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라 부르지 말라"..대체육 명칭 논쟁으로 본 '혁신' vs '전통'

신은빈 2022. 1. 14. 16: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롯데푸드에서 출시한 대체 단백질 제품 '엔네이처 제로미트'. (롯데 제공)
최근 대체 단백질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미래 먹거리 산업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축산업계가 ‘대체육’ 용어 사용을 반대하며 대체 단백질 산업 견제에 나선 것이다. 이에 혁신 산업 육성과 기존 산업 보호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에 대한 논쟁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대체 단백질 산업은 최근 소비의 가치에 중점을 두는 ‘가치 소비’ 트렌드에 힘입어 각광받는 추세다.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체 단백질 시장 규모는 전년인 2020년 대비 약 35% 성장한 155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흔히 ‘대체육’이라 불리는 대체 단백질은 비동물성 재료를 이용해 모양과 식감을 동물의 고기와 유사하게 만든 식재료다. 대부분 콩 단백질 또는 밀가루 글루텐 등 식물성 재료로 만들어진다. 때문에 소를 기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양의 곡류 소비와 환경 파괴를 막을 수 있고, 생명을 도축하지 않아도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소비로 주목받는다.

코로나19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것도 대체 단백질 시장 성장에 박차를 가했다. 육류 소비 급증에 따른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식을 찾고자 하는 수요가 늘면서 대체 단백질 식품이 인기를 끄는 것이다. 지난해 4월 소비자시민모임이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식물성 대체 단백질 관련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0.2%가 ‘대체 단백질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국내 기업들은 대체 단백질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주목하며 시장을 넓히고 있다. 앞서 자체 대체 단백질 브랜드를 출시한 롯데푸드(엔네이처 제로미트)와 농심(베지가든), 그리고 미국의 ‘비욘드미트’를 수입·공급하는 동원F&B에 이어 최근 풀무원과 CJ제일제당도 대체 단백질 산업에 뛰어들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풀무원은 대체 단백질 기술 개발을 위해 인그리디언코리아, 다니스코뉴트리션&바이오사이언스 등 국내외 원료 기업들과 잇따라 업무협약을 맺었다. CJ제일제당도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 ‘플랜테이블’을 론칭하고 대체 단백질 식품 확대를 계획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축산업계는 난색을 표했다. 지난해 12월 국내 축산단체모임 축산관련단체협의회(이하 축단협)는 “대체 가공식품에 ‘고기’ 또는 ‘육(肉)’ ‘유(乳)’자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용어 정의와 안전성 검증 절차 등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농림수산식품부에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육고기를 연상시키는 단어 사용으로 소비자에게 혼란이 가중돼 알 권리가 충족되지 않는 데다, 이런 혼돈이 축산업에 줄 타격이 염려된다는 것이다. 앞서 축단협은 지난해 12월 3일 이마트 축산 코너에서 대체 단백질 상품을 매대에 진열 판매한 것에 대해서도 소비자 인식 왜곡을 이유로 중단 요청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1월 1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대체 단백질의 정의와 유형을 설정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돼 관련 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체 단백질은 현행 국내법상 따로 분류돼 있지 않고, 주로 원재료에 따라 곡류가공품이나 두류가공품 등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식품표시광고법에 따라 고기를 원재료로 하지 않는 대체 단백질 제품은 ‘육’ ‘고기’ 등으로 표시하거나 광고할 수 없다.

정부 관계자는 “다양한 주체의 의견을 수렴해 용어 정의, 지원책 등을 비롯한 법적·제도적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대체 단백질 산업, 축산업에 대한 다양한 성장 방안도 함께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은빈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