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세질수록..싱크로율 높아지는 美·日, 겉도는 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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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지지할 때, 韓 남 얘기하듯
바이든 행정부가 12일(현지시간) 북한의 탄도미사일 관련 출범 후 첫 독자 제재를 발표하자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13일 기자회견에서 "북핵ㆍ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 입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미국에 이어 일본도 신규 독자 대북 제재를 부과할지에 대해서도 "납북자 문제와 핵ㆍ미사일 문제의 해결을 위해 무엇이 효과적인지 검토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면 같은 날 외교부는 미국의 독자 제재에 대한 공식 입장에서 "대화와 동시에 제재 이행이 긴요하다는 미국의 기존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한다"고만 밝혔다. 사실상 '미국이 원래 해오던 걸 계속하는 셈 아니냐'는 정도의 평가로, 제재 자체에 대한 지지 여부는 밝히지 않고 남 얘기하듯 판단을 유보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 그러면서 북한을 향해 "대화로 복귀하라"고 촉구하는 등 여전히 방점은 대화에 찍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미국이 이번 독자 제재 대상을 기존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 명단에도 포함하자고 추가 제안한 데 대해서도 "정부도 필요성에 공감하느냐"고 묻자 "안보리 제재 대상 추가 지정 문제와 관련해선 현재 미국과 소통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역시 찬반을 밝히지 않았다.
日 "지금껏 없던 신형" vs 韓 "일반 탄도"
최근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한ㆍ일 국방 당국의 평가 또한 온도 차가 있었다. 지난 5일 북한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극초음속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은 이튿날인 6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지금까지 발사한 적 없는 신형 탄도미사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그다음 날인 7일 국방부와 합참, 국방과학연구소(ADD)는 "극초음속 미사일이 아닌 성능이 과장된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국방부가 '일반 미사일'로 평가 절하했던 5일 시험 발사로부터 엿새 뒤인 지난 11일,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 아래 더욱 진전된 성능의 발사체를 쏘아 올렸다.
이에 대해서는 군 역시 비행 속도를 최대 마하 10으로 판단했다. 극초음속미사일로서의 성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는 지표였다. 하지만 국방부는 다음날에도 이를 또 "탄도미사일"로만 표현했다. 자칫 북한 미사일의 위협을 축소하려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입장이란 지적이다.
미 국방부는 지난 5일과 11일 두 건의 탄도미사일의 정확한 제원에 대해 여전히 "평가 중"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지난해에만 네 차례 이뤄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도 사실상 '구두 경고'만 하다가 올해 들어 출범 후 처음으로 제재 카드를 꺼내 든 건 최근 북한의 미사일 기술 개발 수준을 그만큼 심각하게 평가한단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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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신무기에 美ㆍ日 '공동 대응' 약속
앞서 미ㆍ일은 지난 6일(현지시간) 외교ㆍ국방 2+2 회의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 연구 수행에 합의했다. 전 세계적으로 극초음속미사일 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 외에 중국, 러시아뿐이다. 여기에 북한도 가세할 조짐을 보이는 셈이다. 이날 조치는 북ㆍ중ㆍ러의 극초음속미사일에 대처하기 위한 기술과 장비를 공동 개발하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전날인 5일(현지시간)에도 미ㆍ일 외교장관은 통화를 하며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한ㆍ미 외교장관 간 통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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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공조서도 한국만 빠져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 경우 과거 유엔은 한ㆍ미ㆍ일 대북공조의 대표적 공간이었다. 안보리 차원의 공동 대응 후 유엔에 주재하는 3국 대사가 함께 카메라 앞에 서는 경우가 잦았지만 이제 그런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일본은 최근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이 주도했던 ▶북한 미사일 발사 규탄 6개국 공동성명(지난 10일) ▶ 북한 인권 관련 안보리 공개 토의 촉구 7개국 공동성명(지난달 15일)에 빠짐없이 이름을 올렸다.
현재 안보리 이사국이 아닌 일본이 두 성명에 모두 동참했다는 건 참여 범위를 안보리 이사국으로만 한정하지 않았다는 뜻인데, 정작 북한 관련 직접 당사국인 한국은 빠졌다.
이런 양상이 반복되면 결국 미국이 주도하는 북핵 대응에서 일본의 '지분'만 키워줄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한ㆍ미 소통이 원활하다"고 주장하지만, 종전선언 등에만 외교력을 쏟고 대북 압박 전선에선 매번 뒤로 빠지는 모양새다. 북한의 잇따른 군사행동에 대해서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이른바 '도발 표현 금지령'이 있었던 지난해 9월부턴 '도발' 표현 자체를 피한 채 "유감", "우려" 표현만 번갈아 사용하며 의식적으로 대응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미국연구센터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을 일단 지켜보고 있던 바이든 행정부로선 이제 제재 강화 등 원칙에 따라 대응할 명분을 찾은 셈"이라며 "일본이 북핵 대응과 관련해 미국과 협력 수준을 높이는 가운데, 한국이 미국을 상대로 대북 관여와 대화 필요성만 강조하다 보면 오히려 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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