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코멘터리] 심상정 위기, 진보정치의 3중고

오병상 입력 2022. 1. 13. 23:07 수정 2022. 1. 14.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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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초청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1.12/뉴스1

1.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12일 ‘일정중단’을 선언하고 심각한 장고에 들어갔습니다.
심상정은 ‘현 선거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사라졌습니다. 정의당은 13일 선대위 총사퇴를 결의했습니다. 심상정과 연락조차 안되는 상황에서 여영국 당대표는 ‘심상정 후보를 믿는다’는 메시지를 냈습니다.

2. 심상정의 동작그만은 기본적으로 지지율 때문입니다. 현 지지율은 3가지 점에서 치명적입니다.

첫째, 지지율 자체가 바닥입니다. 최근 한길리서치조사에서 2.2%로 허경영(국가혁명당) 3.2%보다 낮았습니다.
둘째, 대선후보로 달렸는데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하락세입니다. 심상정은 2017년 대선에서 6.17% 득표했습니다.

셋째, 공들여온 전통 지지층마저 냉담합니다. 리얼미터 조사결과 노동자표가 모인 부산ㆍ울산ㆍ경남 지지율이 0.8%에 불과합니다.

3. 이런 심상정의 위기는..3가지 면에서..개인문제라기보다 우리사회 진보정치의 한계로 보입니다.

첫째, 대통령제라는 권력구조가 가장 큰 한계입니다. 대통령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이기 때문에 대선이 시작되면 양대 정당 후보 중심으로 표가 집결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진보정당 후보에게 던지는 표는 결국 사표가 되기 때문입니다.

4. 둘째, 진보정치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쌓여왔습니다.
대표적인 사건이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입니다. 이석기 내란선동사건입니다. (대법원에서 내란음모죄는 무죄를 선고받고, 선동만 유죄를 받았습니다.) 그 바람에 헌법재판소가 정당해산심판을 내렸습니다. 진보정당이 속칭 ‘빨갱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습니다.

5. 물론 심상정은 이석기와 다릅니다.
심상정은 통합진보당에 함께 몸 담았지만 이석기의 NL(민족해방)노선에 반대한 PD(민중민주)계열입니다. 심상정과 같은 계열이었던 노회찬이 뇌물사건에 연루돼 투신한 사건으로..PD계열 진보정치 역시 도덕성에 흠이 난 건 사실입니다만..적어도 심상정은 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6. 셋째, 현행 국회의원선거법도 정의당에 치명적입니다.
지난 21대 총선에 도입한 ‘준연동형비례대표제’때문에 소수정당, 특히 정의당이 망했습니다. 당시 심상정은 여당인 민주당에 ‘뒤통수를 맞았다’고 했습니다. 민주당이 ‘공수처법’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정의당의 지지를 얻기위해‘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했습니다.

7. 법안대로라면 소수정당 의석수가 늘어납니다.
그러나 민주당이 위성정당(더불어시민당)을 만드는 바람에 정의당은 의석수를 늘리지 못했습니다. 민주당은 180석이란 전무후무한 압승을 거두었습니다. 최근 합당한 ‘사실상 제2 위성정당’인 열린민주당까지 합치면 183석입니다.

8. 민주당의 행태는 정치도의, 국회의 대표성ㆍ다양성과도 맞지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치명타를 입은 건 심상정입니다. 집권여당의 ‘2중대’란 비난을 받았습니다. 이후 심상정의 정의당은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해왔습니다. 12일에도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의혹 제보자’사망사건과 관련해 ‘오싹하고 섬뜩하다’는 성명을 냈습니다. 정의당에 우호적인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맹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9. 심상정은 대중이 알아보는 거의 유일한 진보정치인입니다.
정의당의 유일한 지역구 의원이자 진보진영 최다선(4선)입니다. TV예능에도 자주 출연해 ‘심블리’로 불릴 정도입니다. 3중고에 빠진 심블리를 조롱하는 건 너무 비정합니다.
〈칼럼니스트〉
2022.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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