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3년 차' 이대은은 왜 은퇴를 선택했을까
[양형석 기자]
지난 2019년 5년 반의 해외생활을 마치고 KBO리그에 복귀한 삼성 라이온즈의 '끝판왕' 오승환은 2020년 불법도박에 대한 징계를 마치고 마운드에 복귀해 45경기에서 3승2패18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2.64를 기록했다. 그리고 7년 만의 KBO리그 풀타임 시즌이었던 작년에는 64경기에서 44세이브를 기록하며 9년 만에 생애 6번째 세이브왕에 등극했다. 2021년은 오승환의 40세 시즌이었다.
작년 시즌이 끝나고 롯데 자이언츠로부터 방출통보를 받은 베테랑 우완 노경은은 현역 연장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고 테스트를 받은 끝에 SSG랜더스에서 39세 시즌을 맞게 됐다. 창단 초기 NC다이노스 불펜의 기둥으로 활약했다가 작년 시즌을 끝으로 NC를 떠나게 된 1985년생 동갑내기 임창민과 김진성도 올해 각각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고 새 출발을 할 예정이다.
▲ 2019년 KT에 입단한 이대은은 통산 7승8패19세이브9홀드 평균자책점4.31의 성적을 남기고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
ⓒ KT 위즈 |
2019년 KT 입단 후 마무리 투수로 활약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2015년 제1회 프리미어12를 준비하던 한국 대표팀은 대회를 앞두고 커다란 고민에 빠졌다. 바로 김광현과 차우찬(LG), 장원준, 이현승(이상 두산), 정우람(한화 이글스) 등 풍족했던 좌완 투수들에 비해 우완, 특히 우완 선발 요원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원정도박사건에 연루된 삼성의 17승투수 윤성환마저 대표팀에서 이탈하면서 사실상 대표팀의 우완선발이 전멸한 상황이었다.
이 때 대표팀의 구세주로 떠오른 투수가 바로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 소속이었던 해외파 이대은이었다. 신일고 3학년 시절 시카고 컵스와 계약하며 미국으로 건너간 이대은은 트리플A 무대까지 밟았지만 끝내 메이저리그의 부름을 받지 못했고 2014시즌 종료 후 7년 간의 미국생활을 접었다. 그리고 2015년1월 이승엽,김태균 등이 활약했던 일본의 지바 롯데와 계약하며 일본생활을 시작했다.
사실 메이저리그 경험이 없는 한국인 투수에 대한 지바 롯데의 기대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은은 7월까지 9승을 올리는 깜짝 활약을 펼치며 9승9패3.84의 준수한 성적으로 일본에서의 첫 시즌을 마쳤다. 이대은은 시즌이 끝난 후 프리미어12 대회에 출전해 2경기에서 8.1이닝5실점(3자책)을 기록하며 한국의 초대우승에 기여했다. 프리미어 12는 한국의 야구팬들에게 이대은이라는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린 계기였다.
하지만 이대은은 일본에서의 두 번째 시즌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냈고 시즌이 끝난 후 지바 롯데와의 계약을 마무리했다. 2016년 말 병역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경찰 야구단에 입대한 이대은은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1순위 지명이 예약돼 있었다.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KT는 노시환(한화 이글스)이나 정우영(LG),송명기(NC) 같은 초고교급 유망주들의 이름을 거르고 망설임 없이 이대은을 호명했다.
하지만 KT의 새로운 토종 에이스가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이대은은 2019년 8번의 선발 등판에서 1승2패5.88로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5월 중순 2군으로 내려간 이대은은 한 달 간의 조정기간을 거친 후 1군에 복귀해 불펜 투수로 변신했다. 1군 복귀 후 KT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이대은은 35경기에서 3승17세이브2.68이라는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KT로서는 에이스 후보를 잃은 대신 든든한 마무리 투수를 얻은 것이다.
또래들 전성기 보내는 시기에 은퇴 결정
KT는 2020년 주권과 김재윤, 이대은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필승조를 앞세워 창단 첫 가을야구 진출을 노렸다. KT는 2020년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하며 목표했던 창단 첫 가을야구 진출의 꿈을 이뤘지만 그 중심에 이대은의 이름은 찾을 수 없었다. 이대은은 2020년 마무리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20경기에서 4패1세이브5.83의 초라한 성적에 머물렀다. 게다가 플레이오프에서는 엔트리에 포함됐음에도 한 번도 등판기회를 얻지 못했다.
2020 시즌이 끝난 후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이대은은 1억 원으로 인상됐던 연봉이 절반(5000만원)으로 깎이면서 짧게나마 국가대표 우완 에이스로 활약했던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다. 재활을 마치고 작년 후반기에 본격적으로 마운드로 돌아온 이대은은 31경기에서 3승2패1세이브9홀드3.48의 준수한 성적으로 KT의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하지만 작년에도 한국시리즈 등판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마무리 김재윤과 특급셋업맨 주권을 보유한 KT는 박시영과 김민수, 좌완 조현우와 심재민으로 이어지는 강한 불펜을 보유하고 있다. 작년 한국시리즈에서는 정규리그에서 166.2이닝을 소화했던 '토종 에이스' 고영표가 불펜으로 깜짝 변신하기도 했다. 결국 이대은은 작년 우승과정에서 팀에 힘이 되지 못했고 앞으로도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할 수 있다고 밝히며 KT 입단 3년 만에 선수 생활을 마감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1989년생, 만32세는 야구선수로서 결코 많은 나이가 아니다. 얼마 전 KIA 타이거즈와 6년150억 원의 FA계약을 체결한 나성범이 이대은과 같은 1989년생이고 역시 KIA와 4년 총액 103억 원에 계약한 양현종은 이대은보다 한 살 많은 1988년생이다. 이 밖에 이대은과 배터리 호흡을 맞췄던 장성우 포수(KT)와 SSG의 거포 한유섬, NC의 유격수 노진혁, KIA의 2루수 김선빈 등이 한창 전성기 구간을 달리고 있는 1989년생 선수들이다.
사람은 누구나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는 것처럼 이대은 역시 자신의 은퇴시기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고 이는 당연히 존중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대은은 야구계 전체가 주목하던 선수였고 작년 시즌 후반기 활약을 통해 KT의 불펜요원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따라서 KBO 리그의 비활동 기간에 들려온 이대은의 갑작스러운 은퇴발표는 KT팬들은 물론이고 모든 야구팬들이 의아해 할 수밖에 없는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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