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st] "감독님 때문에 재계약했죠" 윤종규의 슬기로운 서울 생활

조효종 기자 2022. 1. 14.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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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FC서울). FC서울 제공

[풋볼리스트=남해] 조효종 기자= 계약 만료를 앞두고 분위기 전환을 위해 환경을 바꿔볼 생각을 하던 윤종규에게 새로운 환경이 제 발로 찾아왔다. 안익수 감독이 부임한 뒤 윤종규는 남은 20대도 FC서울과 함께 보내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30일 서울은 보도자료를 통해 윤종규의 4년 재계약 소식을 발표했다. 2017년 19세에 서울에 입단한 윤종규는 그해 짧은 경남FC 임대 기간을 제외하고 20대 초반을 모두 서울에서 보냈다. 2022년 24세 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도전을 고민하기도 했으나 최종 선택은 서울 잔류였다.


재계약을 결심한 배경에는 안 감독이 있었다. 지난해 9월 서울에 부임한 안 감독은 윤종규의 포지션인 풀백에게 중앙 지향적인 움직임을 지시하는 등 색다른 전술을 구사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결과도 좋았다. 최하위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던 서울은 안 감독 체제 11경기에서 승점 22점을 확보하며 파이널B 최고 순위인 7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힘든 시간을 지나 웃으며 시즌을 마칠 수 있게 된 서울 선수단은 안 감독에 대한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윤종규도 그중 한 명이다. 전지훈련지인 남해에서 '풋볼리스트'와 만난 윤종규는 재계약 이유로 안 감독의 존재를 꼽으며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배웠고, 축구에 재미도 느끼게 됐다. 이렇게 끝내긴 아쉬워 함께 해야 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안 감독 부임 당시에는 윤종규 본인도 이렇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U20 대표팀 시절 호랑이 같았던 안 감독의 지도를 받은 경험이 있어 부임 소식을 듣고 탄성만 내뱉었다. 그러나 다시 만난 안 감독은 어렸을 때 기억과 많이 달랐다. "청소년 대표팀 때 안익수 감독님은 정말 무서웠다. 그런데 이제 감독님과 대화하는 것이 편하다. 농담도 주고받는다. 감독님이 바뀌신 건지 내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윤종규(FC서울). 서형권 기자

재계약을 체결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계약이 정말 힘들더라고요. 재계약이다 보니 계약을 협의하는 과정이 더 쉽지 않았어요. 고민도 정말 많이 했어요. '해외든 국내 다른 팀이든 이적을 해서 스스로에게 변화를 줘야 하나?'라는 생각이 많았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나타나신 게 정말 컸죠."


재계약을 최종적으로 결심하게 된 배경이 안익수 감독 때문이었군요?


"솔직히 말하면 그렇습니다. 안익수 감독님이 오신 뒤에 짧은 시간 동안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축구에 재미도 느껴서 이렇게 끝내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아서 함께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계약 기간이 4년으로 생각보다 길어요) 감독님께서 장기 계약은 구단이 선수가 잘해서 주는 제안이라고 하셨어요. 감사하게 받아들였죠. 20대 시절을 거의 서울에서만 보낸다는 것이 신기해요.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도 기대되고요.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재계약 전후로 주위 반응은 어땠나요?


"시즌 끝나기 한 달 전부터 형들이 '너는 서울에 있어야 된다'는 이야기를 해줬어요. 시즌이 끝나서도 중간중간 어떻게 돼가냐고 물으면서 다른 데 가지 말고 남으라고 했죠. 형들이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았어도 남을 마음이었지만…정말 고마웠어요. (감독님은 뭐라고 하시던가요?) 시즌이 끝나고 감독님과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마지막 포항 원정 경기를 앞두고 분석관실에서 감독님과 마주쳤어요. 감독님께서 같이 할 건지 물으시길래 그러겠다고 했죠. 협상 과정에서도 많이 신경 써 주셨는데, 사인을 늦게 하다 보니 뒤통수 한 대 맞았어요(웃음). 지금은 혹독한 운동으로 말씀을 전해주시죠."


U20 대표팀에서 안익수 감독과 함께한 경험이 있었어요. 처음 부임 소식을 들었을 때는 어떠셨나요?


