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 앞두고 '민주당 추경' 수용한 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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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예산 있는데 “초과세수 활용” 지시
“중립 의무 망각한 관권 선거” 논란 자초
대통령선거를 두 달도 남겨놓지 않은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요구를 사실상 받아들였다. 문 대통령은 어제 참모회의에서 “예상보다 더 늘어난 초과 세수를 활용해 방역 장기화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덜 수 있는 방안을 신속하게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또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여력을 갖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4일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설 전에 25조~30조원 규모의 추경이 실현 가능한 목표”라고 요구한 데 이어 민주당이 그제 대선 공식 선거운동 시작(2월 15일) 하루 전인 다음 달 14일 추경을 처리하겠다고 공언한 걸 수용한 셈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집중적 지원이 필요해졌다는 걸 부인할 사람은 없다. 정부가 이미 손실을 본 55만 명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선지급 후정산’ 방식으로 설 전에 500만원을 지원하기로 한 데 이어 14일 추가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2월에, 그것도 대선이 임박해 추가로 예산을 마련해야 할 정도로 급박한 상황인가엔 대단히 회의적이다. 올해 예산이 집행되기 시작한 게 며칠 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잉크도 마르기 전이다. 소상공인 손실 보상 예산이 2조원 책정돼 있고, 4조원 가까운 예비비도 있다. 기존 예산부터 쓰는 게 상식이다.
기획재정부가 빌미를 제공하긴 했다. 기본 중의 기본이랄 수 있는 세수 전망치를 두 번 고치고도 또 틀려서 다시 수정했다. 지난해 본예산 기준 세입 전망치보다 60조원가량 더 걷힌다고 한다. 횟수도, 오차율도 역대 최고치다. 이러니 돈을 쓰고 싶어 하는 당·청에 “편성된 예산을 집행하는 게 우선”(홍남기 경제부총리)이라고 한들 먹히겠나. 기재부가 버틸 듯하다 물러서는 악순환이 이번에도 반복될 듯하다. 개탄스러운 일이다. 초과 세수가 2월 추경의 명분일 순 없다. 기술적으로 초과 세수는 4월 결산 과정을 거쳐 세계잉여금으로 처리한 후에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2월에 추경을 한다는 건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돈이 남아 추경한다면서 당장 돈을 빌리는 꼴이다. 왜 이런 무리한 일을 하나.
결국 대선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다. 정부는 코로나를 이유로 선거를 앞두고 여러 차례 돈 뿌리기 추경을 했었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전 국민 재난지원금 14조3000억원을 나눠줬고, 지난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도 15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다. 이번에도 “정치적 중립 의무를 망각한 관권 선거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그래놓고 기재부 성과집엔 “빠른 채무 증가 속도, 고령화 등 재정 여건을 감안할 때 건전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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