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 눈으로 지새운 밤"..한파에 더딘 구조작업에 애타는 실종자 가족들
“실종자를 찾았다는데 어떻게 잠을 잘 수 있겠어요.”
실종자 수색 4일째를 맞은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애타게 구조 소식을 기다리던 실종자 가족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야간수색에도 실종자 구조 못 해
소방당국은 14일 오전부터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에 구조인력 214명과 장비 43대, 구조견 8마리를 투입해 수색작업을 재개했다. 소방당국은 지난 11일 오전 11시 14분쯤 붕괴된 건물 지하 1층에서 요구조자 1명을 발견하고 야간 수색작업을 했었다.
하지만 요구조자를 철근과 콘크리트 잔해물이 둘러싸고 있어 건물에서 꺼내지 못했다고 한다. 이날 오전 브리핑에 나선 문희준 광주 서부소방서장은 “철야 구조작업을 했지만, 발견 장소에 붕괴된 잔해물이 많아 인력으로 구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잔해물을 들어내도 치우는 작업이 병행돼야 해서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지하 1층에서 발견된 실종자의 사진만이라도 달라”며 호소하고 있다. 문희준 서장은 “요구조자와 인적사항을 비교하려 해도 완전히 발견된 상태가 아니라 사진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실종자 신원 50~60대라는데
다만 붕괴사고 구조현장 안팎에서는 발견된 요구조자의 연령이 50~60대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실종자 가족 A씨는 “실종자 대부분의 연령대가 50~60대이기 때문에 가족이 밤새 잠들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 13일 영하 4도의 한파 속에서 구조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던 실종자 가족들은 야간수색 동안 거센 눈발이 날리는 와중에도 먼발치에서 소방당국이 잔해물을 치우는 작업을 지켜봤다.
고령이신 부모들이 충격을 받을까 소식도 제대로 전하지 못한 가족도 있다고 한다. 실종자 가족 B씨는 “어르신들이 손주에게 아빠 어디 있느냐고 물어보시는데 ‘바쁘다’고 둘러대면서 울분을 삭이는 가족도 있다”고 전했다.
소방당국이 투입한 인명 구조견들은 ▶22층 ▶25층 ▶26층 등에서 이상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실종자 6명 중 3명은 28층과 29층에서 소방 설비 작업을 했고, 다른 3명은 31층부터 34층까지 창호 작업 등에 투입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구조견 이상반응 지역에 인원 투입 난항
소방당국은 구조견들이 이상 반응을 보인 지역에 대한 추가 수색을 할 계획으로 내시경 장비도 투입했지만, 구조대원이 진입할 수 없는 낭떠러지 형태의 지형으로 변해 난항이 예상된다.
건물 내부 수색과 달리 외부 수색은 보류된 상태다. 국토부와 광주시 전문가들은 현장 안전점검 결과 건물 외벽에 설치된 140여 m 규모 타워 크레인의 추가 붕괴 가능성 때문에 실종자들이 추락했을 가능성이 있는 건물 외부에 대한 수색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었다.
현대산업개발은 추가 붕괴 위험이 있는 140여 m 규모의 타워 크레인 상층부를 외벽에서 철거하기 위한 1200t급 이동식 크레인 7대를 조립해 사고현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반이 불안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보강작업을 거쳐야 한다.
“구조대원 희생 원치 않아”
현대산업개발은 오는 16~17일 사이 모든 크레인을 조립한 뒤 철거를 완료할 예정이다. 야간 수색작업에 이어 실종자가 발견된 지하 1층부터 지하 4층까지 구조보강 작업도 진행 중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오늘 오전 중 지하 3층과 4층 구조보강 작업을 마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추가 인명피해는 없었으면 바란다는 뜻을 소방당국 등에 전했다. 실종자 가족 대표 안모씨는 “하루빨리 실종자들 생사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가족들은 위험한 상황에 누군가(구조대원들이) 또 희생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전했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최서인 기자=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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