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st] '익버지의 1호 신자 인정' 양한빈 "감독님께도 전해주세요"

조효종 기자 2022. 1. 14.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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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한빈(FC서울). 풋볼리스트

[풋볼리스트=남해] 조효종 기자= SNS에서 '오직 익수'를 외치는 양한빈(FC서울)은 자신이 '익버지' 안익수 서울 감독의 가장 열렬한 지지자임을 인정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전해달라고 덧붙였다.


2014년 서울에 입단한 양한빈은 9년째 서울 유니폼을 입고 있다. 오랜 기간 서울의 골문을 지킨 만큼 팬들에게 익숙한 선수지만 지난 시즌 막바지부터 팬들은 갑자기 양한빈이 낯설어졌다.


전환점은 안 감독의 서울 부임이었다. 안 감독은 지난해 9월 최하위까지 추락하며 위기에 처했던 서울의 지휘봉을 잡았다.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시티 감독을 연상시키는 전술을 구사하며 큰 주목을 받았는데, 결과까지 이끌어냈다. 11경기에서 승점 22점을 따낸 서울은 파이널B 최고 순위인 7위로 시즌을 마쳤다.


안 감독 체제 11경기 중 10경기에 선발로 나선 양한빈은 안 감독이 도입한 새로운 시스템에서 단순한 골문 지키기 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맡았다. 최후방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수비진을 조율했고, 공격 전개의 시발점 역할도 수행했다.


시즌이 끝난 뒤 양한빈은 활동 반경을 넓혔다. 시즌 중 늘 최후방에만 머무는 것에 한이 맺힌 양 SNS 상에서 왕성한 활동량을 보여줬다. 특히 화제를 모은 주제는 '오직 익수', '익멘' 등으로 표현되는 안 감독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였다.


직장인들이 가장 꺼려 한다는 '휴식일 상사와의 등산'마저도 안 감독과 함께라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한 양한빈을 전지훈련지인 남해에서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 도중 한참 신앙심을 고백하던 양한빈은 감독님도 이 사실을 알고 있냐고 질문하자 "아마 모르실 것이다. 말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


- 최근 서울의 인스타그램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기존 이미지와 거리감이 있는데, 지금이 본 모습인가?


그렇다. 사실 팀 성적이 좋지 않을 때는 조심스러운 면이 많았다. 작년 말 감독님이 새로 오시고 경기력이 나아지면서 SNS를 하는 것이 편해졌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평소에 하고 싶었던 말이나 장난스러운 모습들이 드러나는 것 같다.


- 인스타그램 아이디가 'dorans91'이다. 왠지 어울리는 아이디인데 무슨 의미인가?


초등학교 때 만든 아이디를 쭉 사용하고 있다. 당시 누나가 dorans91로 만들어줬다. 그때도 그런 끼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누나가 그렇게 지어줬다. 91은 91년생이란 의미다.


- SNS에서 특히 안익수 감독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감독님이 오시고 많은 것들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경기를 뛰면서 많이 느꼈는데 결과도 나오니까 감독님을 더 좋아하고 존경하게 됐다. 감독님이 추구하시는 방향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숨기지 않고 표현하고 있다.


- 선수단에서 가장 신앙심이 깊다고 자부하나?


그런 것 같다. 훈련장에서 (기)성용이 형도 감독님이 추구하시는 방향성이 옳다고 생각하고 따르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럴수록 감독님에 대해 더욱 확신이 든다. 아마 다른 선수들도 티를 안 내도 좋은 마음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감독님도 이 사실을 알고 계신가?) 부임하시고 인터넷을 다 끊으셨다고 들었다. 아마 모르실 것이다. 말 좀 해달라.


- 신뢰가 흔들릴 수 있는 일이 있었다고 들었다. 휴식일에 등산을 갔던데


등산 수준은 아니었다. 어느 지점까지는 버스를 타고 갔다. 걸어서 올라간 거리는 길지 않았다. '경치가 엄청 좋은데, 한번 가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하셔서 점심 먹고 갔다. 오전에는 잘 쉬었다. 올라가서 보니 경치가 좋긴 좋더라. (당시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오늘 쉬는 날'이라고 표현했던데, 감정이 담긴 것은 아니었나 보다) 그런 게 없지는 않았지만…가보니까 좋았다. 물론 쉬었어도 좋았을 것 같긴 하다. (다시 갈 의향은?) 이번에 간 정도면 또 가도 괜찮을 것 같다.


