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위문편지' 강요 고교, '학생 탓' 공지문 논란
[윤근혁 기자]
▲ 서울 J여고가 지난 12일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글. |
ⓒ J여고 |
학생보호와 반성 내용 빠진 공지문
군부대 위문편지 종용으로 논란이 된 서울 J여고는 지난 12일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문에서 "2021학년도 위문편지 중 일부의 부적절한 표현으로 인해 행사의 본래 취지와 의미가 심하게 왜곡된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부 학생이 위문편지에서 부적절한 표현을 쓴 것이 행사의 본래 취지를 왜곡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어 이 학교는 공지문에서 "본교에서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국군장병 위문의 다양한 방안을 계속 강구하고 있다"면서 "향후 행사에서도 국군장병에 대한 감사라는 본래의 목적이 훼손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면서 글을 맺었다. 학교의 위문편지 강요에 대한 반성과 '학생에 대한 인터넷 공격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은 담겨 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소영 전교조 대변인은 <오마이뉴스>에 "해당 공지문은 학생을 보호해야 할 학교가 스스로를 성찰하기는커녕 최근의 문제를 해당 학생의 책임으로 돌리는 내용으로 읽힌다"면서 "설사 학생의 편지 표현이 부적절할 수 있어도 그것이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군장병 위문을 강요하는 집단적 편지쓰기 행사 자체에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성찰과 제도 개선 의지가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 최근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서울 J여고 학생의 위문편지. |
ⓒ 인터넷 갈무리 |
최근 J여고 한 학생이 지난해 12월 30일 쓴 "군 생활, 이 정도는 이겨줘야 사나이가 아닐까요?", "추운데 눈 오면 열심히 치우세요"란 내용의 위문편지가 인터넷에 공개되어 논란이 되고 있다.
'군인을 놀리는 내용의 무례한 편지'란 비판이 나오는 반면, '시대에 뒤떨어진 학교의 반교육적인 위문편지 강요가 문제'라는 반박도 나오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이 편지를 작성한 J여고 학생들에 대한 신상 폭로와 모욕 글이 인터넷에 마구 올라오고 있는 상태다.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따르면 J여고는 '대체프로그램 없이 학교 일과시간에 봉사활동 시간을 주며 위문편지 작성을 강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해당 학교는 '위문편지 작성에 대한 유의사항' 안내 글에서 "학번, 성명, 주소(SNS 주소 포함),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 기재 금지(개인정보를 노출시키면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음)"라는 글귀를 담았다. 실제로 과거 위문편지를 받은 한 군인이 이 학교를 찾아와 학생들을 당황하게 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14일 낸 성명서에서 "위문편지로 인해 학생들이 피해를 입었거나 피해 위험이 있음을 학교가 인지하고도 학생들을 위험에 내몬 것"이라면서 "서울시교육청과 해당 학교는 지금이라도 학생 보호를 위한 조치를 강구하고 '위문편지' 봉사활동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위문편지 중단' 국민청원 이틀 만에 12만 명 동참
한편, '여고에서 강요하는 위문편지 금지해주세요'란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청원 시작 이틀 만인 14일 오후 1시 40분 현재 12만7303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이 글에서 "편지를 쓴 학생에게 어떤 위해가 가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위문편지를 써야 한다는 것은 큰 문제"라면서 "미성년 여학생들이 성인남성을 위로하는 편지를 억지로 쓴다는 것이 얼마나 부적절한지 잘 아실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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