특히 매일 시세가 변하지 않나.

맞다. 그래서 푸드팡은 앱 내에서 이런 데이터를 매일 모으고 또 업데이트하고 있다. 매일 시세가 변하는 상품만 1만1000여개에 달한다. 자영업자나 시장 상인들은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실제 시세가 앱에 바로 반영되는 데다 품질에 만족 못하면 100% 보상을 해주는 파격 정책을 선보이니 푸드팡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1월 대비 12월에는 약 300%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었다. 연간 추산 매출액은 180억원, 올해 목표는 500억원 이상이다.

Q. 왜 창업할 생각을 하게 됐나. 결정적인 사건이 있다면.

고등학교 때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다. 삼성소프트웨어멤버십 활동을 하는 개발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입사 특전이 있었는데 창업을 더 하고 싶었다. 그래서 대학생 때 부산에서 온라인 밀키트 사업을 했다. 집에서 간편하게 해 먹을 수 있는 재료 2인분 치를 포장해서 배송하도록 하는 앱 서비스였다. 성과는 좋았다. 10만 다운로드를 조기에 달성했다. 밀키트 배송까지 하다 보니 노하우가 쌓여 여세를 몰아 오프라인 매장도 열었다. 사달은 여기서 났다.

공경율 대표가 푸드팡 창업에 영감을 줬던 부산 해운대 거주 시절 농산물 가게 (푸드팡 제공)

Q. 무슨 일이 있었나.

해운대 부촌 지역 상가에 5평짜리, 월세만 200만원짜리 가게를 얻었다. 그런데 온라인과 달리 오프라인에서는 보름 동안 매출이 0원이었다. 부촌인 해운대 센텀지구에서 1~2인 가구가 선호하는 밀키트는 잘 안 맞았다. 그래서 월세를 내기 위해서 모든 걸 접고 채소 가게로 전환했다. ‘총각네 야채 가게’를 염두에 두고 상대적으로 품질 좋은 중고가 채소를 적극 배치하고 고객과도 넉살 좋게 소통했다. 그랬더니 5평 매장에서 하루 1000만원 매출도 나왔다. 그렇게 잘되다 보니 밀키트 사업보다 농산물 매장에 더 집중하게 됐다. 오프라인 매장을 빠른 시일 내에 3개까지 늘려 운영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밀키트 앱을 농산물 유통 앱으로 전환했다. 다이소처럼 ‘대파 1줄 200원, 귤 1개 100원’ 식의 콘셉트로 오프라인 매장을 거점으로 한 온라인 앱을 만들어서 판매를 시작했다. 그러다 근처 식당에서 저렴하다는 소문을 듣고 아침에 식자재를 매일 배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배달을 시작했는데 농산물 매장에서 6시간 판매한 것보다 한 식당이 더 많은 물량을 소비했다. ‘이거다!’ 싶었다. 그 식당을 대상으로 한 식자재 배송 모델을 고도화한 게 지금의 푸드팡 모델이다.

Q. 푸드팡이 빠른 시일 내에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명확한 타깃팅과 운영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본다. 애초 푸드팡은 가입자를 식당 사장으로 국한시켰다. 특정 고객군에 집중해야 그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맞춤형 앱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앱은 정말 단순하다 할 정도로 아무 기능이 없다. 고객이 원하는 건 저렴한 가격, 믿을 만한 품질이 전부니까. 이렇게 만든 이유는 각 식당 사장들의 의견 때문이었다. 고민하지 않게 쉽게 앱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에 적극 호응했다. 이렇게 5000명이 넘는 자영업자를 한 앱에 모아놨더니 도매 시장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장 상인들은 푸드팡 정책에 적극 따라주고 또 제안도 해준다. 도매 시장 내 이해관계자들이 이제는 서로 도와가며 상생 모델이 되고 있다. 애초 농산물 도매 대행 앱으로 알려졌는데 공산품 등 취급 품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상인이 잘 팔릴 물건, 가격, 품질을 제안한다. 푸드팡은 그 제안 상품을 내부 논의를 통해 등록할지를 결정하기만 하면 된다.

5000여 자영업자가 이용하는 푸드팡 앱 (푸드팡 제공)

Q. 푸드팡이 최근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는데 어떤 점을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을까.

식자재, 신선의 가장 위험 요인은 재고다. 푸드팡은 재고 없는 사입 모델로 도매 시장에서 유일하게 디지털 전환, 물류 인프라를 갖고 있는 회사라는 점을 좋게 봐줬다.

* 이번에 투자한 SBI인베스트먼트의 이주혁 팀장은 “지난 7월 시리즈A 투자 이후 푸드팡을 지켜보면서 식자재 시장의 온라인 전환을 데이터 기반으로 푸드팡이 주도하고 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식자재 산업의 중심인 도매 시장의 디지털 전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으며, 푸드팡 팀이 갖고 있는 비전과 역량을 신뢰하고 있다”고 말했다.(편집자 주)

Q. 미국 증시에 상장된 쿠팡도 물류를 중요한 요소로 보고 적극 투자하고 있다. 푸드팡은 어떤가.

물류 문제는 정말 풀기 어려운 숙제다. 가락시장 등 전국의 도매 시장은 이해관계자들이 너무 많아 누가 주도적으로 물류에 투자하기도 애매하고 관리는 더더욱 어렵다. 푸드팡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이 뛰어다녔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나마 해결책으로 만든 것이 도매 시장 인근에 마련한 소규모신선물류거점(FMFC)이다. 이를 통해 도매 시장도 ‘새벽배송’이 가능하도록 구축하려 하고 있다.

Q. 코로나는 위기였나, 기회였나.

위기였다. 식당이 장사가 안 되면 재료가 필요 없으니까.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식당 사장들을 만나면 마음이 아플 때가 많다. 푸드팡이 처음 시작할 때 고객이던 한 식당이 최근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서 문 닫는다고 연락 왔을 때는 가슴이 찢어졌다. 20년 넘게 버텨왔던 맛집도 그렇게 허무하게 문을 닫더라. 그래서 지금은 식당에 식자재를 편하고 저렴하게 전달하는 것을 넘어 ‘어떻게 장사를 잘할 수 있게 도와줄까’에 대한 솔루션까지 제안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고도화하려 한다.

창업자 공경율 푸드팡 대표 (푸드팡 제공)

Q. 투자 유치 후 투자금 사용 계획, 앞으로 어떤 회사로 키울지 궁금하다.

도매 시장을 물류센터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쿠팡의 물류센터를 보면 고객이 물류센터로 오지 않지 않나. 반면 도매 시장은 고객이 물건을 직접 구매하러 온다. 푸드팡이 도매 시장을 디지털로 전환하고 물류센터처럼 만들어버리면 고객이 발품 팔러 올 이유가 없어진다. 그런 도매 시장을 만들려고 한다. 앞으로 도매 시장을 허브로 농가, 소비자를 이어주는 대형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

Q. 대규모 투자 유치를 하다 보면 상장 얘기도 나올 듯싶다.

상장은 2024년 정도를 염두에 두고 있다. 도매 시장에서 디지털로 무장한 큰 기업이 나올 때가 됐다. 그 주인공이 푸드팡이 되리라 확신한다. 우리는 독점보다 상생을 키워드로 도매 시장 상인, 개인 유통상, 소상공인과 함께 변화를 만들어가는 회사로 기억되고 싶다.

[박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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