양한빈(FC서울). 서형권 기자

- 안익수 감독 부임 이후 경기장 안에서 맡는 역할도 달라진 것 같다


감독님은 상대 선수들이 압박할 때 후방에서 앞으로 롱킥을 하는 것보다 골키퍼를 활용해 공격을 진행하라고 주문하신다. 세계적인 트렌드도 그렇다. 나 혼자 만의 일은 아니다. 팀 전체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움직인다. 특히 오스마르와 성용이 형이 잘하는 플레이여서 함께 감독님의 요구대로 하려고 한다. 패스나 빌드업에 능한 골키퍼들의 영상을 찾아보기도 하고, 팀 선수들과도 어떤 식으로 움직일지 많이 대화를 나눈다. 감독님께서도 내가 잘할 수 있도록 여러 이야기를 해주신다. 그러다 보니 좋아지고 있다. 작년부터 경험이 쌓여 지금은 조금 여유가 생겼다. 올해는 더 원활하게,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 팀 내 위치도 변했다. 얼마 전에는 오랜 기간 경쟁하던 유상훈(강원FC)이 팀을 떠나기도 했다


처음 서울에 왔을 때부터 상훈이 형과 함께 뛰었다. 골키퍼는 한자리밖에 없기 때문에 엎치락뒤치락하며 경쟁을 벌였다. 상훈이 형은 최용수 강원 감독님이랑 잘 맞는 것 같다. 그런 감독님의 부름을 받은 거면 형에게 좋은 일이다. 경기장에서 보면 반가울 것 같다. 신나게 붙어볼 것이다. 물론 상훈이 형이 떠났다고 주전 자리를 맡아놨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백)종범이 같은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다. 안도감보다는 책임감이 더 생긴다.


- 유상훈뿐 아니라 박주영도 팀을 떠났다. 팀 내 선배들은 하나둘 줄어들고, 후배들이 많아졌다


팀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나이가 찼다. 어린 선수들의 마인드가 워낙 좋아서 선배들이 해야 할 일이 많지 않지만 성용이 형을 중심으로 고참들이 좋은 분위기를 만들고 이끌어나가야 한다. 운동할 때나 일상생활 때나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이제 띠동갑 후배도 생겼다. 지난해 준프로 계약을 맺고 데뷔한 강성진(2003년생)과 12살 차이다


세대 차이를 느끼진 않는다. 성진이뿐 아니라 (이)태석이, (이)한범이, 종범이도 마찬가지다. 나도 예전에 나보다 열두 살 많은 (김)용대 형과 잘 지냈다. 우리 팀의 중심으로 성장해 줘야 할 선수들이다. 훈련장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하긴 하는데, 스스로 잘하는 친구들이라 할 말이 많지는 않다.


- 쉽지 않았던 지난 시즌을 마치고 이제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는 단계다


작년에 13경기 연속으로 승리하지 못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너무 힘들었다. 골키퍼는 실점을 하는 포지션이니까, 다 나 때문에 지는 것 같았다. 게다가 짧은 텀으로 경기가 계속되면서 회복할 시간도 갖지 못했다. 그러다 안익수 감독님이 오셨고, 감독님께서 경기장 안뿐 아니라 훈련이나 생활 면에서도 여러 가지를 바로잡아주시면서 7위로 시즌을 마칠 수 있었다. 벼랑 끝에서 살아남은 기분이어서 정말 좋았다. 올해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 목표가 있다면?


최소 실점을 하는 팀이 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다치지 않고 경기를 하는 것이 이번 시즌 목표다. 남은 선수 생활 동안에는 우승도 해보고 싶다. 주축으로 뛰면서 우승해 본 적이 없어서 우승을 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사진= 풋볼리스트, FC서울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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