"정말 놀랐습니다. 청소년 대표팀 때 안익수 감독님의 이미지가 임팩트 강하게 남아있었어요. 그 당시 안익수 감독님은 무서운 분이셨거든요. 운동(량)은 더할 말이 없고, 실수가 용납이 안 됐어요. 정말 완벽하고, 호랑이 같은 감독님이셔서 '우와 우와'만 했죠. 그런데 지금은 패스 실수를 하더라도 다시 찾아오면 된다고 하세요. 대화하는 것도 편하고, 농담도 주고받아요. 감독님이 바뀌신 건지 제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어요(웃음)."


훈련량은 변하지 않았나 봐요.


"지금도 강하게 하고 있어요. 특히 웨이트 트레이닝이 정말 힘들어요. 그렇지만 감독님은 항상 이걸 왜 해야 하는지 알려주셔서 선수들 모두 힘들더라도 이겨내려고 하죠. (이태석 선수가 U23 대표팀 훈련에 합류하면서 '안익수호 탈출'을 축하받았다고 했어요) 저는 그때도 힘들어서 아무 말도 못 했어요(웃음)."


휴식일에 등산을 간 건 어떻게 된 일인가요?


"쉬는 날인데 등산을 가게 됐죠. '그냥 산에 가서 조금 걸으면 되겠지'했는데 경사가 진짜 등산 수준이었어요. 다녀오니까 종아리가 단단해졌더라고요. (자발적으로 가신 거죠?) 말 잘해야 할 것 같은데…감독님께서 선수단이 한 번 뭉치자는 의미로 제안하신 것 같아요. 가자고 하시길래 따라갔죠. (양한빈 선수의 증언과는 다르네요. 그렇게 힘들지 않았고 다시 갈 의향도 있다고 하던데요?) 역시 슈퍼 세이브 골키퍼라 다르네요(웃음)."


윤종규(FC서울). 서형권 기자

안익수 감독의 중앙 지향적인 풀백 활용이 큰 주목을 받고 있어요. 당사자는 어떠신가요?


"처음 접했을 때 정말 신기했어요. 이전에는 사이드 터치라인을 등지고 공을 받는 상황이 많았는데 이제 가운데에서 받아요. 거기서 빼앗기면 치명적인 실수가 되기 때문에 터치 하나하나를 더 신경 쓰게 돼요. 미드필더의 고충을 느끼게 됐죠. 훈련 때는 포워드 자리까지 올라가기도 해요. 처음에는 어색하고 적응이 안 됐는데 이제는 재밌어요."


골문 앞에서 공격에 개입하는 상황이 많아지면서 지난 시즌 프로 데뷔골을 터뜨리기도 했어요.


"가운데에서 플레이하다 보니 슈팅 상황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슈팅을 더 많이 때리고, 골도 더 넣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윤종규는 인터뷰 다음날 진행된 연습경기에서 왼발 슈팅으로 득점을 터뜨렸다)


재계약을 체결하고 맞이하는 새 시즌이라 마음가짐이 남다를 것 같아요. 목표가 뭔가요?


"강도 높은 동계 훈련을 하면서 이걸 이겨내면 38경기를 다 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최대한 많은 경기를 뛰는 것이 목표에요. 그리고 그 경기들을 이겨서 상위 스플릿으로 올라가고, 우승을 두고 경쟁하고 싶어요. 저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같은 생각이에요. '정말 잘하자, 운동장에서 팬들에게 보여주자'라는 생각이 커요."


월드컵을 기점으로 대표팀 풀백도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기가 돼요. A매치 출전 경험이 있으니 욕심이 생길 것 같은데요.


"안익수 감독님이 예비 명단에만 드는 선수와 실제 대표팀에 뽑히는 선수는 차이가 있다고 말씀하세요. 오늘 (나)상호 형이랑 웨이트를 할 때도 그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상호 형이 대표팀에 뽑히고, 제가 예비 명단에 머무는 이유가 있다고 하시면서 남들이 10개할 때 한두 개 더 하면서 준비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오늘도 상호 형보다 한두 개 더 했어요(웃음). 이렇게 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사진= FC서울 제공,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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