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잡아먹어서"..호랑이 고기 굽는 '태국 엽기사냥' 변명

고석현 2022. 1. 13. 18:5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태국 국립공원 순찰대원들이 압수한 벵골 호랑이 가죽 등을 들어보이고 있다. [방콕포스트 보도 캡처]

"소를 자꾸 잡아먹어서…."
태국의 국립공원에서 야생 호랑이를 불법 사냥하고, 가죽을 벗긴 뒤 고기를 굽는 '엽기' 밀렵꾼들이 붙잡혔다.

13일 방콕포스트는 태국 서부 깐차나부리주통파품 국립공원에서 보호종인 벵골 호랑이 두 마리를 불법밀렵한 혐의로 경찰 추적을 받던 30대 태국인 4명이 자수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인근 마을에 사는 주민들로, 경찰조사에서 "우리가 생계 수단으로 기르는 소를 호랑이들이 종종 잡아먹어 없애려 했다"고 밝혔다. 지난 두 달간 마을에서 호랑이에 잡아먹히거나 죽임을 당한 소가 20마리에 달한다는 주장과 함께였다.

때문에 자신들이 직접 호랑이를 잡는 게 '소 떼죽음'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다고. 호랑이들이 죽인 소의 사체를 미끼로 이용했고, 자원봉사자들에게 빌린 총으로 호랑이들을 쐈다고 한다.

이들은 "소를 죽인 호랑이를 처치하고 싶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잡은 호랑이의 가죽을 벗기고 그 고기를 모닥불 위에서 굽고 있었던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앞서 당국은 미얀마와의 국경 인근에서 야생 동물 밀렵이 이뤄질 것이란 정보를 사전에 입수했다. 이에 따라 순찰대원 10명이 공원을 순찰하던 중, 지난 9일 오전 10시쯤 태국과 미얀마 국경에서 3~4㎞가량 떨어진 지역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목격한다. 밀렵꾼들이 데리고 다니는 개들이 순찰대를 보고 짖자, 밀렵꾼들은 급히 숲속으로 도주했다.

사건 이틀 뒤엔 순찰대에 황당 전화도 걸려왔다고 한다. 한 남성이 "순찰대가 압수한 엽총 중 한 자루가 자원봉사단원의 것이니 돌려달라"고 요청한 것. 이 남성이 총 반환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자신과 자원봉사단의 신분을 밝힘에 따라, 순찰대는 경찰에 이들에 대한 추적을 요청했다.

한편 밀렵 등으로 한때 태국에서 호랑이가 멸종위기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당국이 지속해서 보호 정책을 펼친 덕분에 전국 31곳의 보호지역에서 200여 마리의 야생 호랑이가 사는 것으로 추산된다.

고석현기자ko.sukhy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