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541

2022. 1. 14. 03: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초신성(supernova)은 신성(nova)보다 에너지가 큰 별의 폭발을 의미한다.

1536년 '기독교 강요' 라틴어 초판이 중세 유럽의 칠흑 같은 밤에 떠오른 한줄기 '노바'였다면, 1541년 '기독교 강요' 프랑스어 초판은 극심한 박해에 시달리며 유랑하던 프로테스탄트 신자들의 암울한 순례길을 밝혀준 찬란한 '슈퍼노바'였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평] 기독교 강요-1541년 프랑스어 초판(장 칼뱅 지음/김대웅 옮김/복있는사람)


초신성(supernova)은 신성(nova)보다 에너지가 큰 별의 폭발을 의미한다. 1536년 ‘기독교 강요’ 라틴어 초판이 중세 유럽의 칠흑 같은 밤에 떠오른 한줄기 ‘노바’였다면, 1541년 ‘기독교 강요’ 프랑스어 초판은 극심한 박해에 시달리며 유랑하던 프로테스탄트 신자들의 암울한 순례길을 밝혀준 찬란한 ‘슈퍼노바’였다. 죽은 별에 갑작스러운 핵융합 재점화로 초신성이 생성되듯, 자신의 생애 첫 교회 개혁의 실패와 추방으로 자칫 잊힐 뻔했던 약관의 신성, 칼뱅을 교회사를 영원히 비추는 초신성의 반열로 끌어 올린 걸작이 마침내 오늘의 감수성이 가득한 우리말로 갈아입었다.

제네바를 떠난 칼뱅이 스트라스부르에 머물던 3년 동안 그의 신학 광도는 극도로 높아졌고, 그리 길지 않던 이 시기 평생에 걸쳐 발산된 것으로 추정되는 에너지 대부분을 형성했다. 1559년 ‘기독교 강요’ 최종판의 장엄한 대단원을 이루는 구성 내용의 대부분이 1541년 슈퍼노바로 인해 토해진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트라스부르 피난처에서 탄생한 칼뱅의 프랑스어 기독교 강요가 바르트부르크 피난처에서 탄생했던 루터의 ‘독일어 성경’에 비견되는 초신성 사건인 것은 두 책 모두 복음을 당대 모든 이에게 가감 없이, 아낌없이 비추었던 하나님의 선물이기 때문이다.

칼뱅은 서문에서 “한 소절이 다른 소절을 더 잘 설명해주리라 기대하면서 성경 연구를 꾸준히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독교 강요에 그대로 적용되는 말이다. 브루스 고든 미국 예일대 교회사 교수는 하나님이 칼뱅을 스트라스부르로 부르시는 섭리가 없었다면 칼뱅은 16세기의 또 다른 인물로 잊혔을 것이라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자칫 역사의 깊은 파도 속에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를 ‘판옥선’ 수준의 기독교 강요 초판을 인양하여 그리스도에 대한 배고픔과 갈증이 있는 모든 성도를 고려하는 기독교 신앙 전체의 길잡이인 ‘거북선’ 수준의 골격을 갖추는 수년간의 양생 기간을 보냈다. 이 시간이 없었다면 프로테스탄트 교회는 물론 세계 교회 전체가 신학의 나침반 부재로 유령선처럼 떠돌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칼뱅의 프랑스어는 우아하고 수준이 높으며 무엇보다 정확하다. 당대 최고의 수사학을 빼어나게 구사하면서도 하나님 앞에 한없이 겸손하고 교회의 형제자매를 배려하는 따스하고 친절한 언어 구사가 돋보인다. 3년간의 경건한 말씀 묵상과 연구, 스승 및 친구들과 깊은 대화, 행복한 가정, 박해에도 굴하지 않던 피난민들을 위한 설교와 강연이 곳곳에 녹아있는 이 그림 같은 작품을 통해 그는 성경의 신비를 관통한다.

칼뱅은 제네바로 돌아오라는 부름에 어서 응답하라는 간곡한 요청에도 그해 여름이 다 지나도록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어떤 일’이 있다며 차일피일 미루었다. 1차 제네바 시절까진 콧대 높은 순진한 젊은 학자였는지 몰라도 이젠 세심한 균형 감각으로 식견이 풍성해진 온유한 목회자로 재생되던 과정이었다. 한 손에 성경 다른 한 손에 신문이 되려면, 한 손에 성경 다른 한 손에 기독교 강요가 우선돼야 한다. 이 땅의 모든 그리스도인이 성경과 나란히 읽을 고전으로 으뜸이리라.

송용원 교수(장로회신학대 조직신학)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